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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놀이터!

상상에 빠진 동화 0344

by 동화작가 김동석

초록놀이터!




초록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가 있었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그네를 타는 딸을 말없이 쳐다봤다.


"엄마!

물 주세요."

그네를 타며 딸은 엄마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


"알았어!"

엄마는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그네를 타는 딸에게 다가갔다.


"그만 타지!"


"싫어!

물 마시고 또 탈 거야."

이제 막 일곱 살이 된 딸은 그네 타는 걸 제일 좋아했다.


"<은지>야!

엄마 집에 잠깐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그네 타고 있어!"


"응!"


엄마는 딸이 그네 타는 걸 보고 의자에 가방과 물병을 놓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집안 청소를 간단히 하고 참치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었다.


"배고프다 하겠지!"

엄마는 딸이 그네를 타다 배고프다며 먹을 것을 달라고 한걸 기억하고 준비한 샌드위치였다.


"은지야!

배고프지?"


"응!"

하고 대답한 딸은 그네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서 먹지!"


"싫어!

그네 타며 먹을 거야."


"알았어!"

엄마는 딸이 그네에서 내려오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초록놀이터 그네 앞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은지가 내려오면 그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타게 내려오지!"


"싫다니까!"

딸은 쉽게 그네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알았어!

가만히 않아서 샌드위치 먹어.

엄마가 물 가져올게!"


"응!"


엄마는 딸 대답을 듣고 뒤돌아서 나무 밑에 자리한 의자로 향했다.


"물병이 어디 갔지!"

은지엄마는 의자에 놓고 간 물병을 찾았다.

하지만

가방은 있는 데 빨간 보온물병이 보이지 않았다.


"은지야!

물병이 없는데."

엄마는 그네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딸에게 외쳤다.


"몰라!

아무도 안 왔어."


"물병이 없어!"

엄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빨간 보온물병을 찾았지만 없었다.


"누가 가져갔을까!"


"내가 집에서 가져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 엄마는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해 봤다.


"은지야!

엄마가 집에 다시 갔다 올게."


"응!"

딸은 엄마에게 대답하고 참치 샌드위치를 천천히 먹었다.


"어디로 갔을까!

아니 누가 가져갔을까."

은지엄마는 조금 전까지 초록놀이터 의자에 둔 빨간 보온물병을 찾는데 온 신경을 썼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랐다.


은지엄마는 집안 구석구석 찾았다.

하지만

물병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도 없는데!"

은지엄마는 집안을 뒤졌지만 빨간 보온물병은 보이지 않았다.

집에서 나온 은지엄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초록놀이터로 향했다.



"엄마!

물!"

딸이 엄마를 보고 물을 달라고 했다.


"물병이 없어!"


"엄마!

물!"


"물병이 없어졌다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하고 말하며 초록놀이터 주변을 둘려봤다.


"얘들아!

혹시 빨간 보온물병 못 봤니?"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이들에게 은지엄마는 물었다.


"못 봤는데!"


"저도 못 봤어요!"


"고마워!"

은지엄마는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이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가방이 있는 의자로 향했다.


"엄마! 물!

빨리 물 줘."

은지는 더 크게 물을 달라고 엄마를 향해 말했다.


"은지야!

엄마가 집에 가서 물 가져올 테니 그네 타고 있어."


"빨리! 와!"


"알았어!"

하고 대답한 은지엄마는 다시 집으로 뛰었다.


"누가 가져갔을까!

가방은 안 가져가고 물병만 가져갔을까."

은지엄마는 갑자기 일어날 일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3825F~1.JPG 그림 나오미 G




초록놀이터 정원에 사는 고양이들이 모였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물병을 들고 있었다.


"<샘>!

이 물병은 어디서 가져온 거야?"

엄마고양이가 새끼고양이 <샘>에게 물었다.


"초록놀이터!

빨간 물병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누가 놓고 갔어."

샘은 초록놀이터에서 이상한 색을 가진 물건을 보면 모두 가져와 창고에 쌓아두었다.


"물병은 가져오지 말라고 했잖아!"

하고 엄마고양이가 말하자


"보온물병이잖아!"

샘은 플라스틱 물병만 생각했다.


"보온물병도 물병이야!"


"아니야!

물병은 플라스틱으로만 되어 있어."

샘은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말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물병을 가지고 다닌다고!

그러니까 이 빨간 보온물병도 가져왔던 자리에 같다 놔."


"싫어!

초록놀이터에는 빨간 물병이 있으면 안 돼."

샘은 초록놀이터에서 놀고먹을 수 있는 것은 초록색 이어야 했다.


"빨간 보온물병을 잃어버린 어린이가 초록놀이터에서 울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빨리 가져왔던 자리에 같다 놓고 와."


"싫다니까!"


"샘!

엄마에게 혼난다."


"싫어!

내가 주워온 거라고."


"의자에 놓아둔 물건은 손대면 안 되는 거야!"

엄마고양이는 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의자 밑에 있던 거야.

내가 의자 밑에서 주워온 거라고!"

샘은 의자 밑으로 굴러 떨어진 빨간 보온물병을 주워온 것은 사실이었다.


"의자에 놓은 게 떨어졌겠지!"

하고 말한 엄마고양이는 샘에게 다가갔다.


"아니야!

내가 의자 밑에서 누가 버린 것을 주워온 거라니까."

샘은 다가오는 엄마고양이에게 말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이리 내놔!"

엄마고양이는 샘이 가슴에 안고 있는 빨간 보온물병을 달라고 했다.


"싫다니까!"


"샘!

엄마에게 혼날래."


"그래도 싫어!

이 물병에 나도 물 담아 마실 거라고!"


"그건!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병이야!"

엄마고양이는 조금씩 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싫어!

그럼!

나도 빨간 물병 사 줘."


"알았어!

엄마가 빨간 물병 사줄 게."

엄마고양이는 샘을 달래며 가슴에 안고 있는 빨간 보온물병을 받았다.



은지엄마는

집에서 생수병을 들고 놀이터로 향했다.


"은지야!

물 가져왔어."

엄마는 집에 있는 생수를 한 병들고 와 딸에게 주었다.


"싫어!

난 플라스틱 물병은 싫다고 했잖아."


"미안해!

빨간 보온물병이 없어졌으니까 오늘만 마셔."


"싫어! 싫어!"

은지는 빨간 보온물병 뚜껑에 담아준 물을 마시는 게 제일 좋았다.


"엄마가 더 좋은 물병 사 올 게!"


"싫어! 싫어!

난 빨간 보온물병이 좋아."

하고 말한 은지는 엄마가 주는 생수병을 받지 않았다.


"미안해!

엄마가 더 좋은 물병 사줄 게."


"싫어! 싫어!"

은지는 그네에서 내려와 울기 시작했다.


"알았어!

울지 마.

빨간 물병 당장 사러 가자!"

엄마는 우는 딸을 안고 나무그늘 아래 의자로 향했다.


"뭐야!

저기 있다."

딸을 안고 의자로 향하던 은지엄마는 가방 속에서 빨간빛을 내고 있는 물병을 봤다.


"내가 귀신에 홀렸나!

은지야! 빨간 보온물병 가방에 있다."

하고 말한 엄마는 딸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빨간 보온물병을 껴냈다.


"신기하네!

분명히 찾아도 없었는데.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솟아났나!"

엄마는 보온물병 뚜껑에 물을 따라 딸에게 준 뒤 하늘을 쳐다봤다.

아직 지지 않은 태양이 서쪽 하늘에 걸쳐있었다.



고양이들은

나무 뒤에 숨어 지켜봤다.


"봤지!"

엄마고양이는 빨간 보온물병을 보고 눈물을 뚝 그친 은지를 보며 새끼고양이 샘에게 말했다.


"응!"

샘도 빨간 보온물병 뚜껑으로 물을 마시는 은지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 물건은 절대로 가져오면 안 돼!"


"알았어!"

샘은 초록놀이터에서 주워온 빨간 보온물병을 다시 준 게 속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엄마!

나도 빨간 보온물병 사줘."

샘도 빨간 보온물병이 갖고 싶었다.


"알았어!"

엄마고양이도 샘에게 빨간 보온물병을 사주고 싶었다.


"초록놀이터에 빨간 보온물병을 가져와도 괜찮아요!

아니! 아니!

어린이들이 마시는 물병은 어떤 색이어도 상관없어요.

의자에서 떨어진 물병이라도 고양이들은 주워가지 않을 거예요!"

샘은 노래 부르며 집으로 향했다.


"도대체!

초록놀이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은지엄마는 너무 궁금해 아파트 상황실로 향했다.


"아저씨!

지난 일요일 오후 다섯 시.

초록놀이터 의자에서 빨간 보온물병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어요.

녹화된 초록놀이터 비디오를 보고 싶어요."

은지엄마는 초록놀이터에서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믿었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아파트 보안요원들이 초록놀이터 녹화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다.


"뭐야!

의자에서 빨간 보온물병이 굴러 떨어졌잖아."

보안대원이 화면을 보고 말하자


"굴러 떨어졌구나!"

은지엄마도 비디오를 보면서 놀랐다.


"저건!

새끼고양이잖아."


"세상에!

새끼고양이가 빨간 보온물병을 들고 가다니."

은지엄마도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양이들이 훔쳐갔군요!"

하고 보안대원이 말하자


"아니에요!

훔쳐간 게 아니고 주워간 거예요."

은지엄마는 비디오 화면을 보고 땅에 떨어진 걸 주워갔다고 말했다.


"맞아요!

고양이가 훔쳐간 것은 아니군요."

보안대원도 훔쳐간 것으로 말한 것을 고쳐 다시 말했다.


"저건 뭐지!"

한 참 뒤 엄마고양이가 빨간 보온물병을 가지고 초록놀이터에 나타났다.


"세상에!

우리 아파트에 저렇게 훌륭한 고양이가 있다니."

엄마고양이는 빨간 보온물병을 가지고 와 은지엄마가 의자에 놓아둔 가방에 넣고 멀리 사라졌다.


"와!

이런 고양이들이 있다니."

보안대원도 은지엄마도 보고 놀랐다.


"미안하다!"

은지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화면에서 사라진 고양이들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지엄마는 아파트상황실 직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은지엄마는

시장 가방을 챙겼다.


"은지야!

오늘은 빨간 보온물병을 사러 가자."


"엄마!

빨간 보온물병 찾았잖아요."


"응!

그런데 이번에 사는 물병은 고양이들에게 줄 거야."


"정말!

엄마!

정말 고양이들에게 줄 거지."


"응!"

엄마는 딸에게 대답하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고양이들이 좋아하겠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은지는 빨간 보온물병을 들고 다니는 고양이들을 생각했다.


"엄마!

빨리 가자."

은지는 엄마를 졸라 빨간 보온물병을 사러 시장에 갔다.


"엄마!

제일 좋은 거 사주자."


"알았어!"


"아니!

내 것이랑 똑같은 거 사줘."


"알았어!"

하고 대답한 은지엄마는 딸이랑 같은 빨간 보온물병을 두 개 사서 집으로 향했다.



며칠 후

초록놀이터에 나타난 새끼고양이 <샘>이 빨간 보온물병을 들고 다니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샘!"

하고 은지가 새끼고양이를 불렀다.


"야옹! 야옹!"

하고 대답한 샘이 은지에게 달려왔다.


"그네 태워줄게!"

하고 말한 은지는 샘을 안고 그네를 탔다.

처음 그네를 탄 샘은 너무 즐거웠다.


"물! 물!"

은지 무릎에 앉은 샘이 말했다.


"물 마시고 싶구나!

알았어.

내가 물 줄게!"

하고 말한 은지는 샘을 안고 그네에서 내려왔다.


"많이 마셔!"

은지는 샘에게 빨간 보온물병 뚜껑에 듬뿍 물을 따라주었다.

샘은 물을 한 참 먹었다.


"담아줄게!"

은지는 샘의 물병에 물을 가득 담아주었다.


"엄마랑!

같이 마셔."

하고 말하자


"야옹! 야옹!"

하고 대답한 샘은 빨간 보온물병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은지는 샘과 놀면서 많이 달라졌다.

그네를 타다가도 친구들이 오면 그네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그네를 양보했다.


"은지가 많이 달라졌구나!"

은지엄마도 달라진 딸을 보며 가슴 뿌듯했다.

은지엄마는 주머니에 항상 고양이 간식을 넣고 다녔다.



아파트 주민들은 놀랐다.

은지엄마를 통해 고양이 이야기를 들은 아파트 주민들은 모이면 고양이 이야기만 했다.


"그게 사실이야!"

아파트 주민들은 고양이가 빨간 보온물병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이곳저곳으로 퍼졌다.


"사실이라니까!

내가 비디오 봤는데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야."

초록놀이터에서 있었던 빨간 보온물병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주었다.


"오늘은 마감입니다!"

아파트상황실에서는 저녁 여덟 시가 되면 비디오 보는 것을 마감했다.


"내일!

또 오세요."

보안요원은 더 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나도 남의 물건을 주으면 경찰서나 경비실에 갖다 줘야지!"

어린이들은 빨간 보온물병을 가져다준 엄마고양이를 보면 안아주며 먹이를 주었다.


"샘은 어디 있어!"

훌쩍 커버린 샘은 이제 엄마고양이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혼자서 이곳저곳을 누비며 많은 경험을 쌓고 있었다.


"엄마!

나도 빨간 보온물병 사줘."

아파트 어린이들은 모두 빨간 보온물병을 사서 들고 다녔다.


오후가 되면 초록놀이터 의자에 빨간 보온물병 수십 개가 놓여있었다.

몇 개는 굴러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지만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어른들은 굴러 떨어진 빨간 보온물병을 주워 의자에 올려놓기도 했다.

물을 다 마신 어린이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엄마들도 많아졌다.


"샘!

거기서 뭐 해.

그네 타고 싶구나!"

샘은 가끔 그네 앞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혼자서도 그네를 제법 잘 타는 고양이가 되었다.


"위험해!

빨리 내려와.

장난꾸러기 샘은 그넷줄을 타고 높이 올라가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샘이 다칠까 봐 큰 소리로 외쳤지만 샘은 더 높이 올라가려고 노력했다.


"난!

세상에서 제일 멋진 고양이야.

초록놀이터를 지키는 고양이 샘이라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 샘은 크게 외쳤다.


"잘 자!"

어린이들은 고양이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초록놀이터에 어둠이 찾아오고 엄마고양이와 샘만 남았다.

은지엄마가 준 간식을 가끔 먹으면서 엄마고양이와 샘은 그네를 탔다.


"엄마!

앞으로 엄마 말 잘 듣을게."

샘은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엄마고양이가 돌려준 빨간 보온물병 때문에 샘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알았다.


초록놀이터에는

고양이마법사가 사는 것 같았다.

어린이들이 웃으면

다양한 색을 띠며 하늘을 날았다.

웃음소리가 날 때마다

은지엄마는 하늘을 쳐다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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