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06년 나의 봄맞이 '뇌'청소

by Lawside Mama


2026년, 나의 봄맞이 '뇌 ' 청소


​따사로운 햇살이 거실 한구석에 내려앉는 것을 보니 정말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늘 걷던 산책길을 나서니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들엔 어느새 봉우리가 맺혔고,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 노란 매화꽃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전하고 있더군요.


​매년 봄이면 주부로서 으레 하는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대청소'죠. 그런데 올해는 조금 색다른 청소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저의 '제1원칙'을 건드렸거든요.


​"사람이 어떤 일을 하지 않고 미뤄두는 상태는, 단순히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 뇌의 용량을 계속해서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잔여 업무들이 내 뇌라는 서버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문득 펼쳐본 다이어리에는 1월에서 2월로, 다시 3월로 넘어오며 '해야지' 하고 머물러 있던 일들이 가득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자꾸만 게을러질 것 같아, 필요한 짐들을 가방에 대충 챙겨 넣고 집 앞 카페로 향했습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다이어리를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대단한 일들도 아니었습니다.


​미뤄둔 공과금 납부 내역을 확인하고, 통신사에 문의할 것들을 정리하고, 차일피일 미뤘던 아이 학원 상담 전화까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영수증들을 꺼내 보험사에 제출하는 아주 사소한 작업들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쯤 흘렀을까요?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혀 있던 '투두 리스트(To-do list)'가 완벽하게 지워진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이 밀려왔습니다. 이 '뇌 청소'야말로 진정한 봄맞이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카페 창밖으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들이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짐들을 덜어내고 나니, 올해의 봄은 유난히 더 가볍고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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