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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Jul 14. 2024

하늘 높이 날아라!

유혹에 빠진 동화

하늘 높이 날아라!






<상상력 대회>가 열린 들판은 북적북적했어요.

대회에 참가한 곤충들은 무대 위로 올라갔어요.


꿀벌

나비

파리


최종 결선오른 곤충이었어요.

달콤한 꿀을 먹는 꿀벌이 우승할 것으로 곤충들은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꽃향기만 맡으며 살아온 나비가 우승할 것으로 생각한 곤충들도 많았어요.

<상상력 대회>에서 꿀벌과 나비 중에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는 곤충이 많았어요.


"너희들은 달콤한 맛을 모를 거야!

내가 날마다 달콤한 꿀을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면 모두 쓰러질 거야."


"웃겨!

쓰러지긴 누가 쓰러져.

착각하지 마!

꽃향기 맡아봤어.

꽃향기 맡고 쓰러진 동물은 많아.

그렇지만

달콤한 꿀 먹고 쓰러진 동물은 없어."


꿀벌은 나비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자신의 우승 확률이 줄어든 것 같았어요.


"나비야!

달콤한 꿀을 먹어보지 못했지.

아마도!

달콤한 꿀을 먹어보고 꽃향기 타령을 하면 좋겠다.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웃기지 마!

꽃향기가 짙을수록 달콤한 꿀이 만들어진다는 걸 모르는 꿀벌이군.

꿀벌아!

달콤한 꿀을 만들기 위해 꽃이 필요하다는 것도 모르지.

달콤한 꿀을 만들기 위해 꽃밭으로 날아오는 걸 생각해 봐."


나비는 꿀벌을 쬐려 보며 말했어요.

꿀벌은 말문이 막혔어요

나비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았어요.


그림 홍정우



꿀벌과 나비가 서로 다투고 있을 때 무대 끝자락에 서 있던 파리는 웃고만 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

달콤한 꿀이랑 꽃향기 가득한 꽃을 누가 피우는 것도 모르는 녀석들!

너희들은 내 말 한마디면 무대를 내려갈 거야.

아마!

그렇게 될 거야."


파리의 말에 꿀벌과 나비가 웃었어요.


"뭐!

똥이나 먹는 주제에 똥 같은 소리 한다.

장미꽃 넝쿨 밑에 들쥐가 똥 쌌더라.

가서

그거나 먹고 놀아!

웃기는 녀석."


꿀벌은 파리가 싫었어요.

똥 먹는 파리가 들판에 사는 것도 싫었어요.


"그래!

더러운 녀석.

똥을 먹다니.

차라리

나 같으면 죽겠다.

똥을 먹고살 수는 없어.

꽃향기를 맡고 살아 봐.

행복이 무엇인지 알 거야."


나비도 파리가 싫었어요.

꿀벌과 나비는 파리를 흉봤어요.

파리는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똥 먹고사는 건 사실이었어요.



그림 홍정우



파리가 무대 중앙으로 걸어왔어요.

나비와 꿀벌은 뒤로 물러났어요.


"히히히!

똥맛을 보여줄게.

먹어 봐!

얼마나 맛있는지 말이야."

하고 말한 파리가 주머니에서 똥을 꺼내 꿀벌과 나비를 향해 던졌어요.



"우웩!

냄새가 지독해.

더러워!

도망가야겠다."


달콤한 꿀만 먹던 꿀벌은 하늘 높이 날았어요.

도저히

똥 냄새를 맡을 수 없었어요.


"뭐야!

이 더러운 냄새는 뭐야.

뭘 먹고 싼 똥이야.

지독해!

너무 지독해."


꽃향기만 맡고 살던 나비도 하늘 높이 날았어요.

지독한 똥 냄새를 맡을 수 없었어요.


<상상력 대회> 최종 결선에 나온 꿀벌과 나비가 날아간 뒤 무대에는 파리 혼자 남았어요.


"여러분!

<상상력 대회> 우승은 정해졌습니다.

무대에 남은 파리가 우승입니다!"

사회를 보던 무당벌레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파리는

<상상력 대회> 우승 자격으로 <낙서 대회>에 나갈 수 있었어요.



그림 홍정우

들판 꽃밭에서 <낙서 대회>가 열렸어요.

많은 들판 친구들이 참가했어요.


사마귀

거미

파리


최종 결선에 오른 친구들이었어요.

모두!

무대 위에 놓인 칠판에 낙서를 했어요.


"장미넝쿨 가시의 맛!

너희들은 모를 거야!

내가 가시 맛을 보여 줄게.

가슴으로 느껴 봐!"

하고 말한 사마귀가 장미 가시를 들고 보여줬어요.


"히히히!

무섭지.

심장을 찌를 거야.

죽어도 내 잘못 아니야.

죽기 싫으면 무대를 내려 가."


사마귀는 장미 가시를 높이 들었어요.

예리한 가시가 조명 불빛에 반짝반짝 빛났어요.


"웃긴다!

침 맛을 모르는 녀석.

모기 침은 사람도 죽일 수 있어.

독침이란 말이야.

어디서 잘난 체하는 거야.

겨우!

장미 가시 가지고."


모기는 독침을 꺼내 보여줬어요.

장미 가시보다 더 예리하고 날카로운 것 같았어요.


"기다려!

내가 먼저 맛을 보여주지."


거미가 장미 가시를 들고 모기를 향해 달렸어요.

모기도 독침을 길게 빼고 거미를 향해 달렸어요.


"잠깐!

오늘은 <낙서 대회>란 말이야.

나처럼 칠판에 낙서를 해야지.

둘이 싸우면 자격 박탈이야.

너희들은 실격이야.

히히히!"


파리가 칠판에 낙서를 마치고 말했어요.

거미와 사마귀는 둘이 싸우는 바람에 <낙서 대회>에서 실격당했어요.


"히히히!

바보 같은 녀석들.

대회 요강도 읽지 않은 녀석들.

너희들은 똥이나 실컷 먹어야겠다."


하고 말한 파리는 주머니에서 똥을 꺼내 무대를 내려가는 사마귀와 거미를 향해 던졌어요.


그림 홍정우


"우웩!

더러워.

지독해.

파리 넌 죽을 줄 알아."


거미는 파리가 던진 똥을 맞았어요.

들판에서 파리를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어요.


파리는 <낙서 대회>에서 우승했어요.

최종 결선에 오른 거미와 사마귀가 실격당하는 바람에 쉽게 우승할 수 있었어요.


파리는 <낙서 대회> 우승 자격으로 <경험한 이야기 대회>에 나갈 수 있었어요.


그림 홍정우



잠자리

모기

파리


<경험한 이야기 대회> 최종 결선에 오른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왔어요.

들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회였어요.


"난!

고추잠자리였어.

빨간 고추잠자리.

그런데

원숭이가 고추가 없다고 따졌어.

그 뒤로

잠자리가 되었어.

그런데

너희들 고추가 뭔지 모르지!"


"모르다니!

난 알아.

두 살 아이 고추를 독침으로 찌른 적도 있어.

그런데

그 아이는 아픈 척도 하지 않았어"


"아이를 죽이려고 했구나!

나쁜 녀석.

넌!

그 아이 엄마에게 죽을 거야."

하고 잠자리가 말했어요.


"아니!

그 아이 엄마 이마도 독침으로 찔렀어.

그런데

난 죽지 않았잖아."


모기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잠자리는 할 말이 없었어요.

아이도 엄마도 독침으로 찌른 모기가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잠자리!

너도 한 대 맞을래."


모기는 독침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어요.

잠자리는 도망갔어요.

독침을 맞고 싶지 않았어요.


"히히히!

도망치다니.

바보 같은 녀석!

파리.

넌 무섭지 않아.

빨리 날아가 똥이나 실컷 먹어!"


모기가 웃으며 말했어요.

파리는 웃었어요.


"독침!

넌 독침보다 무서운 것이 뭔지 모르지.

바보 같은 녀석!"


"그게 뭔데!

똥.

난 무섭지 않아.

너처럼 똥도 먹을 수 있어.

히히히!"


"기다려 봐!

독침보다 무서운 것이 뭔지 보여줄게."


파리는 높이 날았어요.

무대 뒤에 걸려있는 <파리채>를 들고 무대로 돌아왔어요.


"이거야!

독침보다 무서운 것이야.

한 대 맞아 봐!"


하고 말한 파리가 <파리채>를 들고 모기를 내려쳤어요.


"욱!"


모기의 마지막 한 마디였어요.

무대 중앙에 쓰러진 모기는 죽었어요.


"살인자!"


무대 아래 있던 모기가 외쳤어요.


"난!

살인자가 아니야.

독침보다 센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야."


파리는 살인자가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사용하는 <파리채>를 한 번 사용했을 뿐이었어요.


결국

<경험한 이야기 대회>에서 파리는 우승했어요.

파리는 모기 사체를 들고 들판으로 향했어요.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주었어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데!

모기 넌!

잘난 체 한 말 때문에 죽었군.

말!

조심해야지."


파리는 <경험한 이야기 대회>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경험한 이야기 대회>에서 우승한 파리는 <독특한 자랑 대회>에 나갈 수 있었어요.




그림 홍정우


나비

꿀벌

파리


독특한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최종 결선에 나왔어요.

꿀벌과 나비가 잘난 체하며 수다를 떨었어요.

파리는 한 마디도 안 했어요.


"파리야!

똥만 먹더니 말도 못 하는구나.

달콤한 꿀을 먹어 봐.

말도 달콤하게 할 거야."


"맞아!

파리는 똥만 먹어서 말도 못 해.

꽃향기를 맡아봐.

달콤하고 향긋한 꽃향기 맡으면 말도 잘할 거야.

히히히!"


파리는 꿀벌과 나비 이야기를 들었어요.

<독특한 자랑 대회>에서 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건 사실이야!

내가 더럽고 지독한 냄새나는 똥만 먹고사는 건 사실이야!

그런데 너희들 똥 먹어 봤어.

한 번 먹어 봐.

똥이

달콤하거나 향기로운 냄새는 나지 않아.

더럽지!

지저분하고 지독한 냄새나지.

그런데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달콤한 꿀을 만드는 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걸 잊지 마."


파리는 자신의 할 말을 했어요.

<독특한 자랑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꿀벌과 나비 흉도 보고 싶지 않았어요.

구경하던 친구들이 조용해졌어요.

모두

파리가 말하는 이야기를 경청했어요.









어린이들이 글을 읽고

그림에 색칠하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는

그림 동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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