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유혹에 빠진 동화 243

by 동화작가 김동석

그곳에 가면!





별들이 반짝이는 밤!

소녀는 집을 나와 돌담에 몸을 기대고 밤하늘을 쳐다봤어요.

어둠 속에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아직

달이 뜨지 않은 시간이라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소녀는

반짝이는 별을 하나 둘 세었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고~오옵!

저것도 별일까.

아니야

반짝이지 않아.

별이 아닐 거야."


소녀는

별을 세다 멈췄어요.

목이 아팠어요.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모두 셀 수 없었어요.


"불가능 해!

저 별을 모두 센다고 하면 몇 날 며칠이 걸릴 거야.

그냥!

포기하는 게 났지."

소녀는 자신에게 포기할만한 이유를 설명했어요.


밤하늘 별을 모두 센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눈에 보이는 별은 셀 수 있지만 멀리 있는 별이나 보이지 않는 별은 셀 수 없었어요.


그림 나오미 G




돌담 앞!

풀숲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렸어요.

소녀는 깜짝 놀랐어요.

무당벌레였어요.


"안녕!

나도 별을 세고 있었어.

그런데

자꾸만 눈이 깜박거려서 모두 셀 수 없었어.

저기!

북두칠성까지 백삼십이 개야.

그다음부터 세어 봐."

하고 무당벌레가 소녀에게 말했어요.


"안녕!

북두칠성부터 저기 천왕성까지 이백이십이 개야.

내가 세워 봤어.

그러니까

천왕성 다음부터 세워 봐."

하고 풀잎에 앉아있던 나비 한 마리가 말했어요.


소녀는 놀랐어요.

무당벌레와 나비도 밤하늘 별을 세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기!

저기가 정확히 어딘 데?

북두칠성 앞에서부터야

아니면

북두칠성 뒤부터야?"

하고 소녀가 풀숲을 향해 물었어요.


"그것도 몰라!

북두칠성 끝은 꼬리 부분이야.

네모가 아닌 꼬리!

알았지."

하고 나비가 크게 말했어요.


"맞아!

나도 꼬리 부분에서 멈췄어.

그러니까

꼬리 부분이 북두칠성 끝이야."

하고 무당벌레가 외쳤어요.


"알았어!

나도 그렇게 생각할 게."

소녀는 대답했어요.


소녀는

밤하늘에서 천왕성을 찾았어요.

멀리

흐릿하게 천왕성이 보였어요.

그런데

더 이상 별을 셀 수 없었어요.

소녀는 눈을 감았어요.


"눈을 감으면 어떡해!

눈 떠!

눈 떠!

그래야 별이 보인단 말이야."

하고 무당벌레와 나비가 말했어요.


소녀는 눈을 떴어요.

밤하늘을 쳐다보며 천왕성을 찾았어요.

그런데

천왕성이 보이질 않았어요.


"어디 있지!

천왕성이 보이지 않아."

소녀가 속삭이듯 말하자


"저기!

있잖아.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지금

구름이 지나가고 있으니까 기다려 봐!"

하고 무당벌레가 말했어요.


"알았어!"

하고 대답한 소녀는 또 눈을 감았어요.


"눈 떠!

눈 감으면 어떡해.

눈 뜨고 구름이 어디로 가는지 봐야 천왕성을 찾을 수 있어.

눈 떠!"

나비가 크게 외쳤어요.


소녀는 눈을 떴어요.

목이 아팠어요.

자꾸만 눈이 감겼어요.

꾹 참고 눈을 크게 떴지만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왔어요.


기대고 있던 담장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어요.

소녀는 똑바로 섰어요.


"미안!"

하고 말한 소녀는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어요.


"난 들어갈 거야!

내일 밤에 다시 올 게.

천왕성 다음부터 별을 셀 게."

하고 소녀가 풀숲을 향해 외치자


"거기서부터!

오늘 밤에 내가 셀 게."

하고 풀숲에서 파리가 말했어요.


소녀는 한 참 서 있었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었어요.

풀숲에서 잔잔한 파도가 일듯 꿈틀거렸어요.

소녀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파리가 천왕성 부근 별을 세기 시작했어요.

풀숲에 있던 벌레들이 모두 따라 별을 셌어요.


"저기도 있잖아!

빼먹으면 어떡해."

무당벌레가 희미한 별 하나를 세지 않은 파리에게 말했어요.


"미안!

다시 셀 게."

파리는 다시 별을 세기 시작했어요.


시간은 빠르게 흘렀어요.

아침이 밝아왔어요.

풀숲에서 이슬이 뚝 뚝 떨어졌어요.

앞산이 환하게 밝았어요.

햇살이 비췰 것 같았어요.



돌담/영광 창녕조씨 가옥




순이는 아침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어요.

어젯밤 별을 세던 돌담을 바라봤어요.


"돌담 안녕!

오늘은 돌담에 있는 돌을 세워볼 거야.

괜찮지!"

하고 말한 소녀는 돌담에 있는 돌 하나하나 세며 걸었어요.


"여기!

여기도 돌 있어요."

하고 작은 돌멩이 하나가 소녀에게 말했어요


"그렇지!

너도 돌이구나.

미안!"

하고 말한 소녀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세었어요.


"어떡하지!

어디까지 세었지.

잊어버렸어."

소녀는 돌담의 돌을 어디까지 세었는지 알 수 없었어요.


"히히히!

처음부터 다시 세어야죠.

이번에는 돌에 번호를 써 가며 세어 보세요.

그러면

틀리지 않고 또 빼먹지 않을 거예요."

하고 큰 돌이 말했어요.


"와!

좋은 방법이다.

고마워!"

소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향했어요.

색연필이나 분필을 가져올 생각이었어요.


"히히히!

소녀가 너무 귀엽지."

돌담에 돌들이 소곤 거렸어요.


"맞아!

어젯밤에도 별을 세다 들어갔잖아.

히히히!"

하고 작은 돌이 말했어요.


"바보 같아!

수많은 별과 돌을 세려고 하다니.

그냥!

포기하지."

새까만 돌이 말했어요.


"그래도 멋있잖아!

포기하지 않고 세려고 하는 용기.

그 용기가 대단해.

앞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소녀가 될 거야."

하고 가장 큰 돌이 말했어요.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힘들 때는 밤하늘 별을 세며 힘을 길렀어요.

낮에는 돌담에 박힌 돌을 세며 용기를 얻었어요.

밤하늘 별들도 돌담의 돌들도 소녀의 꿈을 응원했어요.

풀숲의 벌레들도 소녀의 꿈을 응원했어요.

햇님도 달님도 소녀를 응원했어요.


소녀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캔버스를 펼쳐놓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요.

힘들 때는 밤하늘 별을 세고 돌담 돌을 세며 꿈을 향해 나아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