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도덕수업

4월 3화: 나를 너무 좋아하는 학생들

by 김태훈

왜일까? 나를 너무 좋아해주는 학생들이 많다. 작년에도 많았는데 올해도 그 인기(^^)는 이어진다.


2학년 B반의 B1학생은 또래아이들 보다 뭐랄까 한두살 쯤 더 성숙해 보이는 남학생인데, 에너지는 긍정적이지만 자기 표현이 조금 과해서 자칫하면 수업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는 학생이다. 그런데 이 학생이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 아이와 감정 코드를 맞춰주고 있어서 부드러운 수업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2학년 B반은 특히 나에게 애정이 많다. B반은 수업 시작할 때 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크게 박수를 친다. B1학생은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그 옆의 B2학생도 '선생님 저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농담을 한다. B1,B2 둘다 중2 남학생들이다^^ B2는 지난번에 초과근무할 때 저녁식사하다가 학교 근처 식당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를 친밀하게 느낀 걸까?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느끼는 걸수도 있다.


목소리 큰 B1,B2가 나에게 호의적이니 다른 아이들도 그 분위기에 함께 묻어 간다. 그래서인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사뭇 시니컬한 분위기의 B반 여학생들도 나에게 호의적이고 수업 참여 분위기도 좋다. 왠지 이 선생님에게 부정적으로 나가면 안될 것같은 분위기가 수업 때 형성되는 것 같다.


작년에도 나를 특별히 따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3A학생은 운동부 학생인데 내가 한번 크게 혼낸 적이 있다. 혼내고 나서도 좀 과하지 않았나 돌아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이후 나를 크게 따르고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한번 크게 혼낸 적이 있지만 수업에 들어갔을 때 공정하게 대하고 잘한 일이 있을 때는 칭찬도 크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나를 신뢰하게 된 것 같다. 이 선생님은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구나, 나를 혼낸 적은 있지만 나를 미워해서 그러신 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3A는 교내에서 나를 보면 멀리서 일부러 나에게 온다. 그래서 악수를 청한다. 자신에게 악수를 해달라는 것이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나는 격려의 마음을 담아 악수를 해준다. 좋은 어른에 대한 모델링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3B는 여학생이다. 3B를 처음 만나게 된 건 학교폭력 사안 때문이었는데, 당시 여러 명의 여학생들이 두 패거리로 나뉘어서 제법 까다로운 사안이 발생했었다. 3B는 말에 절반 이상이 욕설로 점철되고 태도도 상당히 거친 학생이었다. 그런데 학폭 사안을 거치면서 또 수업 시간을 거치면서 이 학생이 나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대하며 자신에게 기대를 가지고 지도한다는 마음이 전달된 것 같다. 3B는 교내에서 나를 보면 멀리서 '꺅, 태훈샘이다, 선생님~~~~!!'하면서 나에게 와서 안기려고 한다. 여학생이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오지는 않도록 지도하고 하이파이브까지는 하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3B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말도 많이 순화되었고. 학년에서도 거친 편에 속하는 3B가 나를 전폭적으로 따르자 소위 논다하는 아이들도 덩달아 나를 따른다. 그 주변의 다른 여학생들도 나를 보면 반갑게 소리치고, 남학생들은 왜 이렇게 그 학생들이 나를 좋아하는지 의아해하면서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왜 나에게 이렇게 호의적일까 이유를 생각해 본다. 한가지 드는 생각은 내가 유머와 애정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통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수업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선생님, 오늘은 수업 안하고 놀면 안되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이럴수가!!!'라고 대답한다. 어떨때 아이들이 '선생님, 첫사랑 얘기 해주시면 안되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저럴수가!!!'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머리 속의 뇌에 지진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첫사랑 얘기를 해준다는 얘기인지, 안 해준다는 얘기인지,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재미없는 사람인지 판단을 못 내리고 정신적으로 우왕좌왕한다^^


어떨땐, '선생님 오늘 너무 더워요 수업 못하겠어요'라고 아이들이 말하면, 나는 '아무 걱정하지마 얘들아, 선생님이 도와줄께'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이없어 하면서 기분나쁜 표정은 안 한다. 나는 그런 말을 할 때 애정을 듬뿍 담아서 얘기한다. 아이들은 교사가 어떤 감정으로 자신들에게 얘기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나의 표현에는 실제로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풍부하게 담으려 노력한다.


안정된 분위기에서 엉뚱한 대답을 듣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개그라는 게 본질이 그거 아닌가? 어떤 상황에서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봤을 때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 그리고 그 유머에 애정을 담는다. 나의 수업 언어가 그런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사람은 나를 지지하고 위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좋은 어른으로 이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서 기쁘다. 그것이 내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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