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른'을 아시나요?
포근한 봄기운에 마음까지 몽글몽글해지는 요즘, 얼마 전 저희 가족이 다녀온 특별한 음악회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사랑스러운 딸, 그리고 든든한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예쁘게 차려입고 목관 앙상블 공연을 보러 갔어요. 마침 연주자분의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진 콘서트였는데, 제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악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호른'**이었어요.
동글동글 달팽이를 닮은 그 악기는 사실 금관악기지만, 신기하게도 목관 앙상블에 꼭 포함된다고 하더라고요. 연주자분 설명으로는 불기도 참 어렵고 소리도 플루트나 오보에처럼 매끄럽거나 화려하지는 않대요. 조금은 투박하고 묵직한 소리랄까요? 하지만 그 투박함 덕분에 다른 예쁜 소리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전체를 하나로 어우러지는 역할을 한다더군요.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족들에게 물었습니다.
"다들 어떤 악기가 제일 좋았어?"
딸아이는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는 플루트가 최고였다며 웃었고, 남편은 사람의 목소리를 닮아 편안한 오보에가 마음을 울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가만히 딸아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엄마는 오늘 호른이 참 좋았어. 비록 스스로는 가장 화려한 소리를 내지 못해도, 어디에서든 꼭 필요한 존재로 다른 이들을 빛내주는 그 모습이 꼭 너 같아서."
우리 딸, 살다 보면 플루트처럼 주인공이 되어 맑은 노래를 부를 때도 있겠지. 하지만 때로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작아지는 날도 올 거야. 그럴 때 오늘 우리가 본 그 '달팽이 악기'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
네가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사실 너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너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일을 해내고 있는 거란다. 너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멋진 완성이라는 걸 잊지 마.
봄바람을 타고 제 진심이 딸아이의 마음속에 예쁜 씨앗으로 내려앉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