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산 여행기 2

by 시인 권태주

동탄에서 출발한 기차가 9시 20분 정도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한반도의 날씨는 여전히 흐린 상태였다. 1층 국밥집에 들러 아침식사를 했다. 여전히 총총거리며 걸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월요일 아침 풍경이었다. 우리는 관광안내소에서 가져온 지도를 펼쳐놓고 일정을 짜보았다. 가장 먼저 가려고 한 곳은 송정케이블카와 구름다리인데 강풍으로 인해 구름다리가 폐쇄되었다고 해서 국제시장 쪽을 택했다. 부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자갈치역까지 가기로 했다. 아뿔싸! 전철 출입구에서 표를 끊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를 개찰구에서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교통카드에서 비용이 차감되는 것이 아닌가! 도시 촌놈 행세를 하니 아내가 웃고 있었다.

남포동 지하상가를 지나 자갈치 시장에 가니 비릿한 생선 냄새가 진동했다. 야외 좌판에 진열한 문어와 상어고기, 동태 등의 생선과 어패류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인들도 월요일 오전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게 대하는 풍경이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주말이 아니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조명가게, 의류, 주방기구 등이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시장을 지나 깡통시장으로 향했다. 이곳도 수많은 가게마다 물건을 진열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은 주전부리할 젤리를 구입하였다.

오래도록 걸어 다니니 근족막염으로 아픈 왼쪽 발바닥에 통증이 전해져 왔다. 수개월 전부터 골프스윙 연습을 하면 아파서 물리치료도 받고 진통제도 먹고 있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고질적이란 말이 이걸 뜻하는가 보다. 충분히 시장을 둘러보았다고 생각하여 다시 전철을 탔다.

서면 카페거리에서 요기를 하고 광안리해수욕장으로 가자고 해서 골목길을 걸었다. 대부분 저녁시간에 장사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문이 닫혀있었다. 최근에 핫하다는 김태우피자집을 찾았다. 많은 젊은이들이 향했던 곳이 피자집이었는데 대기시간만 한 시간이 넘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주변 스타벅스 커피점에 들러 카페라테와 간단한 케이크를 먹으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어느덧 광안리해수욕장에 왔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거셌다. 하얀 포말이 겹쳐져서 부서졌다. 마침 비도 부슬거리며 내려서 숙소를 찾았다. 오후 3시가 체크인 시간인데 예약이 잘 되었는지 호텔 카운터에 가서 확인했다. 인터넷 예약이라 싼 편이지만 바닷가 뷰가 아닌 곳이라고 했다. 업그레이드를 요청하니 직원이 17층을 소개했다. 비용을 더 지불했지만 광안리해수욕장을 직접 보는 방이라 아내와 아들이 만족해했다. 오늘 최고의 선택을 했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쉬면서 저녁 먹거리를 검색해 보았다. 아들이 원하는 횟집을 정하고 해안로를 걸었다. 여전히 바람은 불고 파도는 거셌다. 오래전 아내와 말레이시아 여행 중에 찾았던 작은 섬 페낭해안에서 헤밍웨이가 소설을 구상했다는 식당이 떠올랐다. 헤밍웨이는 해변에 앉아 소설 '노인과 바다'를 구상했으리라. 거대한 생선을 잡은 노인의 꿈을 앗아간 상어에 의해 뼈만 남은 생선을 사투 끝에 가져온 구릿빛 피부의 노인의 고단한 잠이 있었으리라.


우리는 목표로 했던 횟집이 생각보다 멀리 있다는 것을 알고 가까운 회센터에서 생선을 고르기로 했다. 광어와 참돔, 낙지를 사서 뷰가 좋은 9층 횟집에 자리했다. 막내아들이 요즘 공부와 유튜브 알바를 하느라 피곤해 보였는데 회를 맛있게 먹어서 우리 부부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기 시절 세 아들의 막내로 태어나 대전 외갓집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란 아들이라 그런지 속정이 많고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여행도 함께 다니는 것도 불만 없이 잘 다닌다. 앞으로 여자 친구이라도 생기면 우리 곁을 떠나갈 것이기에 지금 이 시간을 즐겨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