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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시집-귀향일기ㆍ19 부흥회

by 시인 권태주

1.

늙은 전도사 강단을 치며 설교하는

언덕 위 예배당

찬송 소리 북 소리 잠자는 마을로 퍼지는

부흥회의 밤

아골 골짝 섬마을 십오 년 세월

풀꽃처럼 살아온 늙은 전도사의 꿈

기도가 되어 폭풍의 언덕 위로 날아오른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소돔 같은 거리에도 사랑 안고 찾아가서...

얼어붙은 땅 굳게 닫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뜨거운 사랑의 전파

아낌없이 드리리다 아낌없이 들리리다...

칼바람에 헝클어지는 복음


2.

강사로 나온 늙은 장로의 생애가

낡은 영사기 필름처럼 돌아갈 때

꾸벅꾸벅 졸아대는 갯벌에서 굴 찍던 아낙들

천국과 지옥은 장로의 마음

저들에겐 눌러오는 잠이 더 달다.


욥처럼 살아라 유다처럼 살지 말고

아브라함처럼 모세처럼 믿음 지켜라

요나처럼 회피하지 말고

...처럼...처럼...처럼

천국은 곧 주어지리라


석유난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문 밖에서는 칼바람 스치고

조는 아낙들 떠나

얼어붙은 마을로 향하는

예수의 시린 손(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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