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시리즈 015
공주님은 어느 별(★)에서!
손자 손녀는
냄새난다며 방에 들어오지 않고,
며느리는
잔소리한다며 들어오지 않고,
아들은
고부간의 갈등으로 난처해질까 눈치만 보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늙어가면서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답니다.
..
“영감!
오늘 밤에는 취소할까요?”
할머니는 감기몸살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무슨 소리!
방귀 뀔 힘은 없지만 공연은 계속해야지.”
할아버지는 정말 방귀 뀔 때마다 한쪽 엉덩이를 손으로 당기면서 뀌었어요.
“힘들면 쉬어도 좋아요.”
“안 돼!”
할아버지는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할머니 안마를 해주었어요.
늙은 동화작가의 동화구연은
오늘도 쉬지 않고 공연이 시작될 것 같았어요.
“할머니!
오늘은 어떤 동화예요?”
손녀가 저녁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으면서 물었어요.
“할머니도 몰라!”
“왜요?”
손녀는 영화처럼 미리 공연 제목을 알려주는 줄 알았어요.
“늙은 동화작가 맘이야!”
할머니는 앙코르 공연으로 그동안 써둔 동화를 들어봤어요.
하지만
매일 밤마다 새로운 동화를 구상하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밤에 공연하는 제목은 알 수 없었어요.
“영감!
손녀가 동화 제목 알고 싶데요?”
방에서 늦게 나온 할아버지에게 할머니가 물었어요.
“생각나는 대로 하는데 어떻게 알려줘!”
할아버지가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했어요.
“할아버지 알겠어요.”
손녀는 오늘 처음으로 할아버지 동화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혹시나
할머니 할아버지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까 봐 더 걱정되었어요.
“아버님!
저도 듣고 싶어요.”
저녁을 먹으면서 며느리가 물었어요.
밤마다 들리는 동화구연을
며느리는 오래전부터 베란다에 앉아 들었어요.
어떤 날은
너무 웃겨서 배꼽 잡고 웃은 적도 있었어요.
“안 돼!”
할머니가 밥을 먹다 말했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동화구연을 하면서 방귀 뀌는 걸 며느리에게 보여주는 게 창피했어요.
“아버님!
저도 듣고 싶어요.”
며느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어요.
“너는 좀 더 생각해보자.”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반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요.
며느리는 서운했어요.
하지만
베란다에서 오늘도 동화구연을 들을 거예요.
그림 나오미 G
..
“영감!
허리하고 무릎이 많이 아파요.”
할머니는 요즘 운동도 나가지 않고 힘들어했어요.
“이봐!
나도 방귀 뀔 힘도 없어.”
할아버지는 배에 힘주고 방귀를 뀌려고 했지만 잘 나오지 않았어요.
언제부턴가
할아버지는 방귀 뀔 때마다 한쪽 엉덩이를 손으로 당귀며 뀌었어요.
“늙어가니!
어쩔 수 없지요.”
하고 할머니가 말하자
“늙어가는 건!
자연의 이치야.”
할아버지는 할머니 허리와 무릎을 오래오래 주물러 주었어요.
‘똑똑!’
손녀가 노크했어요.
늙은 동화작가의 공연 시간이 되었어요.
“들어와라!”
할머니 말을 듣고 손녀가 들어갔어요.
“할머니!
과일 가져올까요?”
“아니야!
이리 누워!”
손녀는 안마를 받고 있는 할머니 옆에 누웠어요.
“냄새나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물었어요.
“네.”
손녀는 거짓말을 못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방은 정말 냄새가 났어요.
“동화를 들으면 냄새가 없어질 거야.”
할머니가 손녀 손을 잡고 말했어요.
‘카! 컥! 칵! 으음! 음!’
안마를 마친 할아버지는 헛기침을 몇 번 했어요.
곧
늙은 동화작가의 동화구연이 시작된다는 것 같았어요.
"<공주님은 어느 별(★)에서>"
할아버지가 동화 제목을 말하자
손녀는 그동안 듣지 못한 할아버지 목소리에 놀랐어요.
“할머니 신기해요!”
손녀가 할머니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쉿!”
할머니가 손가락을 손녀 입술에 대고 말했어요.
“네.”
늙은 동화작가의 목소리는 서서히 마법을 부리며 동화 속으로 들어갔어요.
“지구 ★에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마법사 ★에서 온 공주는 신분을 숨기고 보통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았어요.
어느 날,
마녀가 아이를 훔쳐 갔어요.
공주는 마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어요.
“죽이기 전에 찾아야 해!”
마녀는 아이를 죽일 거예요.
어두컴컴한 동굴 입구에서 마녀의 흔적을 찾았어요.
“이곳으로 들어갔단 말이지!”
공주는 동굴 입구에서 머뭇거렸어요.
동굴 입구는 칡넝쿨이 가리고 있었어요.
“아일!
아이를 구해야 해.”
공주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갔어요.
동굴 안은 어둡고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어요.
“하하하!
널 죽여야 내가 천상으로 올라가지.”
마녀는 아이나 마법사를 죽여야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어!”
마녀는 동굴 재단에 아이를 올려놓고 기도하는 듯했어요.
“할머니!
무서워요.”
손녀는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손녀 손을 꼭 잡아주었어요.
“널! 널!
죽여야 내가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어.”
늙은 동화작가의 목소리는 점점 무섭게 들렸어요.
재단에 누워있는 아이는 정신을 잃은 것 같았어요.
“멈춰!”
아이가 위험한 것을 안 공주가 소리쳤어요.
“누구야!”
마녀는 놀랐어요.
어두컴컴한 동굴 입구를 쳐다보며 침입자를 찾았어요.
“이게 누구야!
마법사 공주라니.”
마녀는 오래전부터 마법사 공주를 찾고 있었어요.
마법사 공주만 찾아서 마녀 대왕에게 데려가면 바로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날 잡아가고 아이는 돌려보내라.”
공주는 위험에 처한 아이를 빨리 구해주고 싶었어요.
“무슨 소리!
둘 다 잡아갈 거다.”
마녀는 마법사 공주를 보고도 욕심을 냈어요.
“욕심을 내다니!”
공주는 그동안 쓰지 않은 마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내놔!”
공주는 악마를 향해 소리쳤어요.
늙은 동화작가도
마법이 걸린 듯 크게 외쳤어요.
‘덜덜! 덜덜!’
떨고 있는 손녀를 할머니가 꼭 안아 주웠어요.
“닥쳐!
닥치란 말이야.”
마녀가 재단을 발로 차며 외쳤어요.
늙은 동화작가도
일어서서 마녀처럼 흉내를 내며 동화구연을 했어요.
공주는 마녀가 있는 재단 앞까지 갔어요.
“제발!
제발 아이를 풀어줘.”
공주는 애원하듯 마녀에게 부탁했어요.
“닥치라고!”
마녀가 소리치며 칼을 높이 들더니 아이를 향해 내려쳤어요.
“안 돼!”
공주가 외치며 마녀에게 달려갔어요.
늙은 동화작가의 목소리가 천상을 울리는 듯했어요.
“안 돼요!”
손녀도 할머니 손을 움켜쥐고 소리쳤어요.
“안 돼!
날 데려가!”
할머니가 손녀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쳤어요.
“안 돼요!”
하고 베란다에서 듣고 있던 며느리도 소리쳤어요.
넘어지던 마녀의 칼이 공주의 목을 스쳤어요.
피가 주르륵 흘렀어요.
“안 돼!
공주가 죽으면.”
손녀가 소리쳤어요.
“안 돼! 안 돼!”
늙은 동화작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더 떨렸어요.
공주의 몸은 사르르 녹아내렸어요.
‘흐흐흑! 흐흑!’
손녀가 울며 할머니 가슴으로 파고들었어요.
“흐흐흑!
죽으면 안 돼!”
할머니도 울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말했어요.
“하하하하!
마법사 공주를 죽였다.”
마녀가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어요.
할머니와 손녀가 일어나 늙은 동화작가를 쳐다봤어요.
그 눈빛은 공주를 살려내라는 듯 보였어요.
“안 돼!
죽으면 안 돼!”
베란다에서 동화를 듣고 있던 며느리도 크게 외쳤어요.
“날 죽여!
날 죽이라고! 이 마녀야.”
할머니가 손녀를 꼭 안고 외쳤어요.
사르르!
녹아내린 공주의 몸이 아이를 감싸기 시작했어요.
“저게 뭐지!”
마녀의 재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모두 놀랐어요.
“공주가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요!”
손녀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어요.
“마녀를 죽여!
죽여! 죽여!”
공주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외쳤어요.
“아가!
어른들이 잘못했다.”
공주는 아이의 몸을 감싸며 아이에게 속삭였어요.
“아가!
어서 잠에서 깨어나렴.”
공주는 잠들어 있는 아가를 깨웠어요.
“일어나!”
손녀가 울면서 말했어요.
“아가! 아가! 아가!”
할머니도 울면서 아가를 불렀어요.
“아가!
어서 일어나야지.”
베란다에서 듣고 있던 며느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외쳤어요.
아이가 눈을 떴어요.
“아가!”
공주는 아이를 안고 마녀 동굴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아이의 엄마에게 달려갔어요.
아이를 찾은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요.
마녀는 마법사 공주를 죽인 죄로 마녀 대왕에게 끌려갔어요.
“아가!
미래는 너희들 것이란다.”
늙은 동화작가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동화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어요.
어린 왕자가 사는 ★ 옆에는 마법사가 사는 ★이 있었어요.
“공주를 데려와야지.”
마법사 ★나라 왕은 지구 ★에서 죽은 공주를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엉어어엉! 엉엉!’
손녀가 울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방을 나왔어요.
“엄마! 엄마!”
거실에서 엄마도 울면서 딸을 꼭 안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방에서는
한참 동안 할머니 울음소리만 들렸어요.
다음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노인정에 갔어요.
“엄마!
우리 다시 들을까?”
딸이 엄마에게 묻자
“그래! 그래!”
하고 엄마가 대답했어요.
지난밤,
엄마는 핸드폰에 깔린 음성 녹음 앱을 켜서 딸 주머니에 넣어주었어요.
엄마와 딸은 스위치를 누르기도 전에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