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우울증 약을 끊기로 했다. 약의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이다. 몽유병 증상이 깊어져 언니는 내가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 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나를 지켜야했다.
약의 부작용은 몽유병뿐만이 아니었다. 손이 떨리는 증상은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곤 했다. 중요한 일을 발표하려고 하면 우선 정신이 다운되고 팔떨림 증상이 이어서 왔다. 목소리가 떨리고 몸까지 떨리게 될 때는 내가 마치 무능력자이거나 직면한 일에 두려움으로 떠는 것 같아 자존감이 무너지곤 했다.
약을 끊은 지 5일째 아직까지는 약을 먹을 때보다 컨디션이 더 좋다. 의사는 약을 중단하면 분명히 재발을 할 거라고 경고 했지만 내가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견뎌 보자.
열흘 전에는 삼십 년 넘게 자식같이 키워왔던 조카가 결혼을 했다. 일명 사돈이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특이한 사람들이라 우리 가족은 결혼을 허락하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당사자들이 서로 좋다는 데야 어찌 당할 수가 있겠나. 한 가정을 이뤄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은 신랑과 신부이니 부모를 비롯한 우리는 이미 제3자다. 부디 상대 부모가 결혼식장에서 말한 대로 조카부부의 삶에 관여나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언니는 조카를 보내고 허탈감에 일주일 동안 무기력증을 앓고 일어났다. 오래 전 인연이 찾아와서 힘을 내고 있는 듯 하다.
한 달 동안 고군분투하며 해오던 책 작업을 24일째에 포기하고 말았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광고에 이끌려 시작한 책쓰기 미션이었는데 어이없게도 시스템 이상을 겪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못쓰면서도 매일 미션은 열심히 임했는데 글 업로드가 안되는 데에는 짜증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책을 내봐야 무엇하나... 그리고 진짜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이었나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누군가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때라야 진정성 있는 글이 나오지 않겠나 싶었다. 시간과 정성은 들였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있으리라 믿어 본다.
추석연휴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준비했던 파일럿을 마쳤다. 1차로 선보였을 때 결과물이 처참하여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창피함을 느꼈다. 추석 연휴 열흘 동안 오직 이 일에만 집중했다. 이번 일처럼 성심을 다 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일에는 이번 일만큼은 미치지 못하더라도 진심을 다해 임해야만 한다는 다짐을 한다. 파일럿을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지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그 외에도 일들이 매일 일어났고, 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갔다. 가장 굵직한 일들을 남긴다. 브런치와 더 친숙해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