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살다 보면 16

창가 볕이 눈부셔

by 하리

영하 8도, 어제 종일 세차게 바람 불더니 기운이 뚝이다. 바야흐로 겨울이 본격적이다.



12월 초의 김장을 시작으로 그간 소홀했던 지인들과의 안부를 묻거나 연말모임이 잦다.

모처럼의 휴일 아침인데 애초 계획과 달리

코가 시리고 손이 시리다며 다시 방이다.

월 계획표를 보니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 휴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만치 일만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저 아침 10시쯤 집에 머무를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한두 번뿐인데 오늘이 그날인 것이다.

한 달에 반이 될락 말락 한 유료봉사 해설사 배치일엔 도시락준비에다 옷은 뭘 입을까 찾으며 화장도 해야 한다. 또 혹시나 위치를 착각할까 연신 계획표를 들여다본다.

간혹 텃밭이나 마당 돌보다가 화장도 채 못하고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집을 나설 때도 있다. 더 심각한 날은 미처 입력하지 못한 예약 손님이 이른 시간에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은 때다.

그런 나름의 소득 없이도 아침 일찍 집 나설 일은 많다. 해설사 배정된 날 버금갈 만치 나들이나 모임이 빼곡했던 지난 일 년이다.

그런저런 부산함을 뒤로하고 어쩌다 누리는 느긋한 아침이 어쩐지 어색할 뿐이다.


모처럼 집에서 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네로(검은 고양이 이름)가 마루에서 일광욕 중이다.

이제 몸을 일으켜 세탁기는 돌리고 멸치 똥 빼고 손빨래도 할 생각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마당가에 거무티티한 채 서걱대는 만수국 대에 낫을 댄 뒤 고구마 캐낸 흙밭 걸어야겠다.

참! 오늘도 외출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해거름에 책 하나 들고 방송 녹음하러 갈 것이고 저녁엔 지역 문협 총회가 있다.

한창나이에 병치레로 힘없이 늘어져 있던 것에 비하면 하루하루가 다 감사한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