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일적응은 어나더 레벨이었어.
새로운 대출규제를 내가 온 지 6개월 안에 적용해야 했으니 테크팀과의 조율 비즈니스 임팩트에 대한 조정 그거에 따른 새로운 단기목표 설정 등등 할 게 너무 많았어. 게다가 규제를 적용하기 전에 쏫아부었던 마케팅 비용도 규제적용 후의 임팩트를 모르니 여러 가지 가설과 시나리오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년 예산을 얼마나 요구해야 할까도 답이 없는 상황이었어.
호주에 오자마자 금방 느낀 사실은 서양문화권이지만 살짝 동양문화가 섞인 느낌.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올라서 그런지 젊은 호주인들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어.. 심지어는 옆팀의 백인여자애가 이쁘게 담긴 도시락을 먹기에 능력 좋다 이쁘게 도시락 꾸밀 줄도 알고 했더니. 어머니가 싸줬데… 미국에서는 생각도 못 할 일..
그래서인지 서양문화권인데도 직급에 따른 약간의 상명하복 문화도 보이고. 작은 결정은 스스로 처리하라고 (어차피 나는 처음이라 모르니) 자율권을 줘도 결국은 호주 온 지 며칠 되지 않는 내가 결정을 내리길 기다려.
그리고 아무리 이민으로 만들어진 국가라 그래도 백호주의를 1970년대까지 유지한 나라답게. 특히 회사문화에서는 다양성이 부족했어. 일화는 호주 금융권의 CCO들이 한 달에 한번 모이는 인더스트리 라운드 테이블이 있어. 호주의 빅 4 은행, ING, Citi랑 우리 회사 같은 외국계, 그리고 핀테크 CCO가 모이는 모임이야. 첫 모임에 나갔을 때 일정시작전 리셉션에서 아무도 나한테 이야기를 걸지 않았어. 나중에 정식적으로 소개가 있기까지는. 대충 왜 그런지 알겠었는데 정말 거의 95%가 50대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었거든. 젊어 보이는 아시안인 나는 아마도 윗사람이 못 나와서 대신 참석한 아무 실권도 없는 사람으로 본거지. 한 달쯤 지나고 브리즈번에서 열린 ARCA 콘퍼런스를 갔을 때 더 보이더군 이건 정말 업계의 큰 콘퍼런스야. 특히 규제 때문에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정말 빅 4 은행은 20-30명이 온 거 같더군. 관찰을 해보니 실무자급은 다 아시안과 외국인이었어 하지만 위에 임원급은 다 백인 그것도 남성.. 아마도 아시안 이민역사가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짧아서 그런 걸 지도..
게다가 부동산이 무지무지 비싸.. 스튜디오 (단칸방) 아파트 포함 시드니 평균집값이 거의 호주달러로 밀리언이었어. 하지만 임금은 미국보다 많이 낮은 편. 와이프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급으로 오피스 트랜스퍼를 했는데 거의 연봉이 반으로 깎였어. 내 팀원들을 봐도 뉴욕오피스에 비하면 역시 임금이 낮아. 그렇다고 시드니 물가가 그렇다고 뉴욕보다 훨씬 싸냐? 그렇지 않아. 여기도 많이 비쌌어.
왜 이렇게 부동산이 비싼가 알아보니
첫 번째, 신용평가사의 제한된 정보. 보통 은행은 신용평가사의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지가 얼마만큼의 대출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대출상품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 호주는 그 정보가 신용평가사에 없어. 개인이 몰기지 신청을 하면서 현재 빛이 얼마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은행으로서는 소득증명, 고용상황, 임금이 얼마나 크고 안정적으로 들어오는지 이것밖에 알 수가 없는 거지. 그리고 부동산가격이 거의 5-7년마다 두 배씩 되었기에 은행은 앞으로 오를 집값을 계산해서 대출한도를 정했지. 미국에서는 보통 연봉의 3-4배의 몰기지 대출이 나오는 반면에 호주에서는 10배 이상도 가능했어.
그러니 호주에서의 부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부자였어. 정말 호주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더라고 바비큐파티 때 가장 인기 많은 대화 소재는 부동산이래. 심지어 정부는 투자용 부동산 보유를 장려해 Negative gearing이라고 세제혜택도 주고. 한국처럼 취득세만 높지 보유세는 아주 낮아 (내가 살던 북부뉴저지는 매년 집가격의 2%가 넘게 보유세였어. 거의 매달 300만 원 넘게 보유세로만 나갔지).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에 미쳐있어. 내 팀원들의 평균 보유한 집숫자가 2.5인가 그랬으니 심지어 갓 들어온 28살 아이도 집이 두체. 시니어매니저는 거의 7체.. 그러니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저축해서 부를 늘리는 거보다 직장은 단지 꾸준한 소득증명의 수단으로 부동산 모기지를 받기에 쉬우니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어. 또 아무래도 쉽게 돈을 번 사람들이 많으니 씀씀이도 컸고 차나 명품이나 여행에서..
아무튼 호주정부도 이걸 위험으로 생각해서 소프트랜딩을 이끌고자 대출규제 그리고 신용평가사 데이터를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는 그런 일들을 추진하는 것이었고.
경치는 너무 아름답고 날씨는 온화하니 최고. 정말 맛있는 커피.. 잘 갖춰진 아시아인들의 인프라(슈퍼나 음식점 같은) 이면에는 여러 문제들이 산재한 마켓이지.
이런 것들을 파악하기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사실 일이 많이 힘들었어.
내 보스는 런던에 있고 우리 라스크의 최종보스는 뉴욕에 그리고 나를 서포트하는 많은 팀들은 인도에 그러니 내 켈린더는 하루 건너 밤늦게 아니면 이른 새벽에 미팅들이 진짜 많았어. 그래도 8시에는 출근을 했고 저녁 6시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또 미팅들이..
더 힘든 거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온 지 한 달밖에 안된 나에게 자꾸 결정을 내리라 하는 거야. 본사에서는 밟히게 많은 VP이지만 마켓에서의 VP는 높은 임원이었고 정말로 말 한마디 하나하나가 아주 큰 무게였어 행동도 조심해야 했고. 하루는 나보고 호주의 APRA라는 금융감독원미팅에서 발표를 하라네. 난 정말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 한마디 잘못하면 큰일 나는 미팅인데. 하필이면 내 전임자는 거의 3주 휴가를 떠난 상태일 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나는 혈변을 하기도 했어. 하루는 회사출근 중 엘리베이터부터 숨을 못 쉬겠더라 내 오피스에 들어오자마자 셔츠단추를 풀고 땅바닥에 누워버렸어.. 말했지만 내 오피스는 3면이 유리야.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팀원 중에 한 명이 들어와서 괜찮냐고 응급차 불러야 하냐고 물었어.. 한 10분 정도 누워있으니 괜찮아지더라고.
심장에 문제가 생겼나? 너무 걱정이 되었어 내 딸이 이제 겨우 4살인데.. 그날 오후에 회사옆에 병원을 갔는데 검사해 보더니 아무 문제가 없데… 그냥 공황장애라고..
그 와중에 첫 90일 동안 나는 인도랑 뉴욕에 1주일씩 출장도 가야 했어. 업무의 강도가 정말 어나더 레벨이었지..
아래는 브리즈번 근교 골드코스트에서 딸과.. 위에 말한 ARCA콘퍼런스에는 가족과 함께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