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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y 23. 2023

학폭 책임교사의 특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친구

학교폭력 책임교사 이야기3

초중고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생활부장교사는 명실공히 현재 학교 업무 중 기피대상 1순위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 비난, 오해와 폭력, 거기에 복잡한 업무 처리 절차, 학부모 민원 응대 등, 학교에 와서 맞닥뜨리는 일이 감정적으로 소모되는 일이다 보니 누가 이 일을 맡으려 하겠는가?

     

하지만 조금 바꾸어 생각해 보면 생활부장은 참 보람 있는 일이다. 관계가 깨져 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상황에 있으며, 제대로 된 사회성 형성 기술이 미흡한 상태에 있는... 어찌보면 학교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나게 되는 사람이 생활부장, 또는 학폭 책임교사이다.      


교사로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을 돕고 싶다는 교육적 소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쩌면 생활부장은 그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특권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을 수 있는 직책이다. 우선 학년과 학급을 초월해서 전교의 누구든 만날 수 있다. 문제는 그 학생이 행동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란게 조건이긴 하지만... 그런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교사라면 생활부장이 아주 딱 적임이다. 생활부장이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을 만나보겠다는 데 누가 반대할 사람이 있으랴? 오히려 담임으로선 자신의 반 학생에게 생활부장이 관심을 가져주는 데 고마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날마다 그 아이와 씨름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생활부장이 특별히 그 아이를 만나서 좋은 얘기도 해주고 바른 생활태도를 지도해 주겠다는 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올해 필자 역시 1학년에서 가장 말썽꾸러기인 학생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그 아이의 생활습관 형성을 돕고 있다.

    

또한 생활부장에게는 학생지도와 관련한 최신의 다양한 지도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최근에 필자는 정서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유용한 방법인 긍정행동지원(PBS)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PBS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시행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5% 정도의 일반학급 학생에게도 시행되고 있는 생활지도 방법이다. 다양한 학교폭력 사안에 관련된 학생 중에는 정서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다. 현행 학교폭력법은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PBS 같은 방법을 학폭 관련 학생에게 시행하겠다고 하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도 흔쾌히 동의한다. 부모로서 본인도 자신의 자녀의 행동을 어떻게 지도할지 막막할 따름인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의 일일 행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도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맙겠는가.     


학폭 책임교사에게 학폭 사안은 일차적으로는 일이다. 그것도 심히 부담되는 업무이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사명과 보람을 생각한다면, 교사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보람 있는 특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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