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나의 봄맞이 '뇌 ' 청소
따사로운 햇살이 거실 한구석에 내려앉는 것을 보니 정말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늘 걷던 산책길을 나서니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들엔 어느새 봉우리가 맺혔고,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 노란 매화꽃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전하고 있더군요.
매년 봄이면 주부로서 으레 하는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대청소'죠. 그런데 올해는 조금 색다른 청소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 저의 '제1원칙'을 건드렸거든요.
"사람이 어떤 일을 하지 않고 미뤄두는 상태는, 단순히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 뇌의 용량을 계속해서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잔여 업무들이 내 뇌라는 서버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문득 펼쳐본 다이어리에는 1월에서 2월로, 다시 3월로 넘어오며 '해야지' 하고 머물러 있던 일들이 가득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자꾸만 게을러질 것 같아, 필요한 짐들을 가방에 대충 챙겨 넣고 집 앞 카페로 향했습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다이어리를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대단한 일들도 아니었습니다.
미뤄둔 공과금 납부 내역을 확인하고, 통신사에 문의할 것들을 정리하고, 차일피일 미뤘던 아이 학원 상담 전화까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영수증들을 꺼내 보험사에 제출하는 아주 사소한 작업들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쯤 흘렀을까요?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혀 있던 '투두 리스트(To-do list)'가 완벽하게 지워진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이 밀려왔습니다. 이 '뇌 청소'야말로 진정한 봄맞이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카페 창밖으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들이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짐들을 덜어내고 나니, 올해의 봄은 유난히 더 가볍고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