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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Jun 25. 2023

들꽃 시인의 농장 가꾸기ㆍ 2

장마철에 접어들었나 보다. 대낮의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어가고 후덥지근하며 습도가 높다. 이제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에 접어들었다. 내 어린 시절은 여름이 참 싫었다.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여름이 되면 이마에 땀띠가 생기곤 했다. 따끔거리며 아파서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어머니께서는 어린 나를 업고 옆동네에 있는 돌팔이 의사네에  가서 땀띠를 짜고 하얀 소독가루를 이마에 바르고 온 기억이 생생하다.


오늘은 주일. 오후 예배를 마치고 농장을 향해 차를 몰았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농작물을 둘러보아야 한다. 농막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모기약을 옷에 뿌린다. 밭에 가면 풀 속에 있던 모기들이 피를 빨러 달려든다. 섬모기에 물리면 일주일은 족히 고생해야 한다. 장비를 단단히 갖추고 먼저 난 봄에 은 땅콩밭 빈자리에 옥수수 씨를 심는다. 고구마를 심었는데 죽은 자리에도 옥수수씨를 심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농막에 들어와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다시 참외밭으로 간다.


참외순들이 뻗어나가기 시작하니 고구마밭까지 침범한다. 서로 싸우지 않도록 경계를 세워야 한다. 쇠말뚝을 박고 그물로 경계를 정해줬다. 이제 맛있는 노란 참외가 달리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 옆에는 수박덩굴과 호박덩굴이 신나게 뻗어가고 있다. 곧 열매를 달고 커갈 것이다. 어느 순간 풀들이 무성하게 거웃처럼 일어서고 있다. 손으로 뽑다 보면 잘 뽑히지 않는 풀들이 있다. 생명력이 대단한 들풀이다.


이제 남은 일은 노각오이 밭에 경계를 정해주는 일이다. 일반 오이보다 노지에서는 노각오이가 잘 자라고 나중에 나눔을 하기에도 수확량이 많다. 덥지만 다음에 올 때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한다.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포도와 복숭아 봉지 씌우는 일은 다음으로 미룬다.

돌아오는 길 불도에 있는 형제수산에 들러 물회를 주문포장해 집으로 온다. 하루의 피곤이 다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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