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이다. 부산하지 않게 준비해서 부산여행 일정을 잡아보았다. 긴 겨울방학이라지만 관리자라 교감선생님과 교대로 근무해서 이틀 간의 여유가 생겼다.
마침 대학생 막내아들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아내와 셋이서 1박 2일의 일정을 짜 보았다.
어젯밤 요즘 드라마 중에서 관심사인 고려거란 전쟁을 자세히 보았다. 거란과의 전쟁에 대비해 현종은 강감찬을 동북면 행영병마사로 임명해 여진족과 대치중인 함경도 방면으로 파견을 보냈다. 강감찬의 예상대로 무관들은 문신을 파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충주토호 박진과 호시탐탐 강조가 차지했던 무신정권을 다시 세우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여진족이 자주 침입하는 동북면에는 고려조정에서 파견된 문신들에 대해 무시하고 근무도 태만하였다. 강감찬은 이를 바로잡고자 63세의 고령인데도 군복을 입고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군인들의 편의를 돌보았다. 또한 거란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된 형부시랑의 구출에도 힘을 썼다.
어느새 동탄역에서 출발한 SRT 기차는 평택지제역과 천안아산역을 지나 오송으로 향하고 있다. 새벽에 아파트에서 동탄역으로 걸어오는 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서 곧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어제가 입춘이어서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두 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를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빠르게 이동하는 문명사회에 살고 있다는 현실 앞에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어린 시절 역사에 대해 많은 흥미를 갖고 틈틈이 학교 도서실에서 역사책을 탐독했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속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엔도르핀이 솟아올라 머릿속까지 상쾌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내 마음속에 진취적인 생각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런 영향이 아닌가 싶다. 고구려의 주몽과 광개토대왕, 장수왕과 을지문덕, 백제의 동성왕과 무령왕, 신라의 김유신과 김춘추, 통일신라의 장보고, 발해의 대조영과 대문해, 고려의 강감찬과 최충헌, 조선의 이순신과 권율 등등 동북아의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배움은 늘 즐거움을 더했다.
어느덧 기차는 대전을 지나 경상도 땅으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하늘은 흐리고 밖에는 비가 내리나 보다. 이번 여행에서 얻을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낯선 곳에서의 풍광을 보며 시어를 떠올리고 또다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으나 나는 강물을 따라가듯 천천히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