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풍경

오후가 되자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까마귀 떼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하얀 나비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일제히 공간을 가득 채웠다.

산 아래 마을의 지붕들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가고

들판도 한순간 백설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외딴 마을로 이어지는 길에는

그리움의 줄기들이 낮고 길게 이어져 있고

정적만이 흐르는 시간

어둠은 점령군처럼 은밀하게 골짜기에서부터 내려오더니

기억의 저편까지 망각으로 채워버렸다.

희미한 등불들만 조등이 되어 걸려있고

고요함만이 수안보의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시간

외로운 달그림자만이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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