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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stEdition Aug 01. 2023

화씨 99.9

마음에도 끓는점이 있다면

평소 일상에서 철저하게 감정관리를 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특정 사건 하나 때문에 하루 전체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원하는 것에 대한 결값이 필요할 때, 딱히 내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렇듯 내 마음의 온도는 36.5°C에 항상 머물러 있다.

딱히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뜨뜻미지근한 온도.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아 누군가에겐 무미건조한 온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인간미 한 스푼 느껴질 만한 온도.


엉겁결에 일요일 황금시간대를 그녀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세 번째 무지성 만남 제안, 낮 두 시부터 아홉 시까지 약 일곱 시간여 정도


생면 부지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으로 밥 먹고 카페 가기 or 카페 갔다가 밥 먹기

덧붙여 어쩌다 마시는 한잔 술 정도가 뻔한 레퍼토리겠지만


데이트(?)가 끝나고 그녀는 내게 말한다.


"오늘도 덕분에 너무 신나게 잘 먹고 잘 놀았어요"


일반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딱히 거창할 것도 없는 하루였다.

그저 그녀가 좋아할 만한 카페를 찾았고, 아는 맛집을 한번 더 갔을 뿐이고


여느 30대 중반 직장인이라면 쓸 수 있는 비용 정도에 차량 픽업과 드롭으로 인한 약간의 수고로움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함이 피어오른다.


네이버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랑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그저 사전적 의미대로만 사랑하면 된다고.


늘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기에 앞서

사람을 좋아하는 내 모습이 좋은 건지,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후자여야만 건강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에

섣부른 어프로치로 서로의 마음이 멍울지지 않도록.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지 이 사람의 일상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음을,

그저 내가 당신을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뿐이었음을 다시금 자각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함 조차 특별함이 되는 온도

인간의 체온보다 약 섭씨 1.3도 높은 온도


그런 지금 내 마음의 온도는 어느덧 화씨 99.9도



0.1도만 깊어지기를

#섭씨 100도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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