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

세상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지

저녁연기 오르는 산골

목화꽃 피는 언덕 너머로

붉은 노을 꽃잔치 벌이고

참나무 둥지 튼 까치들 하늘로 날아오를 때

세상은 창조의 멋을 자랑하지.

뭉게구름 새털구름 각시구름

앞뒤 서가며 흐르는

하얀 가을

목화송이 참을 수 없어 터져 버리지.

천 년도 짧아라.

이 나라 어딜 가나 하얀 마을

휜 옷 입은 백성들

하늘 무서워하며 살아가는

솜털 인정 있었지.

그러나 이제는

다스운 피 가슴으로 넘쳐흐르는

인정 찾을 길 없어

이 땅 허리 아프게 하는

철조망 가시덤불

수많은 쇠붙이들과 마주 보는 증오

오십 년의 세월 흘러도

이 땅의 아이들은 한 형제라 생각할까.

갈대와 억새 우거진 그곳

아직도 이무기처럼 웅크리고 있는

자유의 노루 지뢰에 맞아 피 흘리며 죽어 가는

피 냄새 자욱한 그곳

이 땅엔 아직도 목화꽃은 핀다.

북녘땅은 더 많이 피었다지.

형제들아. 이제는 우리 마음 모아

엉켜 버린 가시덩굴 걷어 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평화로운 나라에서 우리 살아가야지.

가슴 가슴 박힌 못 서로 뽑아

어루만져 주고 큰 포옹으로 

이 땅의 목화꽃 한 번 푸짐하고 신명 나게

가득 피어나는 나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전 13화섬마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