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꽃

여름 시들 6

깃 발 집 장 섬마을 이야기

깃 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청마의 고향 거제도

그의 생가 앞에서 펄럭이는 깃발

그립고 그리워서 원망하던 파도*도

변함없이 출렁이건만

이제는 낯선 방문객들만

시인으로서 한 시대에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그

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것을

청마문학관에서 보고 있네.


*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

* 청마 유치환의 시 ‘파도’


집 장




한여름이 찾아오기 전 누룩이랑 호밀 가루를 섞어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만드신 집장

풋고추, 참외, 토마토, 수박 껍질까지 큰 장독에 넣고

두엄 속에서 숙성되면

입맛을 돋우던 새콤달콤한 집장


숙성된 장아찌와 함께 먹던 집장 덕분에

긴 여름은 매미울음 소리 따라 지나가고

내 유년의 시절도 지나갔다


그분들 모두 떠나간 빈자리엔

망초꽃 마당 가득 채웠지만

아직도 빈집 부뚜막에 남아 있는 옛사람들의 흔적들


섬마을 이야기



내가 태어날 때부터 들었던

서해 파도 소리

철썩철썩 쏴아아~

그 이후로 떠나지 않고

내 귀에 들려오던 파도 소리

먼 객지에 나가 도시의 한 허름한 여인숙에서

쪽잠을 청할 때도

휴전선 비무장지대 철조망을 순찰하던 새벽녘에도

울려 퍼지던 파도 소리

철썩 쏴아아~

외도*가 보이는 집 앞 검은여에는

전복 소라 바지락 굴 청각 미역 톳들이 자라고

만선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

잔잔히 들려오던 섬마을

어부들의 거센 풍랑 이야기도

해녀들의 물질 사연들도

낯설지 않던

꿈에서도 그리운

내 고향 섬마을

*외도: 충남 안면도 샛별해수욕장 앞에 있는 작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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