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재잘대던 아이들 모두 돌아간

텅 빈 교실에서

비 내리는 창 밖 바라보면

자꾸만 안개 되어 내리는

옛 생각의 고리들

감자밭에는 밀알이 영글고

하얀 감자꽃 피어

유월의 아린 햇살 받던 시절

나는 하나의 시골 감자알이었다.


이제 나는 마흔셋의 감자알들을

품에 안고 있다.

향기는 없어도 꽃이 피어야 알이 여무는

나는 감자꽃이 되려 한다.

단단하고 씨알 굵은 감자알을 키우는

좋은 감자꽃이 되려 한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임시강사로 충남 태안의 꽃지해수욕장 앞에 있는 방포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만난 1학년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이었지만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을 방과 후에까지 지도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다 돌아간 후 창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감자꽃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이미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 1987년의 아이들 생각이 오늘 많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