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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Jul 14. 2024

너에게 필요한 건 말이야!

유혹에 빠진 동화 264

에게 필요한 건 말이야!





날카로운 칼날이

영희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 같았어요.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어요.

읽던 책을 내려놓고 화장실을 가도 그 칼날은 따라와 영희를 괴롭혔어요.


"제발!

사라져라.

머릿속에만 있어.

아니!

책 속에만 있어야지."


며칠 째 읽던 책 속에서 마법처럼 나온 날카로운 칼날이 영희를 괴롭혔어요.


"히히히!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계약서대로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죽여야겠지!"


영희에게 가까이 다가온 날카로운 칼날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어요.


"가까이 오지 마!

내겐 날카로운 칼날보다 더 무서운 게 있어.

넌!

내게 상대가 안 돼."


영희도 물려서지 않았어요.

아려오는 심장을 붙잡고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칼날에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그림 정인희


조급한 건 날카로운 칼날이었어요.

영희는 책을 읽어갈수록 불안했어요.


"포기해!

책을 내려놓아.

넌!

끝까지 읽지 않을 거잖아."


말하는 목소리가 떨렸어요.

영희의 손가락이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날카로운 칼날은 두려웠어요.


"히히히!

이제 심장을 도려내야 할 시간이야,

책을 내려놓고 내 칼의 맛을 봐야지.

어서!"


"기다려!

내가 널 단칼에 베어버릴 방법을 찾는 중이니.

제발 말 시키지 마."


영희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책 속으로 마법처럼 숨어 들어갔어요.

그 뒤를 날카로운 칼날도 따라 들어갔어요.

영희가 위험에 빠질 것 같았어요.



그림 정인희

"제발!

어떻게 해봐.

탐욕스러운 영감이 죽일 거야.

문서를 찢어버리면 어떨까.

멀리

도망쳐도 되잖아."


영희가 침대에 누워 소리쳤어요.

방 안에 있던 인형들도 깜짝 놀랐어요.

영희가 크게 소리친 건 처음이었어요.


"황소야!

우리를 죽일까.

날카로운 칼이 말이야.


토끼는 두려웠어요.

죽고 싶지 않았어요.


"설마!

영희만 죽이겠지.

인형들은 죄가 없잖아.

사람들처럼 욕심이 없으니까 죽이지 않을 거야."


황소는 여유롭게 말했어요.

밭에서 일만 하던 황소는 영희 방에서 편하게 사는 게 좋았어요.


강아지

호랑이

너구리

오리

기린

사슴

상어

펭귄

고양이


모두 황소 뒤로 숨었어요.

덩치 큰 황소 뒤에 숨은 인형들은 안전한 것 같았어요.


그림 정인희



인형들은

책 속으로 들어간 영희를 걱정했어요.


"죽었을까!"


"설마!

지혜로운 사람이니까.

 날카로운 칼날을 피했을 거야."


"아니야!

칼날은 덩치 큰 황소도 죽이는 데.

어린 영희를 단칼에 심장을 찔렀을 거야."


"난!

영희가 마법을 부릴 거라 생각해.

우리 주인이잖아.

그러니까

꼭 살아서 책 속에서 나올 거야."


사슴 인형은 영희가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었어요.

인형들은 숨만 쉬며 기다렸어요.



그림 정인희



영희 얼굴 표정이 달라졌어요.

날카로운 칼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어요.


"그렇지!

탐욕은 나쁜 거지.

욕심도 적당히 부려야지,

넌!

돈도 받지 못할 거야.

죗값을 치를 거야!"


영희가 소리쳤어요.

희망을 찾은 것 같았어요.


"어리석은 영감!

지혜로운 자를 이기려고 하다니.

바보!

욕심을 적당히 부려야지."


영희의 자신감에 놀란 날카로운 칼날은 숨을 곳을 찾았어요.


그림 정인희


영희 눈빛이 달랐어요.

금방이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어요.


"히히히!

그래도 소용없어.

문서에 적힌 대로 난 살 한 근만 벨 거야."


날카로운 칼날이 소리쳤어요.

칼을 높이 들고 심장을 향했어요.


"기다려!

판결을 내릴 테니."


판사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모두 조용해졌어요.

인형들도 숨만 쉬며 판사의 판결을 기다렸어요.


"딸!

밥 먹자."

부엌에서 엄마가 딸을 불렀어요.

영희는 들리지 않았어요.


셰익스피어작 <베니스의 상인>의 중요한 순간을 읽고 있었어요.


엄마는 대답 없는 딸을 찾아 나섰어요.


"딸!

밥 먹자니까."


엄마는 속삭이듯 말했어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서였어요.


영희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눈빛이 더 반짝였어요.


"절정이야!

샤일록을 처형했어.

아니면

재판 중이야!"


엄마는 딸이 읽고 있는 책 제목을 보고 물었어요.

지금 영희가 읽고 있는 책도 엄마가 선물한 것이었어요.


"딸!

어리석은 사람이 되면 살기 힘들어.

오직!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지혜가 필요해.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해.

이 책을 읽어 봐.

어떤 순간에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만들어 줄 거야."


엄마가 <베니스의 상인> 책을 선물하며 딸에게 한 말이었아요.


그림정인희

영희는 달라졌어요.

몇 번이나 책을 읽으며 샤일록과 포오셔의 입장을 생각했어요.


"샤일록처럼 살 한 근을 베어야 할까!

그러면

사람이 죽을 텐데.

돈을 빌리지 말았어야지.

바보!

안토니오도 바샤니오도 바보야."


영희는 죽을 위기에 빠진 바싸니오가 걱정되었어요.


"셰익스피어 님!

제발 살려주세요.

돈이 없어서 갚지 못한 것이잖아요.

둘의 우정을 생각해 보세요.

친구가 결혼한다고 빌려 준 돈이잖아요.

제발!

바샤니오와 안토니오를 살려주세요."


영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어요.

금방이라도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았어요.


책은

샤일록에게 벌을 내렸어요.

날카로운 칼날은 지혜를 이길 수 없었어요.


"지혜!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해.

어리석은 사람이 되면 날카로운 칼날에 죽을 수도 있어.

샤일록과 같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어."


영희는 알았어요.

책이 주는 선물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았어요.



그림 정인희


영희 방에 인형들이 모였어요.

영희가 <베니스의 상인> 책을 인형들에게 읽어주는 시간이었어요.

영희는 책을 읽고 난 뒤 인형들에게 읽어 주었어요.


"너희들에게 필요한 건 말이야!

지혜.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겠지!"


영희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어요.

인형들도 눈빛이 반짝였어요.







어린이들이 글을 읽으며

색칠하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는

그림 동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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