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초3과학이 40대에게 묻는 나의 기준점

by Lawside Mama


초3과학이 묻는 나의 기준점('0'점 찾기)

​햇살 좋은 어느 날, 거실 한 모퉁이에서 내리쬐는 햇볕에 발을 담그고 나만의 휴식을 즐기던 때였다.

​"엄마, 엄마!"

​쫑알거리는 소리에 늘 그렇듯 나의 작은 사치가 달아난다. 소스라치듯 실눈을 뜨며 곁눈질하여 대답한다.

​"왜?"

​"엄마! 영점을 맞춘다는 게 뭐야? 영은 영인데, 왜 어차피 영을 맞춰야 해?"

​무슨 얘기인고 하니,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과학 책 이야기이다. 무게 측정에 관한 내용인데, 일단 저울의 영점을 맞추어 놓은 후 물건의 무게를 측정하라는 것이었다.

​"당연하지. 0을 맞추어야 기준이 생기는 거잖아."

​막상 말해놓고 나니 기준을 설정한다는 개념이 꽤나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무게라는 것엔 절대적인 수치가 있는 거 아닌가? 그러다 보니 0이라는 숫자를 우리가 임의로 설정해 놓고, 0보다 멀어질수록 무겁다고 정의 내리는 것.

​그럼 애시당초 0이라는 기준을 어느 무게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 가령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행성이라면 기준점이 우리와는 완전 달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의 나래가 펼쳐지는 순간, 초등 과학은 어느새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내 삶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거지?'

​내가 기준이라 믿는 것들, 당연하다고 표준이라고 정해 놓은 모든 가치관. 결국 사회 속에서 상대적으로 설정된 영점이 아닐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내게 딸아이가 작은 입으로 한숨을 내쉰다.

​"엄마!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 아무튼 저울을 잴 때 0에 먼저 맞추면 되는 거지? 알겠어."

아~명쾌하다!​단순하다! 딸아이의 질문에 무한정 떨어지던 나의 생각 파도가 이내 가라앉았다.

​"우리 딸 똑똑하네! 그래 맞아! 그렇게 하면 되겠다."

​나는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웃어 보인다.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딸, 그런데 인생의 영점은 너가 세울 수 있는 거야! 기준이 너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잊지 마!"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잠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자리로 돌아간다.

​봄이다. 햇살이 좋다. 나는 다시 발에 느껴지는 따스함이 피부에 번져나가는 순간에 집중한다. 이내 깨어지겠지만, 지금의 휴식이 좋은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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