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줄 수 없어!
유혹에 빠진 동화 211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줄 수 없어!
세상이 복잡해지고 어렵게 되자
엄마는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엄마가 어렸을 때
힘들게 자란 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뭐!
저런 엄마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일어나!”
엄마는 어린 아들이 스스로 일어나기를 바랐다.
아들이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 세울 수는 없었다.
“빨리 일어나!”
어린 아들은 넘어진 채로 꼼짝하지 않고 엄마가 일으켜 세워주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엄마!”
아들이 엄마를 불렀다.
“일어나서 엄마를 불러야지!”
엄마는 거리를 두고 아들이 스스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엄마! 엄마!”
아들도 보통 고집이 아닌 듯 땅에 누운 채로 엄마를 또 불렀다.
“안 일어나면 엄마 혼자 간다!”
엄마는 혼자 갈 것만 같았다.
“엄마!”
하고 부른 아들이 천천히 일어났다.
“옷에 뭍은 흙 털어야지!”
엄마가 또 어린 아들을 향해 말했다.
어린 아들은 엄마 말은 듣지도 않고 엄마에게 걸어왔다.
“엄마!”
“옷에 뭍은 흙 털어!”
엄마는 움직이지 않고 서서 어린 아들이 옷에 뭍은 흙을 털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림은 엄마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가슴이었다.
엄마는 아들에게 혼자 자립하는 법을 하나씩 가르쳐 주었다.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엄마!
밀어주세요.”
아들은 놀이터에서 그네 위에 올라가 움직이지 않자 엄마에게 밀어달라고 했다.
“한 번만 밀어줄 거야!”
하고 말한 엄마는 아들이 탄 그네를 힘껏 밀어주었다.
“와!
신난다.”
아들은 그네가 움직이자 다리를 흔들며 좋아했다.
“엄마!
또 밀어줘요.”
“싫어!
스스로 충분히 할 수 있어.”
엄마는 아들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바랐다.
“엄마!
한 번만 더 밀어주세요.”
아들은 엄마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애원해도 소용없어!
스스로 움직여 봐.
그러면
잘 될 거야.”
엄마는 옆 그네에 앉아 책을 읽었다.
아들이
스스로 그네를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엄마!
움직이지 않잖아요.”
아들은 빨리 타고 싶었다.
짜증을 부리듯 엄마를 부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몸을 잘 이용해서 움직이게 해야지.”
엄마는
아들이 꼼지락거렸으면 했다.
금방이라도 달려갈 것 같은 마음을 붙잡고 기다렸다.
기다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엄마들은 알 것이다.
“엄마!
한 번만 밀어주세요.”
아들은 소원을 빌듯 말했다.
“안 돼!
어제도 엄마가 밀어줬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스스로 그네를 타 봐!”
엄마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얍!”
아들은 온몸을 움직이며 그네를 타려고 했다.
하지만
그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엄마 나빠!”
아들은 옆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엄마는 나빠!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나빠!
그러니까
스스로 그네 타는 법을 찾아야 해.
아들!
한 번 더 해봐!”
엄마는
그네를 조금씩 움직이며 말했다.
“안 타!”
아들은 그네에서 내려와 미끄럼틀로 달려갔다.
그림 나오미 G
아들은 조금씩 자립하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것을 도와주던 어릴 때와 다른 생활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옷도 혼자 입고 밥 먹고 나면 양치질도 혼자 했다.
아들이 하는 행동이 엄마 맘에 들지 않았지만
엄마는 기다림에 달인이 돼 갔다.
그리고
아들에게 올바른 가치와 법칙을 설명해 가며 하나씩 가르쳤다.
“엄마!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아들이 일기를 쓰다 말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꿈을 도둑맞았어!”
하고 엄마가 말하자
“누구에게?”
아들은 궁금했다.
“바람에게!”
하고 대답한 엄마는 가슴이 아팠다.
“엄마 소원을 바람이 훔쳐갔다고?”
아들이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그래!
엄마 꿈은 바람이 훔쳐갔어.
아들!
바람을 조심해.”
하고 엄마가 말하자
“어떻게
바람이 엄마 소원을 훔쳐갔어요?”
아들은 바람이 엄마 소원을 훔쳐갔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강한 바람은 말이야!
생명도 재산도 모두 빼앗아 갈 수 있어.
악마나 마녀보다 더 무서운 존재야.”
엄마는 아픈 가슴을 붙잡고 아들에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태풍에 돌아가신 것을 아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들에게 말할 수 없는 엄마는 꾹 참았다.
“아직!
아들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기 힘들겠지.”
하고 생각한 엄마는 아들 방에서 나갔다.
“저녁은 또 무얼 먹을까!”
하고 생각하던 엄마는
창문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리자 밖을 내다봤다.
“바람만 아니었으면!”
태풍으로 아빠를 잃은 엄마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또
동생들을 돌봐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다.
가슴 한 구석에 묶어둔
어릴 적 소원이 가끔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이팅게일처럼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엄마는 크면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일찍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엄마를 도와야 했었다.
“소원을 말해 봐!”
가끔 라디오에서 들렸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노래였다.
“말하면 뭐 하려고?”
엄마는 노래를 들으며 물었다.
가슴속에 있는 소원을 말하고 싶었다.
또
가끔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소원을 말해 봐!
말하면 뭐 하게?
소원을 말해 봐!
말하면 들어줄 거야?"
부엌에서 엄마 노래가 들렸다.
"호호호!
웃겨!
뭐 소원을 말해봐!
말하면 들어줄 거야?"
아들은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를 때도 있었다.
“소원을 말해 봐! 봐! 봐!
엄마도 아빠도 소원이 뭐였어?
소원을 말해 봐! 봐! 봐!
아들이 들어줄게!”
아들은 엄마 아빠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소원을 말해 봐!
누가 훔쳐 갔을까?
우리 엄마 소원을!
나는 정말 모른다!
우리 엄마 소원을!”
아들은 무심코 따라 부른 노래가 재미있었다.
“엄마!
소원이 뭐였어요?”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은 가끔 엄마에게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가슴 깊이 자리한 소원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달라진 아들을 보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