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30년도 훨씬 전인 90년대 초반 어느 늦여름이었다. 남편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시골마을마다 기웃대며 처녀 총각을 찾아 중매를 서는 일을 하는 할머니가 어느 날 내가 태어난 동네까지 물어물어 찾아오셨다. 그렇게 어찌어찌 밀고 당김도 없이 어부지리로 끼워 맞추고 보니 한 사람은 살짝 맹하고 또 한 사람은 살짝 꽁한지도 모른 채 부부가 되었다.
맞선 보는 자리에 어머님과 나란히 앉아있던 남편과의 대화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머리가 어깨에 닿을만치 길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긴 머리로 맞선 자리에 나타난 모습에 인상을 쓰는 대신 얼마나 바빴으면 머리 깎을 겨를도 없었을까? 하고 나도 몰래 손가락 하나를 이미 접었던 것이다. 모내기 준비가 한 창인 때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나의 허수였다. 결혼식장 가기 전에 무려 세 번이나 이용소를 갔다는데도 보통남성들의 긴 머리 수준이라 6월 말경 식장에서 땀께나 흘렸었다.
이후 이용소 이용은 명절 앞에 한 번씩 여성의 단발머리길이쯤 정리하러 가곤 했다. 그렇게 아끼고 아끼던 머리길이가 다시 한번 짧아진 것은 큰 시누 혼인을 앞에 두고 온 식구들의 등살에 귀가 보일 정도로 자르긴 했었다. 이용소 이용은 그때 이후로 한 번도 가지 않았으니 십오 년도 훨씬 전일이다.
그간은 남편의 머리길이 따라 스타일은 계속 바뀌었다. 그냥 늘어뜨리다가 귀뒤로 묶더니 어느 때부턴가 양갈래로 바뀌더니 정수리에서 묶기 시작한 이후에는 한번 틀고 또 돌리다 보니 아예 상투머리가 된 것이다.
일할 때나 외출 시에는 모자 속에 가려지니 그냥 늘어뜨리던 이전과는 달리 다른 사람 눈에는 외려 더 단정해 보인다.
하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할 때나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을 때 풀어놓은 머리 길이는 얼핏 봐도 허리에 닿을듯하다. 이젠 누구도 머리를 깎으라 마라 말을 않을만치 남편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돌아가신 시할아버지께서 평생을 상투머리로 사셨다고 종종 얘기하더니 앞으로 남편 또한 다른 사람들 이목에는 상투 툰 남자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