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살다 보면 17

희비가 맞물린 1박 2일

by 하리

초등동기 연말모임이 뿌득 뿌득 다가오니 살짝 들뜨고 있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못 만날 수도 있겠으나 기다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움직여서 밥상이 푸짐하니 때마다 신이 났었다. 하지만 춥다고 덜 움직이는 데다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라 예민한 신장 검사를 예약한 것도 하루 전이었다.

하필이면 마당가에 서걱대는 만수국 대를 한 줌 쥐고 뽑는 시늉을 하는 중에 그만 흙이 튀어 눈에 들어가 버렸다.

애초 계획한 장 가르기와 동지팥죽 끓이기는 날아가 버렸다. 삼십여 분간이나 나름의 노력을 했건만 여전히 눈은 따끔거리고 앞 시야가 흐렸다.

불편한 상태로 읍내 안과에 갔다. 제법 큰 티끌이 들어간 데다 안압까지 올랐다며 살짝 긁혔으니 안약을 처방해 주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처음 아플 땐 신장검사예약을 취소할까도 했으나 안약을 넣고 나니 견딜만해서 다시 차를 몰았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도착해서 검사하니 지난가을보다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이전 같으면 금세 풀이 죽어서 울적했을 텐데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다음 신발 수선을 맡기기 위해 움직였다. 지하상가 신발가게 앞에 널브러진 것 중에 하나를 집었다. 분명 사이즈는 한 치수 작은데 가볍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잘 골랐다며 딱 한 켤레뿐이라 싸게 내어놓았다는 주인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사람들이 똑같은 거 없냐는 부러움의 말을 들었다. 신발을 맡기고 다시 지하로 내려왔다. 이번엔 창고매장 앞에 멈췄다.

맘에 드는 신발도 싸게 샀겠다. 그냥 지나쳐도 될 법한데 슬그머니 들어갔다.

적은 비용으로 기분전환하기에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쇼핑만 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짜장 한 그릇 값으로 순식간에 예상치 못한 물건을 셋이나 골랐다. 그중에 하나는 나눔도 했다.


집에 도착하니 하루 해가 꼴딱 넘어간 뒤였다. 어쩌다 병원순례와 쇼핑까지 해서 나른한 채 잠들었다. 다음날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 이상 울적할 틈도 없었다.

한밤중에 브런치 알림에 초록불이 켜졌다. 누군가 잠이 오지 않아 내 글을 읽고 하트를 눌렀나 보다 했다.

다음날 아침 브런치 알림글을 보고 놀랐다. 평소 수준이 아니었다. 읽어본 독자가 천 단위를 넘어서고도 또 읽히고 있었다.

브런치에 글 쓰기 시작한 지 꼭 만 3년 지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열어볼 때마다 단위가 올라갔다. 어느새 만단 위가 되자 아이들의 단톡에 올렸다.

'웬일이지?'란 반응과 함께 축하해 주었다.

그 알림은 만 하루가 되자 2만을 돌파했다.

정말 가슴이 울컥했다. 하마터면 울뻔했다.

그때쯤 펜션에서 친구들과 윷놀이를 하는 중이나 연신 지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오르락내리락 희비가 맞물려서 힘껏 웃지도 슬퍼하지도 못했지만

흰 눈이 살짝 쌓인 펜션의 아침은 또 다른 추억이 되었다.

주먹만 한 종양을 달고서도 근근 버티며 환갑을 지나고 보니 그저 하루하루가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