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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거대한 축

2019년 9월 1일 일기

2019년 9월 1일에 작성한 일기.

과거 일기를 이곳에 올리려고 정리하다,

방금 전에 올린 일기와 마찬가지로

이 일기도 엄마를 떠올리며 쓴 것이길래

같은 날 남겨둬본다.


수정은 하지 말자.


2019.09.01


내 안의 거대한 축


태어난 후로 매분매초가 지날수록

나의 어느 부분은 단단해지고

어느 부분은 거의 원래 형태가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게

허물어졌다.


그 부분부분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축이 맞지 않게 된 나는 여기저기 흔들렸지만

무너져내리지는 않았다.


내 안의 가장 거대한 축은

내 안의 거대한 사랑이었는데

이 축은 내가 태어난 후로 매분매초가 지나도

바래지않고 내 안에 심어져 위로 옆으로 꿋꿋이 자라났다.


미안할 일

미안함을 받을 일

미움을 사는 일

그 모든 것들을 안 하고 살 순 없지만,


나에게만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돼.


라고 내가 태어난 후로 한번도 변함없이 말해준 나의 엄마.

모두 그 덕분이다


이 거대한 축이 없었다면

나약하고 멍청하기 그지없는 나는

어디로 어떻게 똑바로 서야할지 모르고

그저 떠다니다가 후회에 뒤덮여 객사한 사람처럼

결국은 되어버렸을 것이다.


이 거대한 축은

누가 발을 걸어 넘어트리려고 작당을 해도

절대 넘어가지 않는 나만의 것이다.

나도 아직 만들지 못한 나만의 것을

나의 엄마는 내가 태어나는 순간 내 안에 만들어 심었다.


이 거대한 축은

그녀가 더이상 실체로 존재하지 않아도

내 안에 존재하겠지만

그때가 다가오면

아마 나는 죽고 싶어질 것이다

애통이 터져 그냥 소멸되고 싶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축만은 사라지지 않고.

내 실체마저 사라지는 때가 오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이곳에 남아

축없이 흔들리는 이들에게

고루 나누어지기를.

이 세상에 이 거대한 축을

내가 나의 엄마를 대신해 남겨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보는

오늘의 밤이다.


by han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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