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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pr 09. 2022

꼭꼭 숨어라!

달콤시리즈 158

꼭꼭 숨어라!





꿀벌이

열심이 꽃 위에 앉아 꿀을 먹고 있었다.

꿀벌과 나비가 없으면 꽃이 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뒤로 나는

꽃보다 곤충들이 좋았다.


그런데

나비를 보면 볼수록 나비가 아니었다.


“뭘까!

누굴까?”

생각하다 보니 나비는 바로 나였다.


내가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내가 되어 훨훨 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비가 나와 함께 라면

천지도 나와 함께 일까?

아니면

만물도 나와 함께 일까?”

꿈에

나비가 나타나 내 손을 잡고 날 때

나는

천지와 만물이 나와 함께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함께 함을 귀로 들을 수 없고!

나와 함께 함을 눈으로 볼 수 없고!

나와 함께 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천지와 만물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그 녀석 참!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자연의 법칙을 따르다니.

높은 하늘에 올라

구름을 타고 노는 것 같구나!”

나비가 좋은 이유는 나도 자유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비가 나는 좋았다.

나와 함께

날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는 나비가 좋았다.




“나비야! 나비야!”

조용히 나비를 불렀다.


“왜!

불러요?”

나비가 대답하며 날아왔다.


“넌!

뭐가 그리 좋아 훨훨 날아다니는 거니?”

하고 묻자


“그거야!

사는 재미가 있으니까.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행복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어요!

남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마음도 가져야 하고

또 무슨 일이든 쉽게 풀어갈 요령도 있어야 요즘은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나비의 말을 들으면 사는 것도 아주 쉬운 것 같았다.


“그렇구나!

돈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내 생각은 틀렸다.

나비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림 나오미 G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하고 말한 톨스토이가 생각났다.


“빵도 중요하지만

사랑과 요령도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통찰의 마음도 가져야 살아가기 쉽다.”

나는 나비처럼 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나는 진화와 변화를 추구했다.

때로는

경쟁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밀치고 살아왔다.


“참!

이기적인 사람들이야.”

그렇게 말해도 항변할 수 없는 삶이었다.

내가 누구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했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또 더 많은 것을 이해하며 살아야 했다.

사랑과 요령도 중요하지만 언제든지 지혜롭게 대처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때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이란 말처럼 내가 상대를 이겨서 얻을 게 무엇인가!

이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통찰하는 자세가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나만 잘 살면 되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더불어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다수의 횡포가 심해졌다.

개인의 삶은 짓밟히고 존중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빠져버렸다.




“나비야! 나비야!”

널 쉽게 부르지만 나는 날지 못했다.

나만 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날기를 포기했다.


“나비야!

꼭꼭 숨어라!”

나비가 다수의 눈에 띄지 않았으면 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나비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비야!

우리가 너와 함께 날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아니?”

나비에게 물었다.


“알죠!

자유란 책임이 따르는 법인데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니 인간이 날 수 없는 거잖아요!”

나비의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아려왔다.

꼭꼭 숨긴 비밀을 들킨 것 같았다.


“나비야!

나도 너처럼 훨훨 날고 싶다!”

나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 그 순간과 마주친

나는 우연의 행복을 뼛속까지 느끼고 있었다.


“나비야! 나비야!”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만 보면 가슴이 탁 트였다.

입술에 침을 바르고

나비를 부를 때 가슴 한가운데서 희망이 솟아남을 알았다.


“나비야! 나비야!”

나는 나비를 부르고 또 불렀다.


외롭다!

아니 외롭다.

슬프다!

아니 슬프다.

다 비웠다!

아니

아직도 비울게 너무 많이 남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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