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출근길 개심사 자국

권태주시인의 디카시

출근길



새벽이면 쏟아져 나오는 차들

하루의 삶이 있고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있을 출근길

조금 바쁜 차가 있으면 양보하며 달려가는 길

하늘엔 뿌연 코로나 구름

길옆 산들은 어느새 우거지는 녹음

그 숲속의 생명은 무성함에 몸을 숨기고

하루의 삶을 살아가리.

그렇게 나의 출근길은 전진하는 삶이다.

가끔 졸음이 밀려와 가드레일을 심하게 들이받은 날도 있지만

핀란드산 껌 한 통을 다 씹으며

달려가는 인생아

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덧 종착지가 있을 테고

그곳에서 너를 만나 함께 웃고 싶구나.

image24.jpg

개심사



늦은 저녁 홍벚꽃 길을 따라 찾아간 개심사

돌계단 밟으며 오르는 산길

슬그머니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산 어스름

어느덧 숨이 가빠오고 발걸음도 더뎌질 때

인간세계 해탈코자 극락을 찾아 나선 구도자의 길이던가

눈앞에 나타난 연등 행렬

홍벚꽃 청벚꽃 어둠 속에 환해지는데

숲속에서 울어대는 산새소리

계곡의 물소리까지 가슴에 담으며

내려오는 밤길

다시 오마 다짐하며 개심사를 등졌다

image25.jpg

자 국



검은 아스팔트는 자국을 숨긴다.

숨기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바퀴에 패이고 깨어진 곳들을

화장하는 것처럼 덮어씌우는 것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상처의 자국들

하지만 자국은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 가끔 우리에게

아픈 기억의 빌미를 주기도 한다.

도로 위를 구르는 바퀴들의 회전과 마찰

누군가 급브레이크로 남긴 상흔

나 또한 날마다 도로 위를 자국 내며 달린다.

오늘 하루의 삶을 위해

손자국 발자국을 아무 곳에나 남기며

남들보다 더 많은 자국을 찍어놓기 위해

경쟁적으로….


image27.jpg


이전 14화여름-여름 여름 2 여름날 동행同行 섬 노각 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