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여왕!
상상에 빠진 동화 0254 잔소리 여왕!
01. 잔소리 여왕!
철수는 엄마 잔소리가 싫었다.
마을에서 잔소리 여왕으로 소문난 엄마가 또 싫었다.
철수가 공부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엄마 말도 잘 듣지 않는 고집 센 소년이기도 했다.
철수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공차기다.
학교에서
축구시합을 하거나 마을 친구들과 축구시합을 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철수가
집에 돌아오면 가방을 마루에 던지고 마당에서 공차기 놀이를 한다.
혼자도 잘 놀았다.
"철수야!
숙제했어?"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는 마당에서 노는 철수를 보고 물었다.
철수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이 없다는 것은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철수야!
오늘 일기 쓴 거야?"
엄마는 대답도 없이 마당에서 공차기하는 철수에게 또 물었다.
숙제도 안 하고 일기도 안 쓴 철수가 대답할 리 없었다.
"철수야!
샘터에 가서 물 길어 와라."
엄마는 큰 물통을 마당에 던지며 철수에게 말했다.
하지만 철수는 여전히 마루 기둥을 맞추는 공차기에 여념이 없었다.
"철수야!
공을 찢어버리기 전에 말 안 들을 거야."
엄마는 목소릴 높였다.
"네!
물 길러 가요.
간다니까요!"
철수는 대답한 뒤에도 마루 기둥을 향해 공을 힘껏 찼다.
공은 마루 기둥에 맞고 멀리 튀었다.
"엄마는 잔소리 여왕!
세상에서 우리 엄마처럼 잔소리 잘하는 여자는 없을 거야."
철수는 샘터가 멀었지만 엄마가 물 길어 오라면 잘 갔다.
물 길러 가긴 잘 가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샘터에서 또 한바탕 놀다 왔다.
"엄마 잔소리!
이겨내는 방법은 공 차는 거야.
그러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
히히히!
엄마는 내가 물통으로 공 차는 건 모르겠지."
철수는 샘터에 오면 물통을 가지고 공을 찼다.
플라스틱 물통은 공차기 딱 좋았다.
벽이나 울타리에 부딪쳐도 깨지지 않았다.
'퉁! 퉁! 투우웅!'
물통은 샘터 주변에 부딪치며 소리 냈다.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공차기!
나는 앞으로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될 거야.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면 우리 집 마당에 축구장을 만들 거야!"
철수는 정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철수야!"
엄마는 벌써 와야 할 아들이 오지 않자 샘터를 향해 불렀다.
엄마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네! 네!
물 길어 갑니다.
지금 가요!"
철수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
"잔소리는 잘도 하면서 조금도 못 기다린다니까!"
엄마가 몽둥이 들고 샘터로 오기 전에 철수는 물통을 갖다 줘야 했다.
"지금까지!
뭐 하고 이제 오는 거야?"
"샘터에 물이 더러워서 청소하고 다시 받아온 거예요!"
"뭐라고!
샘터 청소를 했다고?"
"네!"
"아이고!
저기 나무에 앉아 있는 새도 비웃는다.
이 녀석아!"
엄마는 천리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는 것처럼 철수가 거짓말하는 것을 알았다.
"빨리 들어가 숙제해!"
"네!"
철수는 더 혼나기 전에 방으로 들어갔다.
마루에 던져놓은 가방을 들고 방에 들어갔지만 공부할 생각이 없었다.
"공부하기 싫어!
아니
나는 공부를 못해.
내가 잘하는 건 딱 하나!
산에 가서 땔감을 구해오는 거야.
히히히!
하기 싫은 공부를 꼭 해야 하나."
철수는 가방을 열었다.
"일기는 써야지!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철수는 일기장을 꺼냈다.
"뭐라고 쓸까!
<엄마는 잔소리 여왕!>
이렇게 제목을 정하고 쓰면 괜찮을까.
엄마 흉봤다고 또 혼나지는 않겠지.
히히히!
그래도 좋아.
엄마가 잔소리하는 건 사실이니까!"
철수는 일기장에 엄마 잔소리에 대해 글을 썼다.
철수가 일기 쓰는 건 신기했다.
엄마를 흉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엄마 잔소리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철수는
숙제 안 해가서 수업시간에 매 맞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일기장 검사 시간에는 가끔 칭찬도 받았다.
그림 김유빈 /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엄마의 잔소리 약일까 독일까!> 출간 동화 표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