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에 빠진 동화 0545 언제나 그랬듯이!
1. 언제나 그랬듯이!
들판은 고요했어요.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 것도 몰랐어요.
개미집을 허물고 놀던 들쥐들도 새까만 구름을 보지 못했어요.
장미꽃 아래서
쇠똥구리와 놀던 또리(들쥐)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아 집으로 향했어요.
"있다 봐!
빨리 집에 들어 가."
또리는 쇠똥구리와 헤어진 뒤 달렸어요.
쇠똥구리도 굴리던 똥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들판에 많은 비가 내릴 것 같았어요.
먹이를 찾던 개미들도 집으로 향했어요.
언제나 그랬듯이
개미집을 허물며 놀던 들쥐들은 아무것도 몰랐어요.
'우두둑!
두두두둑!'
빗소리가 요란했어요.
장대비가 내렸어요.
개미집을 허물며 놀던 들쥐들이 집으로 향했어요.
그런데
쏟아지는 빗물이 쥐구멍을 타고 흘렀어요.
들쥐들은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요.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비를 피할 곳을 찾았어요.
하지만
들판에서 비를 피할 곳이 많지 않았어요.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아카시아 나무 아래로 들쥐들이 모였어요.
"오늘 비 온다는 이야기 없었잖아!"
들쥐 한 마리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어요.
말썽꾸러기 띠띠(들쥐 대장)였어요.
"띠띠!
오늘 밤에는 어디서 잘 꺼야?"
띠띠를 졸졸 따라다니는 들쥐였어요.
"난!
저기 위에서 잘 거야.
다람쥐 집에 들어가면 비를 피할 수 있을 거야.
히히히!"
띠띠는 아카시아 나무에 올라가 다람쥐 집에서 쉬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무를 쉽게 올라가지 못했어요.
"이상하지!
다람쥐는 나무를 잘 올라가는데 말이야."
띠띠는 나무를 오르다 미끄러졌어요.
자꾸만 미끄러지는 자신이 싫었어요.
많은 들쥐들이 띠띠가 나무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지켜봤어요.
"비가 와서 그럴 거야!"
들쥐 한 마리가 비를 맞으며 말했어요.
눈썹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다람쥐는 잘 올라가던데!
이상해."
띠띠는 다람쥐가 부러웠어요.
들쥐들이 하나 둘 아카시아 나무를 오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더 많이 내렸어요.
또리는 비가 와도 걱정 없었어요.
쇠똥구리 덕분에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있었어요.
또리는 들판에서 가져온 똥을 차곡차곡 쌓아 벽을 튼튼하게 쌓았어요.
처음에는 냄새가 지독해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런데
똥이 굳어가며 냄새도 나지 않았어요.
"그 녀석!
대단하단 말이야.
똥!
들판에서 똥을 모으다니."
또리는 쇠똥구리를 칭찬했어요.
똥냄새난다고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또리는 들쥐보다 쇠똥구리와 놀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들쥐들은 또리를 보면 욕하거나 물어뜯기도 했어요.
특히
띠띠는 또리를 죽이려고까지 했어요.
또리는 지혜롭게 대처하며 살았어요.
들쥐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들판에서 똥을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쇠똥구리에게 집 짓는 것도 배웠어요.
앞마당에 밭을 만들고 채소나 버섯 재배 하는 것도 배웠어요.
또리는 자급자족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열심히 일했어요.
거센 폭풍이 들판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갔어요.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들쥐들은 두려웠어요.
"띠띠!
어디로 갈까?
또리에게 갈까!"
또리를 좋아하는 들쥐였어요.
폭풍우를 피하는 길은 또리집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띠띠는 또리에게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또리를 괴롭힌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띠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들쥐들은 부들부들 떨며 아카시아 나무 아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