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과학이 묻는 나의 기준점('0'점 찾기)
햇살 좋은 어느 날, 거실 한 모퉁이에서 내리쬐는 햇볕에 발을 담그고 나만의 휴식을 즐기던 때였다.
"엄마, 엄마!"
쫑알거리는 소리에 늘 그렇듯 나의 작은 사치가 달아난다. 소스라치듯 실눈을 뜨며 곁눈질하여 대답한다.
"왜?"
"엄마! 영점을 맞춘다는 게 뭐야? 영은 영인데, 왜 어차피 영을 맞춰야 해?"
무슨 얘기인고 하니,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과학 책 이야기이다. 무게 측정에 관한 내용인데, 일단 저울의 영점을 맞추어 놓은 후 물건의 무게를 측정하라는 것이었다.
"당연하지. 0을 맞추어야 기준이 생기는 거잖아."
막상 말해놓고 나니 기준을 설정한다는 개념이 꽤나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무게라는 것엔 절대적인 수치가 있는 거 아닌가? 그러다 보니 0이라는 숫자를 우리가 임의로 설정해 놓고, 0보다 멀어질수록 무겁다고 정의 내리는 것.
그럼 애시당초 0이라는 기준을 어느 무게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 가령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행성이라면 기준점이 우리와는 완전 달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의 나래가 펼쳐지는 순간, 초등 과학은 어느새 내 삶에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내 삶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진 거지?'
내가 기준이라 믿는 것들, 당연하다고 표준이라고 정해 놓은 모든 가치관. 결국 사회 속에서 상대적으로 설정된 영점이 아닐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내게 딸아이가 작은 입으로 한숨을 내쉰다.
"엄마!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 아무튼 저울을 잴 때 0에 먼저 맞추면 되는 거지? 알겠어."
아~명쾌하다!단순하다! 딸아이의 질문에 무한정 떨어지던 나의 생각 파도가 이내 가라앉았다.
"우리 딸 똑똑하네! 그래 맞아! 그렇게 하면 되겠다."
나는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웃어 보인다.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딸, 그런데 인생의 영점은 너가 세울 수 있는 거야! 기준이 너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잊지 마!"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잠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자리로 돌아간다.
봄이다. 햇살이 좋다. 나는 다시 발에 느껴지는 따스함이 피부에 번져나가는 순간에 집중한다. 이내 깨어지겠지만, 지금의 휴식이 좋은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