일지 1
0000년 0월 00일
우리 마을은 지금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고 있다. 그것이 우리 마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너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일은 우리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어제 오후 우리 마을의 남쪽 바다에서 이상한 생명체가 발견되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남쪽으로 갔다. 하필, 남쪽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마을 주민 2명과 함께 나선 소녀가 한 명 있었고 그 마을 주민들은 실종되었다.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 마을 주민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도착하자, 그 생명체는 우리의 소중한 자원인 물고기들을 모두 잡아먹고 있었다.
만약 그 생명체를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 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그 크기에 놀랄 것이다. 우리 마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배보다도 더 컸다. 그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생명체 중에서는 악어와 뱀을 가장 닮았다. 혹은 상상의 동물인 용과도 닮은 듯 보였다. 하지만 악어와 뱀, 용이라고 부르기에는 다른 점이 많았으며, 아마도 여태껏 발견된 적이 없는 생물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동물과 비교하기에는 일단 크기부터 다른 어떤 동물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다.
기본적으로 생김새는 매우 긴 몸통을 가지고 있어 뱀 같은 모습을 보였다. 또 4개의 다리가 그것은 악어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악어라고 하기에는 몸통이 너무 길었다. 몸통이 큰 만큼 다리도 매우 컸다. 몸통은 비늘로 이루어져 있고 얼굴에는 갈기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용하고 가장 생김새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몸통에는 가시가 돋아 있는데 그 가시 또한 매우 컸다. 눈에서는 강인함이 느껴졌고 코는 날이 서 있었으며, 날카로운 이빨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얼굴만 봤을 때 누군가는 용맹해 보인다고 했을 수도 있지만 그 크기를 감안해서 본다면 누구나 공포를 느낄만한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 생명체를 보고 모두 겁에 질려 나를 찾았다. 그러고는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 물어보았다. 나는 일단 마을 사람들을 안정시키고는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남쪽 바다는 해안이 없고 우리 마을의 끝은 절벽으로 끝나는데, 매우 큰 생명체긴 했지만, 이 절벽을 타고 우리 마을에 어떤 해를 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 점에서 결국 오늘처럼 남쪽 바다로 누군가 나가지만 않는다면 특별한 인명피해는 없을 것이며, 그 생명체가 물고기를 먹음으로 인해 우리 마을의 식량이 줄어드는 것 외에는 일단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두 가지 이유에서 이 일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저 생명체를 물리치든 쫓아내든 간에 스스로 저 생명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조금 더 좋은 대처법을 찾기 위함이다. 또 이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혹시나 내가 저 생명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비록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우리 마을에 많지는 않지만, 그 소수의 사람이 이 기록을 봄으로써 조금 더 잘 그 생명체를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0000년 0월 01일
오늘 급히 마을 사람을 모아 일단 남쪽 바다로 가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 되도록, 해안이 있는 북쪽 바다 또한 나가지 말고 괴물의 동태를 살핀 뒤에 얕은 바다로는 오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지면 조심스럽게 나가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 비축해 둔 물고기들이 있어 식량 문제는 당장 급한 것은 아니었다. 무역 또한 전면 금지하고 괴물의 동태를 살핀 뒤 북쪽 바다로 나갈 수 있으면 나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제 기록을 마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다. 지금 나는 이 마을의 수호자로서 저 생명체를 이겨내는 것보다 저 생명체로 인해 우리 마을이 피해를 보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임무이다. 그렇기에 이 말에 따라 저 생명체가 무엇인지 알고 또 그 생명체에 우리가 얼마나 대항할 수 있는지 잘 안다면 최소한 위태로운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제 최대한 내가 본 것을 떠올려 기록하기는 했지만, 그 크기가 너무 크고 또 절벽에서 바다의 생명체를 보는 특성상 보였다가 보이지 않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이에 부분적으로 본 것을 종합하여 떠올린 것이 어제의 기록이다. 그렇기에 내가 본 기록으로 그 정체를 추정해 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것을 더욱더 관찰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보이지 않으니, 어제 떠올린 것을 기반으로 최대한 그 정체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실존하는 동물로 한다면, 악어와 뱀의 중간쯤 있는 것 같고 사실 용과 가장 비슷한 것 같지만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또 내가 알기로 용은 하늘을 나는 동물이지, 바다에서 사는 동물은 아니다. 아니면 혹시 저것을 보고 용을 상상해 낸 것은 아닐까? 어차피 용은 상상의 동물이니 하늘을 난다거나 바다에서 산다는 것을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그렇게 말한다면 용의 생김새 또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가? 또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이상하리만치 그 생김새가 많이 닮아있다.
일단 다시 그것을 보기 전까지는 용이라고 생각하자
0000년 0월 07일
그것이 처음 발견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발견하고 우리 마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도 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오늘은 우리 마을의 변화를 기록하려 한다. 우리 마을에서는 급하게 회의를 열어 저 생명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일단 마을의 수호자인 내가 중심이 되어 저 생명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고 마을 안에서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아직 저것을 물리칠지 쫓아낼지 놔둘지는 정하지 않았다. 아직 저것의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을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남쪽의 바다를 관찰하는 사람만 두기로 했다. 한 가구당 한 명씩 감시하게 했는데, 적합한 사람이 없는 두 가구를 빼고 40가구에서 한 명씩 뽑았다. 한 사람당 4시간 12분씩 감시하면 하루를 맞출 수 있었지만, 교대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앞뒤로 약간의 시간을 더해, 한 사람당 4시간 30분, 즉 일주일에 4시간 30분씩 40가구가 돌아가면서 감시하기로 했다. 나는 그것이 발견되는 즉시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남쪽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0000년 0월 12일
새벽에 그것이 다시 목격되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것을 보러 나갔다. 분명 그 큰 덩치를 보니, 저번에 발견되었던 그 생명체가 맞는 것 같았다. 다만 새벽이라 그 모습을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생명체는 잠시 모습을 보이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사라지고 나는 마을 사람들을 다시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저것이 밤이나 새벽에 나타나도 보기 위해 불을 설치하자는 안건이 나왔는데,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불을 사용하였다가 괜히 더 큰 악재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이유로 우선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처음 그 괴물을 봤을 때도 엄청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핏 보이는 크기로는 처음 봤을 때보다 2배는 되어 보였다. 새벽이라 조금 잘못 본 것일까? 아니면, 커서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그 괴물이 가족이라도 있는 걸까? 일단은 조금 기다려보기로 하자.
0000년 0월 16일
아침에 그것이 다시 목격되었다. 이번에도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것을 보러 나갔다. 이번에는 조금 더 그것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확실하다. 다른 녀석이 온 건지, 아니면 커져서 돌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괴물은 처음 봤을 때 보다 훨씬 커졌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돌아와서 저번의 기록과 비교해 보니 저번의 기록이 꽤 자세하고 정확했던 것 같다. 겉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저번의 기록을 그대로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일단 그것은 남쪽 바다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은 듯했다. 딱히 큰일은 없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그것이 마을의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우리 마을에서 물고기는 매우 중요한 식량자원이다. 비록 북쪽, 동쪽, 서쪽 바다에서는 여전히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부족함이 느껴졌다. 특히 남쪽 바다는 가장 깊은 바다가 있는 지역으로 4개의 바다 중 가장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잡히며, 잡히는 양도 가장 많다. 또 여러 가지 유용한 물건을 수입하는 우리 마을의 무역 길도 막힌다. 남쪽을 통해 가는 무역 길이 가장 빠르고 가장 많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물리치거나 쫓아내기로 했다. 쫓아내는 것은 말이 통하는 인간도 아니고 동물을 어떻게 쫓아내도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그것을 물리칠 수밖에, 죽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어떻게 죽일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바다 생물이기에 일단 그것을 칼이나 도끼 같은 근접 무기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애초에 그 크기부터 칼이나 도끼 같은 무기로는 흠집도 내기 힘들 것 같았다. 일단 활부터 이용해 보기로 했다. 물론 활도 그리 치명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 괴물이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약점이 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기에 해볼 만한 시도로 보였다. 다행히 우리 마을에 활과 화살이 남아있었다. 오늘 오랜만에 활을 다시 잡아보았는데 남쪽 바다 끝에서 그것을 맞추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일단 그것을 괴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