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오프가 시작됐어 다행히 내가 속한 Risk부서는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적었어. 몇 명의 높은 분들이 나가기도 하셨지만 대부분 마케팅과 서비스분야에서 레이오프가 컸지.
C사가 주던 비즈니스의 규모가 사라지게 되니 회사의 롱텀과 숏텀 목표에 갭이 크게 생겼고. 리더들은 갭을 메우기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고 결론은 회사 내에 소비자/스몰비즈니스 분야에 대출을 키워야 한다였어. 기존의 수수료위주의 비즈니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느낀 거였어.
Home grown컬처를 가진 A사에서 자란 팀원과 리더들에게는 사실 대출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이 없었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인 “운” 미국에서는 Right place at the right time이라 말하는 상황이 나에게 펼쳐진 거야. D사에서 가지고 온 대출분야의 경험 그리고 90일을 마치며 보고한 Pricing 프로젝트가 그룹장인 SVP D 씨 눈에 들어간 거야.
D 씨는 내가 지금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야. 사실 회사 다니면서 그동안 롤모델이라는 사람을 회사 내에서 찾기는 힘들었어. 하지만 D 씨는 리더십 롤모델이라는 나의 갈증을 딱 채워주는 사람이었던 거야. 물론 처음부터 그걸 알지는 못했고 7년 넘게 함께 일하면서 느낀 점이야. 이분은 정말 MBTI의 I이셔. 하지만 높은 자리에서 자신의 말의 무게를 알기에 미팅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아니면 자기 조직의 Townhall에서도 정말 말토시 하나하나 준비를 많이 하셔. 그리고 뱉은 말에는 항상 책임을 지시고. 이분의 눈에 들면 그 사람이 회사 내에서 더 큰 영향을 키울 수 있는 자리로 갈 수 있게 물심양면의 노력을 해주지. 그리고 연말보상을 제대로 챙겨줘. 그걸 알기에 더 사람들은 이분의 조직에 일하고 싶어 하고. 이분의 말하나하나는 SVP이지만 EVP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해. 결국 이분은 5년 후에 A사의 CRO가 되셨지.
아무튼 D 씨는 나에게 Pricing 프로젝트를 전폭으로 지원해 줬어. 매달 있는 CEO에게 보고하는 자리에도 나를 데리고 들어가고 하면서 프로젝트를 정말 회사 내 모든 사람들이 아는 프로젝트로 만들었어. 팀원도 미국 내에 3명 인도에는 팀하나를 나한테 리포트시키고. 게다가 회사 내에 높은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분기별 1대 1 미팅을 잡게 해 줬어. 덕분에 미국사업부 마케팅 US Lending SVP, 인터내셔널 사업부 SVP 등등 과도 개인적인 미팅을 갖게 해 줬지.
전폭적인 지지 속에 Pricing 프로젝트는 실현이 되었고 회사전체의 Yield를 1% 이상 (회사사이즈를 생각해보면 1%는 조단위 크기야) 향상했다는 평가를 지금은 받고 있어. 결국 연중에 셀러리 조정을 한번 그리고 연말에는 거의 최고평가를 받았어. A사의 보너스는 아주 투명해. 직급별로 Cash보너스 타깃이 있고 (난 20%였던 걸로 기억) 개인 성과에 따라 0.5배에서 2배까지 변해. 게다가 회사실적이 좋으면 전체에 1.2배, 1.5배 이렇게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매년 모든 직책별로 부서별로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 이걸 Calibration 세션이라 하는데 다른 팀들의 리더들이랑 싸워서 이겨야 해 팀원들의 보너스를 챙겨주려면. 딱 상위 10%는 A급, 10-30%는 B급 이런 식으로 매년 보상 수준이 결정되기에 아주 intense 해. 디렉터는 또 상위 30% 안에 들면 RSU를 받아.
결국 연말에 아주 좋은 보상이 나왔고 무엇보다 회사 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간 거 같아 너무 행복한 한 해였지. 한 해의 시작은 정말 바닥처럼 보였는데 그게 기회였어. D사에서 사업부가 날라 갔을 때도 그게 기회였듯이. 막상 닥쳤을 때는 그게 기회인 줄 모를 수도 있어. 열심히 준비가 되어있는 수밖에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면.
아래는 출근하면서 찍은 매일 오가던 Ocu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