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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side Mama ① 청소년의 새탈(새벽탈출)

몰래 따라간 밤, 몰래 자란 마음

by Lawside Mama

《몰래 따라간 밤, 몰래 자란 마음》


"‘새탈’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저는 얼마 전 처음 들었습니다.

‘새벽 탈출’의 줄임말이라고 하더군요.

중학생 아이들이 부모 몰래 새벽에 외출을 하는 걸 요즘 아이들 사이에선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새탈.png

그 일이… 제게도 일어났습니다.

아들이 어느 날 저녁 무심하게 말했어요.

"엄마, 나 새벽 2시에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했어. 그냥 같이 좀 걷다가 올게."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하지만 큰소리를 내진 않았습니다.

대신 조용히 말했죠.

"왜 꼭 그 시간이어야 해?"

"그냥… 아무도 없을 때 걷고 싶어서. 다들 허락받았대."

알겠다고 했지만, 걱정이 가시질 않았어요.

"그래. 대신 엄마는 몰래 뒤따라갈 거야.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도와줄 수 있게."


그날 밤, 12시가 넘어가자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덜컥’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어요.

"진짜 나갔네…"

검은 패딩을 허둥지둥 걸치고, 맨발에 운동화를 신은 채 아들의 뒤를 따랐죠.

그 순간, 미행이라기보단…

어떤 낯선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턱에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아들은 조용히 골목을 빠져나가 한참을 걷더니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둠을 뚫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두 명, 세 명… 어느새 여덟 명의 아이들이 웃으며 공원 한가운데에 모였죠.

그 모습, 참 묘했어요.

뭔가 위험한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술을 마시지도, 담배를 피우지도 않더군요.

그저 이야기하고, 낄낄 웃고, 별을 보며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따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어깨를 맞대 웃기도 했고,

그러다 또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평화롭고, 또 얼마나 아슬아슬하던지요.

가만히 보다 보니, 여자아이들도 두 명 섞여 있었습니다.

서툰 농담에 웃고,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 은근슬쩍 떠보기도 하고…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어쩐지 짠하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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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들을 멀찍이 따라다니며 두 시간쯤 지났을 무렵,

잠깐 정신을 놓고 있다가 문득 이상한 걸 알아챘어요.

어?

앞에 걷는 무리 중 낯선 무늬 바지가 눈에 띄더군요.

‘새로운 친구가 왔나?’ 싶어 다시 얼굴을 살폈는데…

순간, 멈춰섰습니다.

그 무리는 우리 아들의 친구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다른 무리.

또 다른 ‘새탈’ 학생들이었던 겁니다.

나는 어느새

내 아들이 있는 줄 알고 따르던 길에서

완전히 엉뚱한 아이들을 따라가고 있었던 거죠.


그 자리에서 잠시 멍해졌어요.

'도대체 이 시간, 이 공원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몰래,

자기만의 밤을 걷고 있는 걸까.'

아들은… 지금 어디쯤일까.

괜찮을까. 무사할까.

불안이 덮쳐오려던 찰나,

휴대폰 알림이 울렸습니다.


“엄마, 나 집 도착했어.”

어둠은 여전했고, 공기는 차가웠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조심스레, 그러나 당당하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과의 경계를 넘고 있었어요.

누구의 간섭도, 시선도 받지 않고

스스로를 조금은 어른처럼 느낄 수 있는

그 조용한 새벽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겠지요.


그날 이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들만의 시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세상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모든 밤을 함께 걸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걸어갈 수 있다는 걸 믿고,

조용히 등을 비춰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후로 아들의 새벽 외출은 다시 없었습니다.

물론, 어쩌면 나 몰래 나간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제 눈에 보이는 한,

아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묵묵히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죠.


어설픈 말로 마음을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 밤 이후, 저는

아들이 조금 더 믿음직스러워졌고

저는 조금 더 조용한 부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득… 사춘기 시절의 저를 떠올려봅니다.

그때의 나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던 마음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냥 걷고 싶던 밤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아이의 새벽을 전부 막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밤이 너무 춥지 않기를,

그 발걸음이 너무 외롭지 않기를,

그리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죠.


"그 밤, 나는 아이를 지키려 따라갔지만

돌아온 건… 내 마음의 성장일지도 모르겠네요."

당신도 그런 밤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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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Lawside Mama의 법률상식


새탈은 불법일까?

그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사로서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야간 외출, 법적으로 문제 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청소년의 야간 외출 자체가 곧바로 형사처벌이나 위법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유의할 점은 있습니다:

만 13세 미만 아동이 보호자 몰래 새벽 외출을 반복할 경우

→ 아동복지법상 보호자의 ‘주의·감독 의무’ 위반으로 문제될 수 있음

야간 외출 중 사고, 범죄 연루 시

→ 부모의 감독책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제기될 수 있음

학교생활기록부 상 ‘품행’ 기록, 생활지도 조치로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음

공원 내 음주·흡연·폭력 등이 동반될 경우

→ 형사처벌 또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전환 가능

즉,

단순한 ‘걷기’만으로는 법적 처벌 사안이 아니지만,

반복되거나 위험 요소가 동반되면

법적으로도 충분히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모로서는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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