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설 설 타령이 한창인 때였다. 어머님의 설 준비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실천 또한 빨라서 해가 바뀌자마자 가래떡을 빼고 강장도샀다. 연세가 들어갈수록 몸은 점점 불편해지건만 마음은 더 바빠지시는 것 같다
"두부를 해야 하는데 콩을 언제 씻냐?" 부지런하신 어머님께선 돌아서서 두부 할 날을 찾고 계셨다.
해내야 할 일은 많은데 뜻대로 잘 안되니 그 틈새로 생뚱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님 계획 말고 나는 무얼 준비하며 설을 기다리지? 그러다 반짝 떠오른 것이 있었다.
명절날이 되면 제사 음식하랴. 상 차리고 치우랴 동동거릴 나와 동서들이 화사한 치마를 색깔별로 입고서 일하면 치마색을 보면서 기분이라도 좋아지길 기대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이름하여 '화사반란'을 기획한 것이다.
그보다 먼저 막내는 수의사면허 시험을 치루기도 전에 출근할 동물병원을 미리 맞춰놓고 있었다.
설 지나 2월이면 신입생등 찾는 사람이 많아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근무할 병원과 얼마쯤 떨어져도 괜찮은지 등등 딸에게 미리 생각한 곳을 찍어서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흘도 안 돼서 미리 봐준 방이 나갔다는 안내가 뜨곤 했다.
틈틈 동서들과 같이 입을 치마도 보고 있었다. 한복 대신 입고 세배까지 하면 좋을 것 같아 긴치마들로만 검색했다. 키나 체형이 각각이라 허리도 밴드처리된 것으로 골라서 사철용과 겨울 니트형으로 찾아두었다. 멀리 있는 동서들에게 의견도 물어가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깔별로 장바구니에 넣었다.마지막에는 딸들과 질녀 것까지 다 챙겼다.
하지만 사철용과 겨울용 중에서 갈등하다 결제 못하고 밤이 지나간 다음 날 열어보니 그만 배송날짜가 설 다음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눈호강하면서 웃을 일은 다 날아가 버린것이다.
그런 중에도 설 되기 일주일 전쯤엔 두부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날들의 일정은 미리 예정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미리 약속한 방은 사라지고 다른 방들을 보겠다고 약속한 날이 하필이면 두부 할 날과 겹치게 되었다. 기다리다 지친 어머님께서는 아버님과 같이 두부를 하셨고 그러다 보니 할 일 없는 하루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