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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May 15. 2023

스승의 날

제42회 스승의 날이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지내온 세월이 벌써 36년이  흘러갔다.

초임 교사로 아이들을 만났던 1988년 3월 1일 경기도 시흥군 장곡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소래초, 대야초, 시흥은행초에서 근무했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았고 신춘문예당선에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시흥을 떠나 2000년에는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 대남초등학교에서 3년 벽지 근무를 했다. 안산시 고잔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그곳에서 대부도까지 출퇴근을 했다.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을 뚫고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이 고단했다. 섬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공부는 즐거웠고 대학원 한 곳을 또 다니느라 피곤했지만 열심히 살았다.

풍도분교에 근무하던 남자선생님은 사택에서 돌아가셨고, 함께 카풀로 출퇴근하던 선배 여선생님은 자궁암에 걸려 돌아가셨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갔다. 어느 날은 전학 간다던 2학년 아이가 동네 바닷가에서 물에 빠져 죽었다. 슬픔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안산시에 있는 별망초로 전근했다.


나는 매일 대부도로 출근한다



 그 섬엔 꿈다운 꿈이 있고

 사랑다운 사랑이 있으리란 믿음 하나로 방조제를 건넌다.

 어느 날은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가 자동차의 앞길을 막아서며

 모두 버려야만 올 수 있는 길이라고

 그래야만 꿈도 사랑도 얻는 것이라고

 자꾸만 되뇌이게 하였고     

 어느 날은 쪽빛 바다 맑은 속살까지 보여주며

 여기서 아주 살자고

 도시의 환락은 까맣게 바다에 던져 버리고

 솔바람 소리 들으며 갯내음 향기에 취해

 그렇게 사랑 나누며 살아보자고

 파랑새처럼 귓바퀴에 속삭이고     

 마음 둘 데 없는 고독과 쓸쓸함

 질기게도 방조제에 솟아나

 꽃을 피운 달맞이꽃까지

 이젠 모두 내 삶이 되어버린

 어느 가을 날     

 또다시 공단을 뚫고 달려와

 시화 방조제 그 긴 삶의 여정 끝은 모르지만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며

 나는 대부도로 출근한다.



대부도의 날들 이후



방조제 건너엔 대부도가 있고
 나는 늘 그 길을 하루에 두 번씩 넘나들었다.
 밤새 육지가 그리워 밀려 온 파도랑 바닷바람이랑

안개까지도 사랑하면서 
 때로는 원망도 하면서
 세월을 낚는 어부의 심정으로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꿈같은 날들이었지만
 언뜻 그 때가 내 인생의 중심부를 스쳐 간
 가장 중요한 날들이었음을
 너무나도 소중한 흑백필름이었음을
  
 오늘 또다시 누군가가
 사랑을 하면서
 바다가 보고 싶어서
 세상사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서
 방조제를 건널 것이다.
 갈매기와 섬으로 가는 여객선과 
 어선들의 한가로운 흔들림을 보면서
 그리움을 풀어낼 것이다.     

인생은 흘러가지만
 그 부유물들은 바다 위에 떠서
 그 날들을 되묻는다.
 삶을 진실로 사랑했느냐고
 마음속에 아픔들은 모두 가져갔느냐고
 오늘이 참으로 행복하냐고.
  


대부도에서 가르친 제자 중에는 문피아ㅡ네이버를 거쳐 카카오웹툰소설가로 유명한 마실물이 있다. 스승으로서의 보람은 바로 제자들의 바르게 성장해 있을 때가 아닌가 한다. 지난번 대부도 농협에 농자재를 구매하러 갔는데 남자 제자 두 명이 인사를 했다. 깜짝 놀라 물으니 대학 졸업 후 귀향해서 농협에 취업했다는 것이다.

장학사 5년을 마치고 교감, 교장을 거쳐 다시 교육청 장학관으로 전직하여 2년 반을 근무하다가 다시 교장으로 학교에 돌아왔다. 선생님들을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좋은 교육환경을 지원해 주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다시 맞이하는 42회 스승의 날, 아이들이 방과 후에 연습한 플루트공연을 해 주어서 기뻤다.

꽃 한 송이 없는 스승의 날이지만 학년별 연구실에 맛있는 케이크를 보냈다. 교장의 성의를 느꼈으면 했다. 3학년의 세 아이가 교장에게 편지를 가져왔다. 귀엽지만 진솔한 바람과 감사가 편지 속에 들어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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