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에 물린 아이는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2021년 1월 22일 일기

2021년 1월 22일 아이폰 메모장에 작성한 일기.

아주 어렸을 적 살던 집은 골목 하나를 거쳐야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 골목엔 늘 개가 많았었다.

그 골목을 엄마와 매일 오르던 때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작성한 일기.

올리려고 보니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미완성 글을 보이는 연습을 하기 위해 그대로 올려본다.

이건 일기니까!!!





2021.01.22


개에 물린 아이는 개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개의 이빨에 여린 허벅지를 두 번이나 관통당한 적 있던 여자가

자신의 조그마한 아이를 등에 업고

개들이 어슬렁거리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개들이 발목 주위를 어슬렁대더라도

잠시 움찔거릴 뿐 속도를 늦추지도 높이지도 않은 채

시커멓고 시허연 개의 무리를 헤쳐나간다.

개가 허벅지를 물고

살점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면,

여자는 용기가 생긴다.


여자의 등에는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다 그러모아도

채 한 줌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은 조그마한 생명이

핏줄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눈꺼풀을 내린 채

편안한 숨을 내쉰다.


그래서,

개에 물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미 알아버린 아이는

개가 무섭지 않다.

이 작은 것이 얕은 잠에서 깨고,

이윽고 그 엷은 눈꺼풀을 떠버려 개를 보지 않을 수만 있다면,


개에 물렸던 아이는 개가 두렵지 않다.


by hansol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덜 위대한 생활의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