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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9. 2022

게으른 굼벵이!

달콤시리즈 167

게으른 굼벵이!





자신의 관점에서 대상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다.

이처럼 인간 중심적 사고는 대상의 특징이나 개성을 무시하고 인간적 인식의 틀 속에 갇히게 되었다.

진보와 이윤추구의 공통된 인간의 목표가 세계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양심과 의식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공 수정! 태아 이식! 복제 기술!”


과학기술은 시장의 효용성에 맞춰 현대사회에서 진화와 발전을 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이란 생산성이나 종을 지탱하기 위한 번식력이 지속 가능한 척도가 되었다.


“게으른 굼벵이가 생존하다니!”


진화와 변화의 소용돌이를 잘 이겨내고 현대사회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생존하고 있는 굼벵이는 이상적 삶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빠른 굼벵이가 되어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굼벵이를 볼 때마다 돌연변이 굼벵이를 생각했다.


“빠른 굼벵이!”

시간을 돌려서라도 느리고 게으른 굼벵이를 빠르고 부지런한 굼벵이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인간의 관점에서 굼벵이를 생각한 것이다.


굼벵이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느리지 않고 게으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지구 위기가 착각의 변화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의 삶에 유익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제적 속성만 따지며 진화와 변화를 추구했었다.

자신의 관점만 존재할 뿐 대상의 관점이나 특징은 큰 의미가 없었다.




“느린 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아야 해!”

게으른 굼벵이는 비록 느리고 게으르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좀 생각하지!”

자신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하는지 모르는 게 인간이었다.


“나만 바라봐!”

하고 말하는 현대인들을 게으른 굼벵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누가 꼭 봐주길 기대하다니!”

게으른 굼벵이는 인간들이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다.


“난!

게으르지만 하루를 열심히 살잖아.”

게으르다고 하루를 못 사는 게 아니었다.

게으른 굼벵이는 부지런한 인간처럼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그림 나오미 G





“중요한 건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지!”

게으른 굼벵이는 그동안 인간들로부터 잊혀 저 가는 동물들을 봤다.


“유목민, 양치기, 발견자들, 이주자!”

사람들로부터 잊혀져가는 게 불행한 일은 아니지만 굼벵이는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지 않고 생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게으른 굼벵이는

미래의 주인공들이 연구할 대상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지!”

게으른 굼벵이는 빠름에 익숙한 사람들이 언젠가는 느리고 게으른 삶의 중요성을 찾게 될 것으로 믿었다.


“기다리지도 못하고

이야기하기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느리고 게으름이다!”

가상의 세상이 지배하는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마도 게으른 굼벵이가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고 발전해 왔다.

눈에 보이는 공간에서만 살아왔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공간까지 확대하며 삶을 지탱하게 되었다.


“어딘가에 정착하고 살고 싶다고!”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곳에 정착하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게으른 굼벵이는 아침이 되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느리지만 열심히 앞으로 나아갔다.


“머물다니!

바보 같은 인간이야!”

인간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또 자신을 바꾸어가는 창조적인 행위에 최선을 다했다.

인간들의 빠름은 불과 언어, 종교와 예술을 창조했지만 원하는 행복을 얻지는 못했다.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스스로 만족해야만 했다.


“게으르고 느리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해!”

게으른 굼벵이는 빠른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고 창조적인 인간도 아니지만 인류의 역사에 당당히 자리하며 가치를 부여받게 되었다.


“게으름의 가치!”

나와 다르고 나와 함께 하지 못한다고 상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게으른 굼벵이도 인류의 발전과 인간의 삶에 크고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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