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비로소 시 8

그저 시다

by 하리

벨이 울린다


마루에서

참새 떼 노니는 소리

얇은 빛 스멀스멀

유영하다


마늘 깐 어깨

젖어서

휴지 붉히던 콧물

어쩔 거냐 조바심이다


세상은 저리 펄럭여야 한다고

대나무가 누워서 슬프다고

외쳐야 할 목소리는 자꾸 잠긴다고

배나 마음이나 고픈 건 매양 한 가지라고


힘내라

말하라

알려라

살려라


할아버진 눈치로만

아버진 속으로만

아들은 글로만

알았다 치자


따스해야 할 때 춥고

시원해야 할 때 덥고

말해야 할 때 더디고

나가야 할 때 멈춘다면


언제 웃고

기쁘고

보람차고

신날 거냐


그 생각만 해도

꽁꽁 여며도

살아 있겠거니

올리는 전화 소리가


그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