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잡아준 이사업체가 와서 가구등 모든 것을 빼갔어. 우리는 옷가지와 딸장난감 같은 것만 들고 집을 비웠지. 급작스레 결정된 호주행이기에 내가 먼저 호주를 가고 와이프랑 딸은 1달 동안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1달을 한국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 후 나에게 조인하는 계획을 세웠어.
그동안 사귄 많은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7월 28일 비행기를 탔어. 경유시간 포함하면 27시간 걸리는 거리라 결국 비행기는 7월 30일 아침에 시드니에 도착하게 돼. 첫 3달은 회사가 준비해 준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의 투베드 콘도였어. 달링하버가 바로 앞인.. 콘도는 가구가 다 들어가 있는 퍼니시드 아파트 여야했어. 미국에서 보낸 짐이 통관까지 거의 3 달인가 걸린다니.
30일 도착 31일 휴식 8월 1일 출근이었으니 힘든 일정이었지.
A사의 오피스는 시드니 다운타운에서도 고층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아래사진의 바랑가루라는 곳에 12층 건물하나를 사용하고 있었어. 건물 내부는 리모델링이 다 된 오픈스페이스로 오히려 뉴욕본사보다 더 쾌적한 멋진 건물이었어. 이제는 VP이기에 3면이 유리로 된 오피스에 페루출신 L 씨가 비서로 붙었고 일단은 현재 호주 CCO의 후계자이기에 앞으로 1년간 일을 배우는 게 계획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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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ef Credit Officer는 회사 P&L 중에 Net Loss Provision이라는 신용리스크를 책임지는 사람이야. 신용상품의 승인, 한도, 이자율, 한도조정, 채권추심까지 모든 크레디트 라이프 사이클을 담당해.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궁극의 목표는 이익을 최적화하는 것이기에 일부러 이익증가를 위해서 리스크를 더 늘리기도 하지. 물론 회사전체의 Risk Appetite한도 안에서.
현재 CCO는 H 씨인데 해외사업부의 베테랑이야 이미 호주에서 4년째 CCO를 하고 있고 그전에는 인도 CCO 4년 그리고 싱가포르 CCO 3년 등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 오세아니아를 다 담당한다 해도 호주 인구는 고작 2천5백만 밖에 되지 않아. 뉴질랜드는 5백만 겨우 넘고. 그래서 리스크 조직에 VP 두 명이 오세아니아에 있는 게 말이 되지 않아. 하지만 1년 후에는 모든 것을 물려받는다는 조건으로 왔기에 일단 현재분은 기업부분, 그리고 나는 소비자 부분을 맡기로 했어. 그리고 H는 Market Executive Committee를 참석하고 나는 Market Operating Committee를 참여하는 것으로. 내 팀은 소비자사업부가 처음인 디렉터 J랑 8명의 팀원들 그리고 인도에는 해외사업부를 서포트하는 큰 조직이 있었어.
호주는 당시 내업계에서는 큰 변화를 겪고 있었어. 새로운 대출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면서 빅 4 은행이라는 CBA, NAB, ANZ and Westpac은행들부터 규제를 적용하고 있었고 우리는 내년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규제 적용 전 마지막으로 엄청 많은 마케팅 버짓을 쏟아부으며 지난 1년 반정도 엄청난 성장을 했고 그를 통해 현재 CCO도 승진을 했지 그리고 더 큰 롤을 위해 이제 떠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고. 그래서 미국본사에서는 눈부시게 성장하는 마켓이고 특히 대출분야가 성장하는 마켓이기에 내가 그래도 잘 맞는구나라고 생각한 거 같아.
그리고 신용평가사의 데이터가 선진국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었어. 마치 제3세계 신용평가사처럼 대출상환을 못한 블랙리스트만 가진 수준. 각 개인이 어느 정도의 대출금이 있는지 몰기지는 몇 개를 가지고 있는지 전체 대출한도는 얼만큼인지 알 수가 없어. 정부가 신용평가사 정보를 대폭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지만 영국 그리고 유럽처럼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법이 무척 강해서 왜 그 정보를 신용평가사가 가지고 있어야 하냐로 반발이 있었고.
아무튼 고객들의 우리 회사와 상품을 바라보는 포지셔닝도 다르고 법도 다르고 마켓의 규모도 다르고 데이터도 다 다른 기존처럼 90일 계획을 세우며 접근했지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았지.
아래는 조깅길에 만난 오페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