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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05. 2024

우리도 존재하잖아!

착각에 빠진 동화 414

우리도 존재하잖아!





장미꽃밭에 사는 거미는 무서운 것이 하나 있었어요.

장미꽃 향기 맡으며 살아가는 거미를 친구들은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거미는 장미꽃밭에서 이사 갈 생각이었어요.

장미넝쿨 위에서 잠자다 가시에 찔린 적이 많은 거미는 온몸에 상처 투성이었어요.


"가시가 무서워!

나를 가만두지 않아.

사냥 후에 가시에 찔린단 말이야.

이사를 가야겠어."


거미는 이사 갈 곳을 찾았어요.

거미줄에 잡힌 사마귀가 발버둥 치는 걸 봤어요.


"히히히!

날 흉보더니 거미줄에 걸렸군.

오늘 저녁에는 사마귀 요리를 먹겠군.

좋아!"


거미는 신났어요.

사마귀 바비큐 해 먹을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어요.


"거미야!

사마귀 살려 줘.

내 친구란 말이야!"


이웃집 사는 사마귀 었어요.

바늘꽃밭에 사는 친구가 장미꽃밭에 사는 사마귀 친구를 만나러 왔다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어요.


"안 돼!

저녁에 바비큐 해 먹을 거야."


"제발!

살려 줘.

가장 친한 친구란 말이야!

잠자리나 나비 잡아먹으면 되잖아."


사마귀는 친구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거미줄을 끊어서라도 친구를 구하고 싶었어요.


"몰라!

나도 어쩔 수 없어."


거미는 귀찮았어요.


"거미줄을 끊을 거야!

들판 친구들에게 의리도 우정도 없다고 말할 거야."


사마귀는 긴 다리를 이용해 거미줄을 끊어갔어요.


"고마워!"


바늘꽃밭 사마귀는 꼼짝 할 수 없었어요.


멈춰!

저녁에 먹을 거란 말이야."


거미는 거미줄 끊는 사마귀를 향해 달렸어요.

거미줄 하나가 끊어지자 거미줄에 잡힌 사마귀가 출렁거렸어요.


"멈추란 말이야!

거미줄이 끊어지면 친구도 죽는단 말이야."


"왜!"


"거미줄 밑은 개미집이란 말이야!

기다려.

내가 구해줄 테니."


거미는 할 수 없이 거미줄을 거둬들였어요.

사마귀는 지켜봤어요.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는 죽어갔어요.

거미줄이 목을 죄였어요.


"빨리 구해!

늦으면 죽는단 말이야.

어떻게 좀 해봐!"


"어떻게 하라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사마귀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요.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가 죽고 사는 문제는 거미나 친구가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




그림 홍정우




거미줄 밑에 사는 개미들은 곧 떨어질 사마귀를 기다렸어요.


"히히히!

오늘 사마귀 요리를 먹을 수 있겠다.

여왕개미에게 이야기하고 와!"


개미집 입구를 지키던 일개미 었어요.

일개미 한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갔어요.


"여왕님!

오늘 저녁 요리는 사마귀 바비큐라고 합니다."


"좋아!

오랜만에 사마귀 바비큐란 말이지.

맛있게 요리해 오라고 해."


"여왕님!

알겠습니다."


일개미는 궁전을 나와 밖으로 향했어요.

거미줄에 걸린 사마귀는 거미의 도움으로 개미집에 떨어지지 않았어요.


거미줄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마귀는

거미와 사마귀 도움으로 장미넝쿨에 기댈 수 있었어요.


"고마워!"


바늘꽃밭 사마귀는 거미와 친구 사마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빨리 해봐!

숨을 못 쉬잖아."


바늘꽃밭 사마귀가 거미를 쏘아보며 말했어요.

거미줄이 목을 감싸고 있던 사마귀는 힘들었어요.


"보면 알겠지!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단 말이야."


거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거미줄을 끊어내고 있었어요.


"이봐!

오늘 사마귀 바비큐 못 먹겠다.

어떡하지!"


개미집 문 앞을 지키던 일개미가 궁전에서 돌아온 일개미에게 바깥 사정을 이야기했어요.


"뭐라고!

여왕개미에게 보고 했는데 어떡하지.

거미줄에 있던 사마귀 어디로 갔지?"


"거미와 사마귀가 장미넝쿨로 끌고 갔어.

일개미들을 그곳으로 보내야겠어."


"알았어!

사령관에게 일개미 출동시켜 달라고 부탁할게."


일개미 한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갔어요.

거미줄에서 사라진 사마귀를 찾아야 했어요.

그런데

그 사마귀는 장미꽃밭에 사는 사마귀를 따라 떠난 지 오래되었어요.



그림 홍정우



그날 밤!

일개미 두 마리가 죽었다는 뉴스가 들판에 퍼졌어요.

여왕개미는 사마귀 바비큐 요리를 먹을 줄 알았는데 하루살이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해 질 녘!

거미는 장미꽃밭 주변에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어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남자와 여자

플러스와 마이너스

죽느냐 사느냐

너와 나

세상에는 두 가지만 존재하지.

아니!

우리도 존재하잖아.

우리!

그게 뭐야?"


거미줄 치며 노래 부르던 거미는 이상했어요.

세상에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했지만 세 가지도 존재하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은 이상해!

두 가지만 존재하게 할 것이지.

우리가 뭐야."


거미는 우울했어요.

<우리>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우정

의리


같은 것은 조금 전 장미넝쿨에 사는 사마귀가 알려줬어요.


"우리!

사마귀는 알 거야.

그 녀석에게 물어봐야지."


거미줄을 다 친 거미는 쉬고 있었어요.

그때

파리 한 마리가 찾아왔어요.


"오늘 사냥 결과는 어때!

괜찮았어.

누가 죽었을까?"


들판에서 관을 파는 파리였어요.

파리는 동물이 죽으면 관을 팔아먹고살았어요.


"없어!"


"무슨 소리야!

여왕개미가 사마귀 바비큐 요리 먹는다고 자랑하던데."


"없어!

나도 굶고 있어."


"이봐!

사실대로 말해.

오늘은 오동나무 관이야.

꽤!

비싼 거란 말이야."


"없다니까!

오늘 사냥감을 풀어 줬어."


"뭐라고!

천하에 나쁜 거미가 사냥감을 풀어 줘.

그걸 믿으라고!"


"믿든지 말든지!"


거미는 짜증 났어요.

파리는 관을 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림 홍정우



들판이 시끄러웠어요.

파리가 신나게 노래 부르며 집으로 향했어요.


"거미가 이상해!

잡힌 사냥감도 풀어주고

거미가 이상해!

관도 팔아주지 않고

우리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거미가 이상해!

죽을 때가 되었나

아무튼 이상해!

미래

희망

행복을 말하고

거미가 이상해!

거미가 이상해!"


파리 노래는 들판 친구들을 행복하게 했어요.


귀뚜라미

여치

잠자리

무당벌레

사슴벌레


모두

파리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그날의 선택!

사마귀를 살려준 거미는 달라졌어요.

세상에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자신의 생각을 경험과 느낌으로 나누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눌 수 없었어요.


"그렇지!

나눌 수 없는 것도 존재할 거야.

죽느냐 사느냐!

두 가지만 생각한 내가 잘못이야.

세 가지도 있고 네 가지도 있을 수 있잖아.

히히히!

고집만 부리고 살았어.

그러지 말자."


거미는 달라지기로 했어요.

파리는 들판에서 관을 팔고 있었어요.

바늘꽃밭에 앉아 놀던 친구들이 파리가 불렀던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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