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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나라!

상상에 빠진 동화 336

by 동화작가 김동석

신비한 나라!




동수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었다.

동수가 하는 일은 망자의 넋을 찾아 저승사자에게 데려가는 일이었다.


“망자의 넋!”


죽은 자의 넋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된 뒤 조금씩 믿음이 생겼다.

이승에서 살다가

억울한 일이나 한이 쌓인 사람들이 죽어서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다는 게 신비로운 일이었다.


“죽었으니

눈에 보이지 않을 거야.”


동수는 정말 망자의 넋을 찾아다니면서 눈에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귀신도 아니고 또 살아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 죽은 자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동수가 망자의 넋을 찾겠다고 한 뒤 신비한 나라에 머슴이 된 것도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신비한 나라!”


동수는 책에서만 읽었던 신비한 나라에 가고 싶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다는 신비한 나라에 갈 수만 있다면 가고 싶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또 그곳에서는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모르던 동수는 신비한 나라를 동경했다.


“신비한 나라에서 머슴 구함!”


동수는 전봇대에 붙은 광고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될 수 있었다.


“이름은?”

저승사자가 물었다.


“김동수입니다.”

동수는 저승사자 앞에서 면접을 봤다.


“머슴이 하는 일은

망자의 넋을 찾는 일인데 괜찮겠어요?”


하고 저승사자가 물었다.


“어디서 찾는 건데요?”

하고 동수가 물었다.


“이승에서!

아니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망자의 넋을 찾는 겁니다.”


저승사자가 말하자


“신비한 나라는 정말 존재합니까?”

하고 동수가 책에서만 읽었던 신비한 나라의 존재를 물었다.


“존재합니다!

물론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라이지만

누구든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신비한 나라를 보려고 노력하면

볼 수 있습니다.”


저승사자의 말을 들은 동수는 가슴이 뛰었다.


“그럼!

봉급은 얼마나 줍니까?”

하고 동수가 호기심에 물었다.


“봉급은

망자의 넋을 한 명 찾아 데려올 때마다 줍니다.

물론

망자가 누구냐에 따라 봉급은 차등 지급됩니다.”


저승사자는

신비한 나라에 관심을 가진 동수가 맘에 들었다.


“구체적으로 누구의 머슴이 되는 겁니까?”

하고 동수가 물었다.


“저승사자의 머슴이 되는 겁니다.”

하고 말하자


“저승사자! 제가 만날 수 있어요?”

하고 동수가 물었다.


“제가 저승사자입니다.”

한 참 망설이던 저승사자가 말했다.


“네!”

동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승사자도

보통 사람과 똑같이 보입니다.”

하고 저승사자가 말하자


“정말 저승사자라고요?”

다시 동수가 물었다.


“네!

저는 저승사자입니다.”

저승사자는 웃으면서 동수에게 말했다.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되는 것보다

저승사자를 만났다는 게 즐겁고 더 신비로운 일이었다.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하지!”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라는 말을 들어도 믿지 않을 텐데!”

동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았다.


“일단 머슴으로 활동하면서 이야기하자!”

하고 생각한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되어 망자를 찾아 나섰다.


“혹시! 망자가 아닌 지?”

동수는 마을 입구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뭐라고!

망자!

내가 죽은 사람으로 보여?”

하고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동수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요! 아니요!”

동수는 망자란 말을 쉽게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겠지!”

동수는 죽은 자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았다.


“어떻게 찾지!”

동수는 고민이 생겼다.

돈을 벌기는커녕 망자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저승사자님!

망자를 알아보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동수는 저승사자를 찾아가 물었다.


“망자들은

어둠을 좋아하지!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빈 집이나

길모퉁이 그늘진 곳에서

잠을 잘 거야!”

하고 저승사자가 말했다.


“밤에만 활동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동수는 궁금한 것을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망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야.

또 더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야!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나 한을 품은 사람들이 많지!

그러므로

누가 보는 것을 싫어하는 망자들이야!”

저승사자는 망자에 대해 자세히 동수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 망자를 만나면 어떻게 이곳까지 데리고 올 수 있어요?”

동수는 망자를 만나도 이곳까지 데려오는 방법은 몰랐다.


“망자를 만나면

신비한 나라에 가자고 하면

따라올 거야!”


저승사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자리한 신비한 나라의 이야기를 동수에게 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어둠 속에서 혼자 걷고 있는 사람에게 동수가 인사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인사도 하지 않고 더 캄캄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망자일까!”

하고 생각한 동수는 더 캄캄한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없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동수가 외쳤다.


“여기!

아무도 없어요?”

하고 동수가 다시 외쳤다.


“넌!

누구야?”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입니다!”

하고 동수가 말하자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라고?”

하고 묻는 목소리가 캄캄한 곳에서 들렸다.


“네!”

동수가 대답하자


“그걸 어떻게 믿지!”

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들렸다.


“저는 망자를 찾아다니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입니다.”

동수가 다시 캄캄한 곳을 향해 말했다.


“왜!

나를 찾으러 왔어?”

하고 캄캄한 곳에서 말을 한 사람이 얼굴을 내밀었다.


“와!”

동수는 심장이 뛰었다.

캄캄한 곳에서 얼굴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을 본 동수는 정말 무서웠다.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저승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서 찾고 있습니다.”

하고 동수가 덜덜 떨며 말했다.


“망자의 한을 풀어준다고!”

웃으면서 망자가 말하자


“정말입니다!

저승사자가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데리고 간다고 말했어요!”

하고 동수가 말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망자는 얼굴을 내밀고 동수에게 말했다.


“정말이라니까요!”

동수가 다시 말했지만


“망자의 한을 풀어준다고! 그럼 내 한이 뭔지 알아?”

하고 망자가 물었다.


“망자님은

어떤 한을 품고 있습니까?”

하고 동수가 물었다.


“난!

억울하게 죽었어.

그러니까

나는 다시 죽기 전으로 돌아가

사는 거야!”

하고 망자가 말했다.


망자는 죽은 뒤

저승으로 가지 못한 이유를 동수에게 말해주었다.

동수는

망자의 한을 들어주는 입장이 아니라

저승사자에게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망자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나를 살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하고 망자가 말하더니 더 어두컴컴한 곳으로 사라졌다.


“알겠습니다.”

동수는 처음 만난 망자를 저승사자에게 데려다줄 수 없었다.



그림 나오미 G


“저승사자님!

망자가 예전처럼 살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저승사자에게 가서 물었다.


“나를 만나야 다시 살게 해 줄 수 있지!”

하고 저승사자가 말하자


“정말이죠?”

하고 동수가 물었다.


“그럼!

물론 사람으로 살지는 못해도

다른 동물이나 식물로 살아가게 해 줄 수 있어!”


저승사자의 말이 끝나자

동수는 다시 망자를 만나러 갔다.


“망자님! 망자님!”

동수는 망자를 만난 캄캄한 곳에서 망자를 불렀다.

하지만

망자는 그곳에 없었다.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우릴 찾아다니고 있어!”

동수를 만난 망자가 거리에서 만난 망자에게 말했다.


“왜!

죽은 자도 아닌

산 자가 우릴 찾는 거야?”


하고 망자가 물었다.


“망자의 한을 풀어준데!”


“정말이야?”


“그래!”

동수를 만난 망자는

또 다른 망자를 만나면 신비한 나라의 머슴에 대해 알려줬다.




“아주머니!

혹시 망자인가요?”

동수가 어둠 속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뭐라고!”

아주머니는 어둠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동수에게 물었다.


“혹시 망자!”

하고 동수가 말하자


“망자!

난 순자야!”

하고 아주머니가 말하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니구나!

살아있는 분이었어!”

동수는 어둠 속에서 망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아저씨!

혹시 망자세요?”

하고 공원에 누워있는 아저씨를 보고 물었다.


“뭐라고?”

아저씨가 말하는데 가로등 때문에 눈빛이 밝게 빛났다.


“아저씨!

혹시 망자세요?”

동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망자!

난 달수야!

김달수! 그건 여자 이름이잖아!”

하고 말하더니

옷깃을 여미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망자!

이게 여자 이름이라니!”

동수는 공원에서 만난 아저씨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망자님! 망자님!”

동수는 캄캄한 곳에서 며칠 전에 만났던 망자를 불렀다.


“또 왔어!”

하고 망자가 얼굴을 내밀며 동수에게 말했다.


“망자님!

저승사자가 망자님 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했어요.”

동수가 말하자


“정말!

날 살릴 수 있다고 했어?”

하고 망자가 물었다.


“네!”


“거짓말!

거짓말!

죽은 자를 어떻게 살려!”

하고 망자가 캄캄한 어둠 속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정말!

다시 살게

해줄 수 있다고 했어요.”

동수는 저승사자가 한 말을 믿었다.


“어떻게!

어떻게!

죽은 자를 살릴 수 있어!”


망자는 동수도 저승사자도 믿을 수 없었다.


“우선!

살기 위해서는 저승사자를 만나봐야 하잖아요?”

하고 동수가 물었다.


“만나면 날 저승으로 데려가겠지!”

하고 망자가 말하자


“아니요!

저승사자가 저와 약속했어요.”


“무슨 약속!”


“다시 살 수 있게 해 준다고 분명히 약속했어요.”

하고 동수는 망자를 설득했어요.


“웃기지 마!

죽은 자를 살려준다니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고 망자가 말하자


“그러니까요!

망자님은 믿으셔야 해요.

망자님은 산 자가 아니고 죽은 자잖아요!”

하고 동수는 망자를 설득했다.


“죽은 자!

그래 난 죽은 자이지.

그러니까

저승사자가 날 데리고 가겠지!”

하고 망자가 말하고 캄캄한 곳으로 사라졌다.


“설득할 수 있었는데!”

동수는 조금만 더 이야기했으면

망자를 설득해 저승사자에게 데리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동수와 대화를 한 망자는 어두컴컴한 곳으로 이미 사라졌다.


“아주머니!

혹시!

아주머니는 망자세요?”

하고 허름한 빈 집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니!

난 옥자야!

망자 아주머니를 찾는 거야?

하고 동수에게 물었다.


“아니요!

죽은 자들을 찾는 중이에요.”

동수가 말하자


“죽은 자!

죽은 자가 눈에 보이니?”

하고 물었다.


“네!

죽은 자를 보려고 하니 보였어요.”

하고 동수가 말하자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보였구나.”

하고 옥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럼!

아주머니가 망자군요?”

하고 동수가 묻자


“그래!

내가 죽은 지가 벌써 석 달이나 되었지.”

하고 말했다.


“망자님!

저승사자가 죽은 자를 데리고 오면 한을 풀어준다고 했어요.”

하고 동수가 말하자


“한을 풀어준다고!”


“네!”


“그걸 어떻게 믿지?”

하고 망자가 동수에게 물었다.


“저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죽은 자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망자의 넋을 찾아서

저승사자에게 데려다주는 역할을 하는 머슴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믿고 저승사자에게 가서

억울한 것을 말해주면

분명히 그 한을 풀어줄 겁니다.”

하고 동수가 말하자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라고!”

옥자 아주머니는 아직 만나지 않은 저승사자에게 간다는 게 두려웠다.


“저승사자가 망자의 한을 풀어줄까!”

하고 말하더니


“가자!”

하고 동수에게 말했다.


“네! 망자님!

저를 따라오세요.”

동수는 처음으로 망자의 넋을 모시고 이승의 경계를 넘어 신비의 나라로 들어갔다.



머슴.jpg 혼합재료 나오미 G

“저승사자님!

저와 한 약속을 꼭 지켜주세요.”

동수는 망자의 넋을 저승사자에게 넘기면서 말했다.


“그럼!

약속은 꼭 지키마.”

저승사자는 동수에게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래야

망자의 넋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저승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수는

오늘도 망자의 넋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할아버지!

혹시 망자인가요?”

하고 어둠 속에서 만난 동수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뭐라고!

혹시!

망할 녀석이라고?”


“아니요!

망자! 망자!

죽은 사람인가요?”


“이 녀석아!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해!”


하고 할아버지는 화를 내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동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 할아버지를 한 참 바라봤다.


“아저씨! 아저씨!

혹시!

망자인가요?”

동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걸어가는 아저씨를 보고 물었다.


“뭐라고! 망한 자!”

아저씨가 동수를 보고 말하더니


“네 눈에는

내가 망한 사람으로 보이냐?”

하고 아저씨가 물었다.


“아니요!

망자!

죽은 자라고 했는데.”

하고 동수가 말하자


“뭐! 망자!

죽은 자!

내가 죽은 사람이라면

네 눈에 보이겠냐?”

하고 아저씨가 화를 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더니 동수는 컴컴한 곳에서 밝은 곳으로 달렸다.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으로 살면서 돈을 벌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 저승사자를 만나서

억울하게 죽은 자의 한을 풀어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시 살고 싶은 망자의 넋을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로 탄생시켜

망자들이 함께 살고 싶은 사람 옆에서 살게 해주는 저승사자가 동수는 좋았다.


동수는

저녁이 되자 망자를 찾아 나섰다.


“혹시!

망자인가요?”

컴컴한 거리를 걸으면서 동수는 누군가에게 물을 것이다.

여러분도

동수를 만날 수도 있다.

동수를 만나면

호떡도 하나 사주고 따뜻한 어묵도 하나 사주면 좋겠다.


동수는

신비한 나라의 머슴이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동수가 망자의 넋을 찾아 데려오면 최선을 다해서 망자의 한을 풀어주었다.


“신비한 나라에서

머슴!

모집합니다.”


여러분도

신비한 나라의 머슴 모집에 지원하고 저승사자와 인터뷰를 해보세요.

더 멋진 세상이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백수라면

실업자라면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사이코페스라면


<신비한 나라>

머슴 자격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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