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작은 손 위에 남은 상처, 어린이집 폭행의 진실

그날의 카페에서, 우리는 울기만 하지 않았다

by Lawside Mama

그날의 카페에서, 우리는 울기만 하지 않았다

– 엄마가 마음을 모은 날, 세상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흘러내리던 햇살은 오후의 지친 공기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친구 엄마, 지은(가명)과 작은 카페 구석에 마주 앉았다.

말을 꺼내기 전부터 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은 먼 곳을 향해 있었지만,

사실은 그날의 기억 속, 아이가 주저앉아 있던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날 이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무너진 밤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가 전해졌다.


“잠들려고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떠올라요.

아이가 낯선 어른 앞에서 울고 떨던 모습…

CCTV를 처음 봤을 때는 심장이 찢기는 줄 알았어요.”

손을 움켜쥔 그녀의 손가락이 하얗게 굳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위에 내 손을 포개었다.

말은 쉽지 않았지만, 함께 있다는 마음만은 전하고 싶었다.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요.

특히 아이 앞에서는 울 수 없었으니까.

근데 속은 매일 무너지고 있었어요.”


침묵이 길게 흘렀다.

그 조용한 공기조차 차마 건드릴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그러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모든 아이들이…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그래서 싸워야 한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어요.”


눈가에 맺힌 눈물이 떨어지면서도, 그녀의 목소리는 단단해졌다.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강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심에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마음 깊이 다짐했다.


며칠 뒤, 지은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육청에 민원 넣으러 가려는데, 같이 가줄래?”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가요.”


그날 카페에서 흘린 눈물은 곧 서류가 되고, 서명이 되고,

아이들을 위한 목소리로 바뀌어 갔다.


입구 앞에서 서류를 꼭 쥐고 있던 지은은

한참을 숨 고르더니 묵묵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피해 부모 모임 결성..


교육청 민원 이후,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한 부모들을 모았다.

어떤 부모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했지만,

그때 지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아이 잘못인 것 같고, 괜히 불이익 받을까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한마디가 다른 부모들의 마음도 열었다.


그날, 우리는 울었고, 말했고, 서로를 안아주며 다시 일어섰다.


지은은 기자 앞에서 익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 목소리가 또 다른 아이를 지킬 수 있다면,

저는 괜찮아요. 그게 엄마니까요.”

그 말은 여전히 내 귀에 선명하다.


며칠 뒤

나는 아동심리센터와 연결해 피해 아동 지원을 추진했고,

지역 의원실에 어린이집 CCTV 열람 기준 완화,

교사 재신고 절차 강화 등을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은은 여전히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고,

나도 저녁이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겉으로는 예전과 같은 일상이지만,

이제는 달라진 게 있다.


우리에게 목소리가 생겼다는 것.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기로 했다.


눈물로 끝나는 하루가 아니라,

바꿔내는 하루로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는 엄마니까.


엄마의 법, 이렇게 시작됩니다

▶ 아동복지법 제17조

아동에게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훈육’이 아니라 ‘학대’입니다.

보호자는 관할 경찰서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112)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 CCTV 열람은 보호자의 권리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어린이집은 열람 요청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불응 시 교육청 민원 접수,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합니다.

▶ 피해 아동의 심리 지원은 지자체·복지관·정신건강복지센터 통해 무료 제공 가능

아이의 회복은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한 줄 정리

엄마의 눈물은 세상을 흔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법을 알면, 그 눈물은 ‘도구’가 됩니다.

같이하면, ‘변화’가 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Lawside mama ⑧ 운동,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