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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8. 2022

갈 수 없는 길!

달콤시리즈 140

갈 수 없는 길!





갑자기 핸드폰이 먹통이 되었다.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대로 가면 내가 찾던 목적지가 정확히 있었다.

그렇게 길들여진 내게 핸드폰이 먹통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큰일이야!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겠다."

아빠는 아들을 차에 태우고 입학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 내비게이션이 잘 데려다줄 것으로 믿었다.


"아빠!

이러다 늦겠어요."

아들은 알 수 없는 창밖 풍경을 보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왜 이러지!"

아빠는 차를 세우더니 다시 핸드폰 전원을 켰다.

전원이 들어오고 핸드폰이 다시 작동되었다.


"이제 됐다!"

아빠는 내비게이션 앱을 켜고 목적지를 다시 입력했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를 향해 출발 안내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미터 가지 못해 핸드폰 전원이 다시 꺼지고 리셋되고 있었다.


"핸드폰이 먹통이야!

지리를 몰라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찾아갈 수 없는데 큰일이다!"

아빠는 정말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어디도 찾아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 역시도 가까운 곳이 아니면 내비게이션 도움을 받아야 찾아가야만 했다.


"아빠!

다시 켜봐."

아들은 조마조마하면서 아빠 핸드폰을 쳐다봤다.


"아들!

핸드폰 줘봐."


"안 가져왔어요!"

영수는 시험에 집중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


"꼭!

이런 날 핸드폰이 먹통이라니."

아빠 등에서 땀이 주르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다시 켜봐!"

아들이 말하기도 전에 아빠는 핸드폰 전원을 켜고 있었다.


"제발!

빨리 켜져라."

아빠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핸드폰이 켜지는 순간을 지켜봤다.


다행이다!"

아빠는 핸드폰이 켜진 후 속도를 내서 시험 시간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빨리 뛰어!"

아빠는 아들에게 미안했다.

핸드폰만 믿고 있다가 갑자기 먹통이 되는 바람에 상상할 수 없는 위기를 맞은 것 같았다.


"기계의 노예가 되다니!"

아빠는 아들을 내려 준 뒤 핸드폰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이 핸드폰은 고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고치는 것보다 새로 핸드폰 구입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의 말을 들은 아빠는 난감했다.


"알겠습니다!"

아빠는 핸드폰 매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직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최신형으로 바꾸시겠습니까?"


"아니요!

통화! 문자! 카카오톡! 인터넷만 잘 되면 됩니다."

아빠는 최신형 핸드폰을 구입해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신형을 원하지 않았다.


"영원한 것은 없지!"

새 핸드폰을 개통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고

노인을 위한 기업도 없고

노인을 편하게 해주는 기계도 없다!"

아빠는 새로운 전자제품을 구경하고 오는 길에 세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지!"

아빠는 아침부터 택시를 탄다는 아들을 직접 차로 데려다준다고 했으니 말이다.

만약 길을 못 찾고 핸드폰이 계속 먹통으로 상황이 전개되었다면 아들은 시험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빠는 정말 아들이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과정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했다.


"몇 년은 괜찮겠지!"

새 핸드폰을 들고 집에 들어온 아빠는 마음이 편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내가 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물었다.


"말도 마!

영수 입학시험도 못 볼 뻔했어."


"무슨 일 있었어요?"


"핸드폰이 먹통 되어서 길을 잃었어!"


"그러니까!

제가 오래전부터 새 핸드폰으로 바꾸라고 했잖아요!

그렇게 고집부리더니 아들 인생을 망칠 뻔했군요!"


"맞아!

영수가 시험장에 못 들어갔다는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아."

아내에게 말하면서도 아빠는 아침에 일어난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항상!

대비하지 않으면 당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았다.





그림 나오미 G



영수는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나왔다.

아빠는 학교 교문 입구에서 아들을 기다렸다.


"아들!

핸드폰 새로 샀다."


"잘했어요!

어느 회사예요?"


"지난번 회사랑 같은 곳이야!"


"이제!

내비게이션 잘 되겠죠."


"그럼!

이제 먹통은 안 되겠지."

아빠는 새로 산 핸드폰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

새 핸드폰이라고 해서 먹통이 안 될 것 같죠.

그런데

인터넷이 끊어지면 새 핸드폰도 먹통이 돼요."


"그렇구나!

인공위성에서 정보를 주는 것이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 또 끊어지겠군."

아빠는 아들 말을 듣고 새 핸드폰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이 아니라

이제는 <갈 수 없는 길>이라는 시도 나와야겠군."

아빠는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갈 수 없는 길>

차를 몰고 가면 어디든 길인데 목적지가 정해지면 갈 수 없는 길이 될 수 있다니."

아빠는 이번에 핸드폰이 먹통 되면서 기계화된 사회의 사각지대를 느낄 수 있었다.


"여보!

내일 결혼식장 가는 데 늦지 않겠죠."

아내는 조카 결혼식에 가는 것을 걱정했다.


"새 핸드폰이니까 먹통 되는 일은 없을 거야!

좀 일찍 출발하면 늦지 않을 거야."

아내가 걱정하는 것을 알면서 아빠는 안심시켰다.


"아무튼!

차도 막힐 테니까 좀 일찍 출발해요."


"알았어!"

하고 대답한 아빠는 새 핸드폰을 꺼내 내일 갈 결혼식장 주소를 입력하고 내비게이션을 클릭했다.


"한 시간 걸리겠군!"

시간과 거리를 보고 아빠는 내비게이션을 껐다.


"세상에 갈 수 없는 길이 있을까!"

아빠는 달빛이 밝게 비추는 베란다에 앉아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주도 가는 시대인데!

갈 수 없는 길이 어디 있겠어.

우리가 안 갈 뿐이지 길이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거지!"

아빠는 <코로나 19>로 팬데믹 사회가 된 뒤 새로운 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도전하려고 했다.


"좀!

오래갈 거야."

아빠는 팬데믹 사회가 오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늙어감과 팬데믹 사회가 가져온 다양한 변화에 대해서 걱정이 앞섰다.


"살아남아야지!

어떤 세상이 오는지 보려면."

아빠는 항상 생존에 대해서 걱정했다.

무엇을 이루고 또 무엇을 갖는 것보다 생존이라는 가장 원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잖아."

아빠는 모든 문제를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인간이 욕망을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심각한 팬데믹 사회로 진입할 것을 가족들에게 말했다.


"새로운 변화!

우리 모두 어떤 사회가 되든 받아들이고 또 적응하며 살아야 해."

아빠는 가족 모두가 모여 밥을 먹을 때마다 팬데믹 사회를 극복하는 잔소리를 했다.


"아빠!

<코로나 19>도 곧 끝나겠죠."

아들은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못해서 제일 속상했다.


"끝이란 없어!

<코로나 19>가 어떻게 진행되는 가의 문제일 뿐이지."

아빠는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팬데믹 사회가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야!

모두가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지 못한다면 생존은 하기 힘들 거야."


"맞아요!

마스크도 이제 지긋지긋 하지만 벗는 순간 생명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밥을 먹다 엄마가 한 마디 했다.


영수는 엄마 아빠 잔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팬데믹 사회가 빨리 끝나길 기원했다.


"초원길!

비단길!

바닷길!

가지 않는 길!

갈 수 없는 길!"

아빠는 새로운 길에 들어선 거 같았다.


<갈 수 없는 길>

팬데믹 사회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과거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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