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화작가 김동석 Aug 06. 2024

제발!

착각에 빠진 동화 415

제발!




오리가 말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오리로 살고 싶어요!"


오리는 사람들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오리털 잠바를 만드는 사람들은 오리말을 듣지 않았어요.


겨울이 오기 전에 많은 오리털이 필요했어요.

오리털 잠바에 들어갈 오리털 문이었어요.


"도망쳐야겠어!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오리 한 마리가 오리농장을 탈출할 계획을 세웠어요.

농장 밖에는 민수네 밭이 있었어요.

밭고랑을 타고 탈출하면 밭 끝자락에 호수가 있었어요.


"오늘밤!

탈출할 거야.

농장을 탈출하고 싶은 오리 있을까?"


탈출계획을 세운 오리가 물었어요.

오리들은 농장을 탈출하고 싶지 않았어요.

주인이 주는 사료와 물만 있으면 행복한 오리들이었어요.


"배부른 녀석들!

죽어도 싸지."


오리는 농장을 탈출했어요.

높은 울타리가 앞을 막았지만 날개를 활짝 펼쳐 날았어요.

몇 번의 시도 끝에 울타리를 넘을 수 있었어요.

오리는 밭고랑을 타고 달렸어요.

고구마를 가득 심은 밭이었어요.


"누구야!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온 거야.

당장 나가!"


고구마밭을 지키는 허수아비었어요.


"미안!

난 농장을 탈출한 오리야.

저기!

보이는 호수까지만 갈게."


깜짝 놀란 오리가 허수아비에게 말했어요.


"뭐라고!

탈출했다고.

넌!

주인을 배반했구나.

그러면 안 돼."


"농장에 있으면 죽는단 말이야!

그래서

탈출한 거야,

제발!

도와줘."


"죽는다고!

누가 널 죽여.

들판에 하루종일 서있는 나도 안 죽이는데!

거짓말이지."


"아니!

정말이야.

농장에 있는 오리는 곧 죽는단 말이야.

겨울이 오기 전에 사람들은 오리털이 많이 필요해.

오리털 잠바를 만들어 팔아야 해서 그런다고 했어."


"오리털 잠바!

그게 뭔데?"


"코트야!

추운 겨울에 입는 옷.

너도 겨울에 입을 거야."


"난!

입은 적 없어.

추운 겨울은 아직이야.

난!

봄에 태어난 허수아비야."


"그렇구나!

들판에서 한 번도 겨울을 맞이하지 않은 허수아비 구나.

아무튼!

난 저기 호수까지만 지나갈게.

미안!"


"알았어!

고구마순은 밟지 말고 가."


"그럴게!

고마워."


오리는 고구마밭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어요.

허수아비는 달려가는 오리를 한참 쳐다봤어요.



그림 김선우




멀리

민수네 오리농장이 보였어요.

허수아비 덕분에 오리는 호수에 편안히 도착할 수 있었어요.


"호호호!

호수가 이렇게 좋다니.

탈출을 잘했어.

여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오리는 물 위에서 하늘을 바라봤어요.

하얀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농장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어요.


"구름아!

안녕 안녕."


오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인사했어요.


"안녕!

처음 보는 오리구나.

넌!

어디서 온 거야?"


제일 앞에 가던 구름이 물었어요.


"난!

저기 산밑 오리농장에서 왔어.

탈출했어!"


"와!

탈출한 오리구나.

대단하다!"


구름은 오리 곁으로 다가갔어요.


"구름 위에 타보고 싶지?"


"응!"


"손 잡아!"


"고마워!"


오리는 구름 위로 올라갔어요.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게!"


"정말이지!

고마워."


구름은 오리를 태우고 호수를 돌았어요.

호수 주변에는 집도 사람도 많았어요.

민수네 오리농장도 보였어요.




그림 김선우




오리는

세상이 넓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구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 더 멀리 볼 수 있었어요.


"구름아!

고마워."


"뭘!

다음에 또 워줄게."


"응!"


구름은 바람 따라 흘러갔어요.

오리는 허수아비와 구름 친구가 생겼어요.

호수에서 첫날밤을 맞이했어요.

잠이 오지 않았어요.

오리농장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허수아비와 구름도 생각났어요.


자유

탈출

허수아비

구름

벌레 노랫소리

물고기 하품 소리


농장을 탈출한 오리는 호수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어요.

오리는 친구가 생겨 좋았어요.

호수에서 나와 허수아비에게 놀러 갈 도 있었어요.

구름 타고 먼 곳까지 여행할 때도 있었어요.






그림 김전우






밤이 되면

허수아비가 호수로 놀러 왔어요.


"안녕!

호수에 달이 빠졌다.

어떡하지!"


허수아비는 호수에 빠진 달은 처음 봤어요.


"걱정 마!

새벽에 내가 건질 거니까."


오리는 새벽마다 물에 빠진 달을 건져 집으로 보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시간도 잘 맞추고 쉽게 달을 건져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어요.


"별들은!

어떡하고?"


"걱정 말라니까!

별들도 모두 건져 집에 보낼 테니."


오리는 자신만만했어요.

그런데

허수아비는 호수에 빠진 달과 별들을 건져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어요.


"정말이지!

어쩐지 달과 별들이 밤마다 보이더라.

모두

오리가 하는 일이었구나."


허수아비는 오리가 존경스러웠어요.


"맞아!

내가 좀 했어.

그런데

호수에 사는 물고기랑 호숫가에 사는 곤충들이 도와줬어."


"어쩐지!

다음에 나도 일찍 와서 도와줄게."


"알았어!"


밤늦도록

오리와 허수아비는 수다를 떨었아요.

사람들이 오리털 잠바를 만들기 위해 수천 마리 오리를 죽인다는 것도 허수아비는 처음 알았어요.



그림 김선우






가끔!

호수에 살게 된 오리는 농장에 있는 오리들을 생각했어요.


"불쌍한 오리!

닭털도 아니고 토끼털도 아닌 오리털 잠바라니.

웃겨!"


여름이 끝나갈 무렵!

민수네 오리농장 오리들이 트럭에 실렸어요.


'꽈악!

꽈악 꽈악!'


트럭에 실린 오리들은 호수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오리를 봤어요.


"저기 있다!

탈출한 오리가 살아 있어."


트럭에 실린 오리들이 호수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어요.

트럭은 그것도 모르고 씽씽 달렸어요.

호수에 검은 그림자가 오리를 노려봤어요.

그런데

탈출한 오리는 걱정하지 않았어요.

어려움이 닥쳐도 잘 극복하고 살아갈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도 존재하잖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