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이 지나고 드디어 가족들이 시드니에 도착했어.
와이프는 고작 1주일을 쉬고 출근하기로 되어있어서 당장 3가지를 해결해야 했어.
1. 딸을 위한 유치원 - 호주는 학교가 1월부터 시작해. 하우스헌팅트립에서 정한 학교는 1월부터 시작이어서 둘 다 출근을 하기에 데이케어를 찾아야 했어
2. 집 - 회사하우징은 이제 1달 남았어. 새로운 나라 도시에 출퇴근까지 고민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일단 집은 Pyrmont라고 달링하버에 가까운 곳으로 정했어
3. 자동차 - 가끔 한국장보고 아이를 등교시키려면 차가 필요했어. 그동안 90일 동안은 렌터카로 반대쪽에서 운전하는 건 충분히 연습한 거 같아 ^^
사람들이 호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냐고 물었어. 영어를 쓰는 곳이고 이미 정해져 있는 회사일을 하러 가는 거면.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을 하러 가는 것이기에 더 힘든 부분도 많았어. 일단 나는 하루 쉬고 출근했고 와이프는 딱 일주일.
시카고에서 뉴욕을 이사할 때는 같은 미국이라는 나라이니 집만 찾으면 끝. 하지만 나라가 바뀌면 모든 게 처음부터 시작이야. 간단한 핸드폰 하나를 열려고 해도 가전제품을 사려고 해도 보험을 들려고 해도 처음 와서는 생필품을 살려고 해도 미국에서 처럼 Verizon, T-mobile, Target, Wholefood, Bestbuy, 보험은 BCBS, Aetna같이 그냥 가면 되었지. 이제는 간단한 일 하나하나도 조사를 해야 해. Optus가 잘 터지는 네트워크인지 JB Hi-fi는 도대체 뭐야 Woolworth는 또 뭐하는 곳이고 Organic은 어디서 팔아? 보험사들도 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이고 보험의 조건도 다르고.. 미국에서는 30분이면 할 일을 여기서는 작은일도 공부해야 하고 모든 게 어리버리했어. 일도 바빠죽겠는데. 이런 작은 것 들 하나하나가 스트레스가 되더라고.
또 우리 딸의 적응. 미국에 있을 때는 뉴저지의 한국유치원에 보냈어. 영어는 어차피 배울 거니 한국어를 먼저 시작하게 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시드니 CBD에 사는 한 한국유치원은 없고 당연히 영어를 쓰는 유치원에 보내야 했지. 학교는 1월에 시작하니 그때까지. 유치원은 우리 회사에 딱 붙어있는 몬테소리 유치원을 보내기로 했어. 그나저나 호주의 유치원 비용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어 아마도 나라에서 보조가 있으니 가능한가 싶은데 나같은 외국인에게는 해당이 없었고 매달 $5000불 이상 들었어. 컥 이건 학교가 아니라서 주재원 베네핏에도 커버가 안되는. 우리 회사 3층에 내려가면 콘퍼런스룸이 있는데 거기 유리창으로 유치원을 볼 수 있어. 12-1시까지 아이들은 유치원 놀이터에서 쉬는 시간이야. 나는 가끔 점심시간에 시간이 나면 내려가서 지켜봤어 잘 지내나.
우리 딸은 상당한 쾌활한 아이야. 자라며 거의 울지는 않았고 너무너무 잘 웃었지. 친구들도 많았고. 낯선 땅에 말도 안 통하는 유치원이 딸에게는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 우리 둘 다 일을 하니 8:30부터 5:30까지.. 긴 시간을 아무 말도 안 통하게 있으니. 가끔 3층에서 놀이터를 보면 대부분 우리 딸은 혼자였어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놀려고 해도 말이 안 통하니 결국 친구들이 피하게 되더라고. 그걸 부모로서 보고 있는 것은 정말 맘이 찠어지더라고.
확실히 미국 내에서의 이사와 나라를 바꾸는 이사는 난이도가 하늘땅이었어.
와이프도 미국세법을 알지 호주세법은 처음이고 같은 회사여도 문화가 다르고 클라이언트도 바뀌니 많이 힘들어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거의 한달을 눈주위가 다 빨갛게 부어오르기도..
주재원을 나올 때 많은 리더들이 한 이야기가 있어 첫 90일은 가족을 많이 신경 쓰라고. 너야 호주 간 첫날부터 부하직원이 있고 협력팀이 있고 게다가 높은 자리로 가는 것이니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잘해줄 거라고. 하지만 가족은 생판 모르는 곳에 심지어 딸은 말도 안 통하는 곳에 친구도 친척도 없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라고 너보다 100배는 힘들 거다라는..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이야.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해지네. 내가 과연 가족들을 잘 지켜주는 아빠였나 싶고.
힘들었지만 다시 보니 그리운 달링하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