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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8. 2022

엄마 손 잡고!

달콤시리즈 142

엄마 손 잡고!





학교에서 돌아온 동수는 소를 끌고 들판으로 나갔다.

그런데

소를 몰던 동수는 휘파람 불어도 즐거운 기분이 아니었다.


"내일도 혼자 가겠지!"

내일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는데 엄마나 아빠는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참석할 수 없었다.


"학교 가지 말까!"

동수는 산기슭에 소를 풀어놓고 언덕에 앉아서 멀리 석양을 바라봤다.


운동회 날 

엄마 손 잡고 달리기 시합이 동수는 제일 부러웠다.


"엄마가 제일 잘 달릴 텐데!"

농사일을 하는 동수 엄마는 힘도 세고 달리기도 잘했다.

하지만 일이 많은 동수 엄마 아빠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


"동수야!

도시락 싸왔나?"

운동회에 온 철수 엄마가 동수를 보고 물었다.

이웃집 사는 철수는 엄마 아빠랑 같이 김밥이랑 잡채를 먹고 있었다.


"네!"

힘없이 대답한 동수는 학교 건물 뒤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혼자 먹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도시락을 싸준 것도 아니고 동수가 도시락을 싸서 가져온 것이었다.


"동수야!"

하고 민호가 불렀다.

학교 건물 뒤에 먼저 와 있었다. 

민호도 엄마 아빠가 오지 않았다.


"응!"

동수가 대답하고 민호에게 다가갔다.


"같이 먹자!"

민호가 동수에게 말하자


"그래!"

하고 대답한 동수는 민호 옆에 앉아 도시락을 꺼냈다. 


"우리 엄마 아빠도 바빠서 못 온데!"

민호는 동수가 묻지 않았는데도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바빠!"

동수도 간단히 대답하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반찬이라고는 보리밥에 김치! 깍두기! 두 가지였다.


"동수야!

부모 원망하지 말자."

하고 민호가 말하자


"원망은!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하고 동수가 말하면서 울컥했다.


동수와 민호는 

학교 건물 뒤에서 도시락을 먹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엄마랑 

달리기 시합 누가 나갈래?"

하고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저요! 저요!"

많은 어린이들이 손들었다.


"저요!

우리 엄마 달리기 잘해요."

하고 민희가 말했다.


"우리 엄마도 달리기 잘해요!"

하고 순자도 손을 들고 외쳤다.


"조용!

4명이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두 명 더 손들어!"

하고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철수야!

너도 손들어."

하고 민호가 말하자


"우리 엄마는 뚱뚱해서 달리기 못해!"

하고 철수가 대답했다.


"달리기 못해도 참가하는 데 의미가 있는 거야!"

하고 담임 선생님이 말하자


"선생님!

할머니랑 나가도 돼요?"

하고 만식이가 물었다.


"그럼!

할머니도 좋다."

하고 담임 선생님이 말하자


"그럼!

저도 나갈래요."

하고 만식이가 대답했다.


"선생님!

만식이 할머니 달리기 선수였어요."

하고 순자가 말하자


"정말!

그럼 우리 반이 일등 하겠다."

하고 담임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림 나오미 G



"지금부터 

엄마 손 잡고 이어달리기 시합을 시작하겠습니다."

교감 선생님이 안내 방송을 했다.


"달리기 시합에 나갈 선수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주세요!"

하고 교감 선생님이 말하자

동수반 후보인 민희! 순자! 철수! 만식이 가 앞으로 나갔다.


"할머니!

달리기 잘할 수 있죠?"

만식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물었다.


"걱정 마!

다 이겨줄 테니까."

만식이 할머니는 나이가 먹었어도 달리기 하나는 잘했다.


"철수하고 어머님이 제일 먼저 달리기 하세요!"

하고 담임선생님이 말하자


"선생님!

우리가 꼴찌 하면 어떡해요?"

하고 철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철수야!

우리 할머니가 있으니까 걱정 마."

하고 만식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엄마도

 달리기 잘하니까 철수야 걱정 마!"

하고 민희가 말했다.


엄마 손 잡고 달리기 대회가 시작되었다.


"철수야!

더 빨리! 더 빨리!"

반 친구들이 모두 외쳤다.

하지만 철수는 꼴찌로 들어왔다.


한참 뒤처진 민희가 엄마 손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민희야!

더 빨리! 더 빨리!"

반 친구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좋아!

더 빨리 달려!"

반 친구들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민희와 엄마는 3등까지 올라갔다.


"순자야 파이팅!"

반 친구들은 달릴 준비를 하는 순자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다.

민희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순자가 엄마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팀 이겨라!"

순자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운동장에서 제일 컸다.


순자는 엄마 손을 잡고 2등으로 달렸다.


"와!

우리 반이 2등이야."

동수와 반 친구들은 모두 좋아했다.


"만식아!

할머니 손 꼭 잡고 달려야 해!"

하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만식이를 향해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네!"

하고 대답한 만식이가 순자에게 바통을 넘겨받고 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파이팅!

반 친구들이 모두 만식이 할머니를 응원했다.


"와!

만식이 할머니 잘 달린다."


"우리가 일등 할 것 같다!"


"와!

일등으로 달린다.

동수와 민호도 목소리 높여 응원했다.

엄마 손 잡고 달리고 싶었던 마음도 사라졌다.


"철수가 넘어졌다!"

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철수가 넘어지고 말았다.


"일어나!"


"어떡해!

일등 할 수 있었는데 아깝다."

하고 민희가 말하는 순간

만식이 할머니는 철수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와!

만식이를 안고 달린다."

학교 운동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할머니가 달리는 것도 힘들 텐데 손자를 안고 달리는 모습에 모두 감동받았다.


"우리가 일등이야!"

만식이를 안고 달린 할머니가 일등으로 골인했다.


"와!

만식이 할머니 최고!"

반 친구들은 모두 만식이와 할머니를 둘러싸고 좋아했다.


"와!

할머니 너무 멋져요!"

만식이 할머니는 학교 운동회에서 최고 인기상을 받았다.


만식이 할머니 덕분에 반 친구들은 공책과 연필을 선물 받았다.


"내년에는 나도 외할머니를 모시고 와야지!"

동수는 만식이가 할머니 손잡고 달리는 모습이 부러웠다.

외할머니도 달리기 잘한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몇 번이나 들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랴!"

운동회가 끝나고 학교에서 돌아온 동수는 휘파람을 불며 소를 끌고 들판으로 나갔다.


"엄마 아빠가 못 가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는구나!"

동수는 엄마 손 잡고 달리지 못한 게 슬프지 않았다.


"동수야!

오늘 이어달리기 시합은 누가 이겼냐?"

하고 저녁을 먹으며 엄마가 물었다.


"우리 반이 이겼어요!"

하고 동수가 말하자


"엄마들이 많이 왔었구나!"

엄마는 아들 마음을 아는지 조그맣게 말했다.


"엄마!

만식이가 할머니 손 잡고 나가서 일등 했어요!"

하고 동수가 말하자


"정말!

내년에는 너도 외할머니 모시고 가라!"

하고 엄마가 말했다.


"네!"

동수는 대답을 크게 하고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 입에 넣었다.

동수는 

엄마 손 잡고 달리지 못해 속상했던 마음이 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렸다.


"내 욕심만 부렸어!

엄마 아빠는 농사일로 너무 바쁜데."

동수는 엄마 아빠가 학교 운동회에 오지 않은 것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을 개울가에서 씻었다.


"소를 잘 키워야지!"

학교에서 돌아온 동수는 매일 소를 끌고 들판으로 나가면서도 행복했다.


"이 녀석을 잘 키워야 우리 집이 부자 되겠지!"

동수는 풀이 많은 곳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소를 끌고 다녔다.


"외할머니가 건강해야 할 텐데!

달리기 잘하는 외할머니랑 나가면 우리 반이 일등 할  거야."

동수는 내년 학교 운동회를 기대하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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