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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시집ㅡ귀향일기ㆍ18 눈

by 시인 권태주

증오처럼 푸른 대나무

철저히 막힌 칸칸의 감방 속에서

못 참겠다 못 참겠다 외치는

분노의 숨 가쁜 소리

여기저기서 엉켜 나오는 소리들 모여

큰 함성이 된다.

참아라, 참아라

댓잎 어우르며 지나가는 이방인 예수의 음성

일곱의 일곱 배라도 참아라

부르르 몸을 떠는 시퍼런 참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내려서 댓잎 스치는 흰 눈발

자유의 깃발 휘날리며 압제의 벽을 향해

벽을 부셔라 새 하늘 보아라

큰 외침 대숲에 울려 퍼지자

흰 광목띠 질끈 동여맨 눈에서 불꽃 튀는 사람들

우르르 어깨 걸고 몰려나온다.

죽창에 시퍼렇게 날 세우고

얼어붙은 겨울 들판 가로질러 달려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처럼(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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