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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a Oct 24. 2021

코로나 시대의 런던 6.

ep 6. 코로나 시대의 연애

    영국에 와서 홀로 있으려니 항상 처음에는 그렇듯이 무작정 외롭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외국 친구들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코로나 이전에는 사실 외로울 일 자체는 별로 없었다. 파티에 초대받으면 거절하는 법도 거의 없었고 펍이나 바에 혼자 가서도 어색하지 않게 새로운 사람들과 몇 마디 주고받으며 친해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다른 도시는 런던만큼은 아닐것이다. 듣기로는 런던에 실제 비이민자 영국인은 30%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은 영국에 일하러 온 다른 유럽국가 출신이거나 비유럽국가 출신으로 비자를 받고 일하러 온 사람들*, 유학생, 불법 체류자, 이민자(난민포함) 또는 그냥 부자라서 본업은 투자자면서 런던에도 집을 사서 거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완전히 떠나기 전까지는 유럽연합소속 국가 국민들은 영국에 와서 경제활동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을 받지 않았다. 즉, 비자도 필요가 없었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사라져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학교가 문을 닫아 유학생들도 코딱지만한 기숙사에 갇혀있을 바에는 돌아가겠다 하여 가버린 사람들이 80% 이상이다. 그러니 런던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줄었을 지 상상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 킹스크로스 근처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과거에는 악명높은 구역이었지만 이제는 세계적 IT기업들이 들어서며 가장 힙한 곳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소개팅을 많이 하지만 런던에서는 파티에서 만나거나 자기가 알아서 구하겠다는 사람들은 데이팅 앱도 많이 사용한다. 여기서 주로 사용되는 데이팅 앱으로는 틴더(Tinder)나 힌지(Hinge) 등이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 학교친구 중 하나가 학기 초반에 알려주었는데, 막상 해보려니 약간 망설여지는 감이 있어서 실제 시도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국에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바랄 수도 없게 되었으니, 비대면 서비스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영영 소셜 버블 없이 혼자 말라죽을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남자를 찾아나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닥치는대로 일단 구해보자 하고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다. 어떤 것이 더 유용(?)한 지 실험해보고자 두 앱을 동시에 돌려보았는데, 여름 끝무렵부터 플라워스쿨에 다니기 전까지 한 달 동안 쓰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이 사람 많은 도시에 외로운 사람 많고 쿨한 척 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애인있는 사람도 많다. 

이 세상에서 가장 꼬시기 쉬운 남자는 유부남이다. 자식 유무와는 관계 없으며 오히려 시간 유무와는 관계 있다.

내가 인기가 없는 탓일까? 나와 매칭되는 남자들의 인력 풀이 그리 다양해보이지는 않는다. 틴더는 신원도 더 불확실한 대신에 힌지보다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되어 있고, 힌지는 나오는 사람이 또 나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학교나 종교, 키, 흡연, 위드(weed), 자녀유무까지도 공개하는 옵션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확실히 내가 추구하는 유형의 사람인지 아닌지 미리 거를 수 있다. 

앱 운영자들도 정부와 시민들의 압박을 받는 것인지 매칭되면 "Dating from home" 메시지가 나온다.  그리고 대화를 좀 나눈 것 같다 싶으면 페이스톡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한번도 시도해본 적은 없다. 

여자들이여, 제발 프리섹스를 쿨한 것이라고 세뇌시키는 남자들을 멀리하시오. 상대의 자기소개에서부터 not too serious이라거나 cool이라든지 fun 같은 단어가 보인다고 해보자. 그럼 일단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여성분이라면 조금 경계할 필요는 있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개인적 경험으로 한국보다 런던에서는 대체로 피임을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아서 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 같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자는 남자보다 '그 쪽' 질병, 특히 면역에 훨씬 취약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이 생물학적 차이는 차별이 아니다. 그리고 진정한 평등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변형된 세포(?)가 있다고 해서 수술을 해야만 했다. 큰 수술은 아니었고 변형된 세포를 떼어내는 작업이었는데, 잘 끝나서 지금은 다시 새살이 돋아났고 위험 인자도 사라졌지만 unprotected sex나 어떤 우발적 사고의 위험성이 단순한 임신 예방의 문제에 국한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이렇게 힘들게 깨달았던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처음 만난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오르가즘을 느끼기는 커녕 자신도 모르게 더 긴장하기 때문에 근육이 수축해서 아픈 경우가 더 많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는, 그가 아무리 외적으로 뛰어나고 스윗하더라도, 내가 심적으로 믿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내 몸은 자연스럽게 긴장한다. 이것은 무의식의 차원이라 무어라 더 설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원나잇이라든지 경험치를 쌓는 행위들이 여자 스스로에게는 좋은 것은 아니다. 질병과 쾌락 두 가지 모두의 측면에서. 남자도 그렇겠지만 여자는 섹스가 주는 감정적인 교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몸이 열리기 쉽지 않다. 물론 그럴 수 있는 여자도 있겠지. 건강만 허락된다면 그런 여자들처럼 되고 싶기도 하다. 몸 따로 즐겁고 마음 따로 즐거운 경험을 아직 해보지 못했다.

 

데이트를 할 때 다이어트 압박은 잠시 내려놓고, 달콤한 것에 후한 남자를 만나면 더 기분이 좋다. 제피도 나도 좋아했던 런던 중심부에 있는 이탈리안 치체티(Ciccetti)

    우리 할머니는, 이번 코로나는 어쩌면 노령인구가 과도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인구를 조절하려는 자연의 반응일지도 모른다고 하신다. 인구란 무엇인가. 지금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증가율 최상위의 국가들은 어떤 나라이며 어떤 계층의 인구는 그리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가. 일이 너무 바쁘고 사회적으로도 잘나가는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 유전자가 열등해서? 너무 우수한 유전자만 양산되는 것도 인류에게는 좋지 않다. 자연과 바이오시스템은 더욱 빨리 무너질 것이다. 보통에서 약간 우수한 유전자가 더 빠르게 증식되는 게 보통이고, 지구 반대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는 상당수가 오래 살지 못하거나, 살아남더라도 그보다 위에서 포식하는 집단이 계속 누리고 싶어하는 높은 수준의 생활을 지지해주기 위해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어쩌면 이렇게 한번 두번 즐기기만 하는 남자와 여자가 늘어나는 것도 인류의 자동적인 인구조절장치가 아닐까. 성적 질병도 이리저리 여성에서 남성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다니며 일부 여성 또는 남성의 생식기능을 무력화시키고 결국에는 자연적으로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내용이 당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몸이 아픈 동안 정신도 성치는 않았던 듯 싶다)

    코로나 시대의 데이트 이야기를 하다가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로 샜다. 아무튼 결론만 말하자면 코로나 시대에 연애하기 참 힘들다. 서로 감정적 유대관계를 쌓는 과정이 생략된 채로 유사 연애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그런 것을 생략한 채로 오르가즘에 이를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회의적이다. 비대면 연애는 나하고는 안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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