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은 날!

유혹에 빠진 동화 216

by 동화작가 김동석

학교 가기 싫은 날!




옥자는

강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오늘도 학교 가는 게 싫었다.

어린 동생들 돌보다 숙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옥자 입장도 생각하지 않고 숙제 안 했다고 때렸다.


"오늘도 맞겠지!"

옥자는 가방을 들고 천천히 걸었다.


"국어 숙제도 안 하고 산수 숙제도 안 했으니 많이 맞겠다!"

옥자는 다른 날보다 가방이 무거웠다.

도시락도 넣지 않은 가방이 무겁다는 건 옥자 마음이 무겁다는 뜻이다.


"옥자야!"

이웃집에 사는 순자가 불렀다.


"안녕!"

옥자는 같이 학교 갈 친구가 생겨 좋았다.


"옥자야!

숙제했어?"


"아니!"


"나도 안 했어!"

순자도 어제 고추밭에서 일하는 바람에 숙제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도 때리겠지?"


"당연하지!

그 대머리 선생님이 그냥 넘어가지 않지."


"맞아!

우리가 바빠서 숙제 안 한 건 묻지도 않아."


"그게!

선생님 특권이라는 거야."

옥자는 선생님이 때리면 맞고 또 맞았다.


"우리가 교육청에 편지 쓸까?"

순자는 가끔 자꾸 때리는 선생님을 교육청에 신고한다고 했다.


"뭐라고?"


"숙제 안 했다고 자꾸 때린다고!"


"학교에 다니면 숙제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농촌 사는 어린이들은 봐줘야지!"

순자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

옥자는 말렸다.

교육청에 신고해도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아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출석을 다 부른 후 회초리를 들었다.


"숙제 꺼내!"

선생님은 회초리를 들고 숙제를 꺼내라 했다.


"숙제!

안 한 사람은 앞으로 나와!"

선생님은 회초리로 자신의 손바닥을 가볍게 때리며 말했다.


"김종부!

숙제해 왔어?"


"네!"


"김민주!

숙제해 왔어?"


"아니요!"


"빨리 나와!"


"네!"


"또 숙제 안 한 사람 빨리 나와!"

선생님은 누가 숙제를 안 해온 지 다 아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이것들이 선생님 말을 안 듣다니."

선생님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국어 숙제는 했는데 산수 숙제는 안 했어요."

명수가 일어나 물었다.


"그럼!

앞으로 나와야지."

선생님은 한 가지 숙제를 안 한 친구들도 모두 앞으로 나오라 했다.


한 가지 숙제만 해온 친구들이 모두 나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너희들은 한 가지 숙제만 했다는 거지?"


"네!"

한 가지 숙제를 해온 친구들은 크게 대답했다.


"숙제는 두 과목 내준 거야!

그러니까

한 가지 숙제를 안 해와도 숙제를 안 해온 거야!

알았어?"


"네!"

의기양양하던 친구들이 아주 작게 대답했다.

한 가지 숙제만 해와도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선생님 생각은 달랐다.


"오늘은 다섯 대씩 맞는다!"

선생님은 한 명 한 명 때리기 시작했다.


"아!"

선생님이 때릴 때마다 아파서 소리쳤다.


"어디서!

아프다고 소리쳐.

그럼

숙제를 해와야지.

안 맞으려면!"

선생님은 더 세게 때렸다.


"모두 들어 가!"

선생님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친구들이 자리로 들어갔다.


"선생님에게 불만 있으면 손 들어?"

선생님은 때린 후 꼭 물었다.

자신의 특권에 저항하는 어린이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저요!"

순자가 손 들었다.


"김순자!

넌 매일 숙제 안 해오잖아."


"네!"


"넌

불만을 말할 자격이 없어."

선생님이 말하자 순자는 자리에 앉았다.


"저요!"

옥자가 손 들었다.


"김옥자!

너도 숙제를 매일 안 해오잖아?"


"네!

그런데 선생님에게 할 말이 있어요."


"뭐라고!

할 말이 있다고?"


"네!"

옥자는 용기 내어 선생님에게 대답했다.


"숙제도 안 해오며 할 말이 있다!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선생님은 한 손에 회초리를 들고 옥자가 있는 자리로 천천히 걸어왔다.


"선생님!

순자는 어제 고추밭에서 하루 종일 고추 따며 일했어요.

그러니까

숙제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도 고추밭에서 일하고 동생들 밥 해 먹였어요.

엄마 아빠 일을 도와주고 동생들 돌보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숙제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매일 맞는 게 억울해요!"

옥자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제!

집에서 또 일한 어린이 손 들어 봐?"

선생님은 옥자가 자리에 앉자 모두에게 물었다.

교실에 있는 어린이 반 이상이 손 들었다.


"엄마 아빠 일을 도와주는 건 훌륭한 일이야!

그런데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면 숙제를 해오는 건 더 훌륭한 일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숙제 안 해오면 맞을 줄 알아!"

선생님은 크게 말하고 교실을 나갔다.


"김순자!

김옥자!

교무실로 따라와."

다시 들어온 선생님은 두 어린이를 불렀다.


그림 나오미 G



"왜 부르지?"

순자는 맞은 것도 억울한데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하자 무서웠다.


"설마!

또 때리겠어."

옥자는 대답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그 뒤를 순자가 따랐다.


"선생님이 둘만 왜 불렀을까?"

친구들은 순자와 옥자가 교무실로 향하는 걸 보며 소곤거렸다.


"선생님에게 질문해서 그렇지!"


"맞아!

교무실에서 또 맞고 올 거야."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더 혼내려고 그럴 거야!"

친구들은

교무실에 끌려간 옥자와 순자를 걱정했다.


"김옥자! 김순자!

선생님이 왜 교무실로 오라고 한 줄 알아?"

선생님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옥자가 대답했다.


"당연히 모르겠지!

너희들이 잘못한 게 없으니."

선생님은 말한 뒤 책상 서랍을 열었다.


"이거!

너희들만 주는 거야.

주머니에 넣고 가서 나중에 먹어!"

사탕 두 봉지를 꺼내 한 봉지씩 주었다.


"감사합니다!"

옥자와 순자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며 받았다.


"미안하다!

선생님이 때려서 미안해."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때리는 게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어린이들까지

숙제를 안 할까 봐 걱정되어 때린 것이었다.


"이제 가봐!"

선생님은 옥자가 집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일기장을 통해 알았다.

옥자를 때릴 때마다 선생님도 마음이 아팠다.


"네!

감사합니다."

옥자와 순자 얼굴이 환하게 달라졌다.

교무실에 갈 때는 황소가 도축장에 끌려가는 것 같았는데 나올 때는 달랐다.


"무슨 일일까!"

순자는 교무실을 나오자마자 옥자에게 물었다.


"몰라!

병 주고 약 주는 선생님이잖아."

옥자도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사탕 주셨어."

옥자는 사탕 봉지를 뜯어 사탕 하나씩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사탕을 줬다고!"


"그래!"

순자가 대답하며

친구들에게 사탕 하나씩 나눠 주었다.


"왜!

너희들을 불러서 사탕을 주었지."

반장은

이상한 눈으로 옥자와 순자를 봤다.


"이상하지!"

친구들도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옥자는

학교에서 돌아온 뒤 엄마 일을 도왔다.


"옥자야!

동생들 목욕시켜라."

엄마는 저녁밥상을 물리며 말했다.


"네!"

옥자는 대답하고 밥상을 치웠다.

밭에서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엄마는 씻지도 않고 방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모두 나와!

옥자는 동생들을 밖으로 나오라 했다.

그리고

큰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 뒤 동생들 머리를 감겼다.


"언니!

머리 감기 싫어."

막내는 머리 감는 걸 싫어했다.


"무슨 소리야!

머리를 감지 않으면 이가 생긴다고."


"언니!

내가 머리 감아도

학교에서 친구한테 이가 옮긴다니까."

하고 동생이 따졌다.


"그래도 감아야지!"

옥자는 동생들이 깨끗이 씻기를 바랐다.


"싫다니까!"

막내는 씻는 게 정말 싫었다.

그냥

자고 싶었다.

하지만

옥자는 동생을 설득해 머리를 감겼다.


"나머지는 모두 씻을 수 있지?"


"응!"

동생들은 큰 통에서 물을 떠 온몸에 뿌렸다.

하나 둘 목욕하고 수건을 들고 마루로 올라갔다.

옥자는

마지막으로 씻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옥자는

힘든 하루였다.


"일기나 써야지!"

옥자는 방에 들어와 일기장을 꺼냈다.

국어나 산수 숙제는 안 해도 일기는 꼬박꼬박 썼다.


<제목 :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가 원자력 발전소에 취직한 지도 벌써 석 달이 되었다.

아빠는 건강하게 잘 계실까?

엄마랑 자식들 걱정은 안 하고 일만 하실까?

그래도 가족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아빠가 좋다!


막내가 머리 감는 걸 싫어한다.

머리를 감지 않으면 이가 생기고 빗질하기도 힘들 텐데 걱정이다.

머리를 쉽게 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매일매일 하늘에서 비가 오면 좋겠다.

막내 동생은 비 맞는 걸 좋아하니까 머리도 비 맞으며 감을 수 있을 테니!


엄마가 걱정이다.

매일 일만 하다 쓰러지면 어떡하나!


오늘도 숙제하기가 싫다.

공부하기가 싫어 걱정이다.

학교에 가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하면 바보가 되니까

학교는 그래도 가야지!


공부는 못해도

숙제를 안 해 선생님에게 맞아도 일기는 꼭 써야지!


옥자는

일기를 다 쓴 뒤 잠을 청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옥자는 숙제를 안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맞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때려도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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