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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잖아!-2

상상에 빠진 동화 0546 도움이 필요해!

by 동화작가 김동석

2. 도움이 필요해!




폭풍은 계속되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들판은 쑥대밭이 되었어요.

또리(들쥐)와 쇠똥구리만 튼튼한 집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대단해!

똥을 모아 집을 짓다니.

튼튼한 집이 될 줄 몰랐어.

똥으로 따뜻한 불을 피울 수도 있고 밥을 지을 수도 있잖아.

쇠똥구리 말을 잘 들었어."


또리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들판 친구들이 걱정되었지만 나설 수 없었어요.

똥을 모아 집을 짓는다고 흉보고 놀린 친구들에게 집으로 오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어요.


"쥐구멍에 물이 들어갈 텐데!

아카시아 나무 밑으로 피했을 거야.

그곳에 있으면 춥고 배고플 텐데.

어떡하지!"


또리는 망설이다 비옷을 꺼내 입었어요.

들판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아카시아 나무를 향해 갈 생각이었어요.


띠띠(들쥐 대장)는 비를 맞으며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떨어지고 또 떨어졌어요.

그 모습을 다람쥐 가족이 지켜봤어요.


"띠띠!

지금이라도 또리에게 가자.

너무 춥고 배고파."


들쥐 한 마리가 부들부들 떨며 말했어요.

띠띠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앞장설 게!

또리가 반겨줄 거야."


들쥐 한 마리가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달렸어요.

그 뒤로 들쥐들이 따라 달렸어요.

마지막으로 띠띠가 달렸어요.

들쥐들은 바늘 꽃밭 앞에서 또리를 만났어요.


"또리야!"


앞장서 달리던 들쥐가 외쳤어요.

또리도 깜짝 놀랐어요.


"날 따라와!"


하고 말한 또리는 집을 향해 달렸어요.

들쥐들이 또리를 따라 달렸어요.

띠띠도 달렸어요.



들쥐 또리/그림 손정은



또리가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어요.

들쥐들도 모두 비를 피해 들어갔어요.

그런데

띠띠는 대문 앞에서 망설였어요.


"빨리!

들어와."


또리가 띠띠를 향해 외쳤어요.

띠띠가 머뭇거리다 또리에 밀려 집으로 들어갔어요.


또리는 목욕탕에서 수건을 꺼내 들쥐들에게 주었어요.

비를 맞은 들쥐들은 수건으로 몸을 닦았어요.


"이봐!

신기하지.

똥냄새가 나지 않아.

똥으로 집을 지었잖아!

그런데

냄새가 나질 않아."


들쥐 한 마리가 벽을 향해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으며 말했어요.

다른 들쥐들도 벽에 코를 갖다 대며 냄새를 맡았어요.

그런데

똥냄새가 나질 않았어요.


"이건 홍차야!

모두 식탁으로 와서 한 잔씩 마셔.

몸이 따뜻해질 거야.

뜨거우니까 조심해."


또리는 식탁에 따뜻한 홍차와 식빵을 내놨어요.

배고픈 들쥐들은 식빵을 하니씩 들고 먹었어요.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추위에 떨었던 몸을 녹였어요.


"고마워!"


띠띠였어요.

똥을 모아 집을 짓는다고 또리를 욕하고 흉보던 띠띠였어요.


"괜찮아!

잊은 지 오래야."


또리는 마음의 상처는 컸지만 잊었어요.

친구들이 하나 둘 자신을 욕하고 떠날 때마다 힘들고 외로웠어요.

그런데

똥으로 집을 지으며 잊을 수 있었어요,


"나도 미안해!

앞으로 흉보고 욕하지 않을 게."


들쥐 한 마리가 말했어요.


"미안해!"


또리를 왕따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들쥐들도 또리에게 사과했어요.

들쥐들은 도움을 청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괜찮아!

배고플 텐데.

식빵 더 꺼내줄게."


또리는 냉장고에서 식빵 한 봉지를 꺼냈어요.

들쥐들은 홍차와 식빵을 맛있게 먹었어요.

배부른 들쥐들은 따뜻한 집에서 모두 쓰러져 잠이 들었어요.

또리가 친구들을 지켜봤어요.

밖에는

강한 바람이 불며 비가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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